감정
'감정'
感情,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그렇다. 생일 축하한다며 선물과 카드를 준비한 직장 후배에게는 고마운 마음과 애정을 선물로 보답하며 표현하고, 남자 친구에게 서운한 점이나 마음에 걸리는 점이 생기면 곧바로 이야기하는 식이다.
이것저것 속에 담아두기가 버거워서일까? 스스로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마음속에서 생성되는 감정이 보통 사람보다 많은 것 같다. 보통 사람의 감정 추출량이 500밀리리터라면 나는 1리터인 셈이다. 가끔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한다.
사회생활을 할 때, 특히 회사에서는 감정을 능숙하게 갈무리할 줄 아는 사람이 멋져 보인다. 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매일이 감정과의 싸움이었다. 흔히 말하는 ‘악마 같은’ 상사를 만나는 바람에 일 하나 할 때마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초반에는 매일 퇴근길에 저절로 눈물이 나올 정도로 괴로웠지만, 나중에는 나도 질세라 맞받아치게 됐다. 주변 동료들에게 보기보다 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강하게 나갔다. 내 나름대로 사이다를 날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은 속이 시원했지만 나중에 떠올리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못난 인간과 똑같이 굴고 있는 것 같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보던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다. “진짜 성숙한 태도는 자기 감정을 잘 절제해야 하는 건데, 요즘은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고 사이다라고 자랑하는 천박한 유행이 있어.”
매번 욕하면서 보던 악독한 빌런의 대사였는데도 이 말에는 가슴이 뜨끔했다. 평소 SNS에 올라오는 이런저런 글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느낀 감정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사이다라는 핑계로 자신의 감정을 아무 생각 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닐까? 마치 화풀이하듯이 말이다.
가족을 대할 때 특히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자신을 잘 알고, 가장 편안하고, 숨길 것 없는 존재이니 그만큼 쉽게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상처를 주는 사람은 대부분 가까운 사람이라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소중히 여겨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씩 마음속으로 되뇐다. 내 가족에게 친절하자, 내 사람을 소중히 하자. 잘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이다는 지나치게 맛있다. 아주 오랫동안 탄산 중독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 마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알 듯이 몸에는 좋지 않다. 요즘은 탄산음료를 열심히 줄이고 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는 제로콜라나 제로사이다를 마신다. 감정도 지나치게 참거나 과하게 터뜨리는 것보다는 적절히 표현하며 살면 좀 더 달달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 오늘도 달달하고 시원한 사이다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