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만 만나는 사람들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해 봄을 지나면서 나타났습니다. 트렁크 손잡이를 가운데 두고 좌우로 나란하게 초보운전 노란 스티커가 한참 붙어 다니던 흰색 승용차였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을 지나면서 스티커가 떼어졌었는데요. 어느 날 아침, 혼자 또 중얼거렸습니다. '와~ 초보 딱지가 떼졌네' 하고. 2단지에서 앞뒤로 출발해서4번째 신호등에서 방향이 달라집니다. 저는 직진을 하고, 7826은 우회전을 합니다. 하지만 병원 앞 사거리에서 다시 만납니다. 그러다 큰 다리 앞 신호에서 이번에 저는 좌회전을 하고, 7826은 직진을 하면 잠깐의 만남이 끝납니다. 그런데 그 차가 한참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는 길이 바뀌었나?', '직장을 옮겼나?'. 괜시리 궁금해집니다. 슬쩍 걱정되기까지 하네요.
그러고 보니 순간 내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있어주는 이들이 궁금해졌습니다. 반복되는 이동중에 만나는 이들은 내 일상을 꾸려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 '익숙한 타인들'을 소개합니다.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오면서 바퀴가 달린 커다란 파란색 통에 각종 청소도구를 담고 끈으로 끌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청소도우미 아주머니도 자주 만납니다. '다다다닥'하고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으로 나오는 길위에 바퀴 부딪히는 소리가 먼저 들려 옵니다. 그 뒤 어김없이 한쪽으로 비켜 선 그 아주머니는 언제나 제 차를 향해 기분 좋은 목례를 해 주십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몇번이 죄송해서, 지금은 항상 목례를 같이 나눕니다. 짙은 선팅 유리 사이로. 가끔은 1층 현관에서 바닦 청소를 하고 계십니다. 13층 우리집 엘리베이터 앞을 쓸고 계십니다. 그때마다 큰소리로 인사를 드립니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아침마다 목례 드리는 사람이에요. 고맙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라고. 속으로 외칩니다. 그 목례를 하고 나면 저도 기분이 너무 좋아집니다.
주차장을 빠져 나오면서 크게 좌회선을 해야 합니다. 그쪽에 105동 입구가 있습니다. 이틀에 한번 꼴로 그 앞에는 인도와 차도에 걸쳐 있는 택배 차량이 있습니다. 아침 배송, 당일 배송 뭐 이런 배달중인가 봅니다. 원래는 식품을 배달하던 트럭같아 보입니다. 무슨무슨 택배가 아니라, 모모 식품이라는 색바란 스티커가 지워져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 트럭 뒷문은 항상 열려 있고, 운전자 분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오르락 내리락 하시면서 '고객님의 소중한' 택배 물건을 배달중인가 봅니다. 큰 도로로 나가기 위해 좌회전을 하기 전, 오른쪽 룸미러로 열려 있는 트럭속이 들여다 보입니다. 깊은 구멍속에 엄청나게 짜잘짜잘하게 나뉘어진 택배 상자들이 수북합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상자들을 날라야겠지요. '얼굴은 직접 한번도 뵌적이 없네요. 나이대도 잘 모르지만, 너무 성실하시니까 큰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늘 고맙고, 존경스럽습니다 ' 하고.
아, 한 아이를, 아니 한 청년을 깜빡했습니다. 스쿼트하는 아저씨를 만나러 가기 전, 그 이른 시간에 106동 출입문을 나오면 주차장 건너편에 밑에는 반바지(거의 일년 내내 반바지 였던 것 같습니다)에 위에는 두꺼운 패팅에 모자 또는 얇은 후두티 속 모자를 꾹 눌려 쓴 이십대 청년이 휴대폰을 들여다 보며 담배를 피웁니다. 그 청년은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봐왔던(?) 아이입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부터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면 담배냄새가 묻어 나곤 했습니다. 이제는 스무살이 넘어 아주 당당하게(?) 기호 식품을 즐기는 모습이 기특하기 까지 합니다. '담배를 줄이고 건강하게 사회 생활 잘 하세요!' 라고 기원해 줍니다.
오늘은 이 분들만 먼저 소개(?)해 드립니다. 저의 익숙한 타인들은 다음에 계속 이어 쓰겠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여러분의 '익숙한 타인들'의 평화와 건강을 같이 빌어 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