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중간에 커다란 나무 아래에 잠깐 누웠다. 라이딩을 한 몇 년 동안 처음이었다.
자전거 도로에서 안쪽으로 쑤욱 밀려 들어가 있는 한적한 나무 아래 돌의자 위에.
심장은 펄떡거리고 있었다. 맥박은 170이 넘어가고 있었다.
잘 깎아 놓은 대리석 돌이 전해주는 냉기가 아주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그 냉기를 잊을 즈음 속이 훤이 비치는 얇디얇은 나뭇잎 서너 장이
햇빛을 조심스레 올려놓고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구경하다 문득 내가 나를 제삼자의 시선에서 본다면
지금,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라이딩을 50킬로 하고 난 뒤 바로 5킬로 러닝을 했다.
갑자기 그 조언을 스스로 던지고 싶어 졌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 가벼워졌기 때문에.
3킬로를 뛰다 보니 갑자기 허벅지 앞쪽 근육들이 육각형 유리 조각처럼 도더라지는 것 같았다.
뭉툭한 모서리들이 서로 부딪히는 것 같았다. 달리기를 하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통증이었다.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럴수록 몸은 훨씬 더 가벼워졌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자꾸 도망가려고만 하는 거 아닌가요? 혼자 살아 보기, 그 사람이 나서서 이 일을 해결해 주면 좋겠는데,
왜 모두 나에게만, 나에게만...... 이 모든 생각과 생각들이 회피를 전제로 하는 것들이 아닌가요.
당신의 삶에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주인공이라고 말만 하면서 항상 뒷걸음질 치며
조연을 하고 싶은 건 아닌가요? 먼저, 당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 보기 위해 노력해 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들에게 바라는 걸 당신이 먼저 시도해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 모두를 잘 지켜내기 위해서 말이죠.'
다시 근육들이 부딪히면서 물었다. 세상 속에서 내가 사라지면 세상은 그대로, 가 아니라고.
내가 사라지면 그 세상도 같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살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다들 그렇게 살아내려 하는 것이라고.
마주오는 백발의 어른도, 휙 하고 지나가는 스쿠터 위 두 커플도
반려견과 벤치에 앉아 서로 눈을 맞추고 있는 아저씨도
허옇게 번진 선크림 위로 밭은 숨을 내쉬며 달려오는 러너도.
그런 행동을 하면서는 마음속으로 모두 기도 중이다.
'잘 살아낼 수 있도록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로 나에게로 와달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