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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May 24. 2023

유산보다 위산

사진: Unsplash의Annie Spratt

43년생이신 아버님과 나의 통화는 멘트가 항상 같다.


나 - 식사는 어떠셔요?

아버님 - 응 아직까지는 괜찮아

아버님 - 별 일 없지?

나 - 네. 그럼요

아버님 - 허, 고맙구먼



우리는 매일 먹는다. 그래야 산다. 그것보다도 소화를 잘 시켜야 잘 산다. 그 두가지 작동이 연속 동작으로 자연스레 잘 이어져야 아주 잘 산다. 건강하게 산다. 삶의 질이 높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먹는 건 신경쓰는 데 소화는 알아서? 아니다. 소화를 잘 시키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각자. 몸나이가 조금씩 늘어날수록. 주변을 돌아보면 나이와 관계없이 소화력이 떨어진 이들이 많다. 십대부터 어른들까지. 


위산 억제제


위산과다는 위에서 필요이상의 위산이 분비되어 위가 쓰리고 아픈 증상을 말합니다. 위산과다로 인한 증상에는 속쓰림, 신트림, 위통 등이 있으며, 공복상태에서는 더욱 심하게 나타납니다. 위산과다는 불규칙한 식사습관, 매운음식, 술 등의 자극성 음식섭취, 심리적요인인 ‘스트레스’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따라서 단순한 약물치료 뿐 아니라 식습관 및 생활습관의 변화 등이 중요합니다. 위산과다는 역류성식도염/위궤양/십이지궤양 등 다양한 병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속쓰림의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위·십이지장 궤양, 만성위염을 비롯해 심할 경우에는 암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갑자기 체중이 감소하고, 빈혈이 있는 경우, 변이 흑색이고, 토할 때 피가 나올 경우, 쥐어짜듯이 아프거나 칼로 찌르는 듯 아릴 때는 궤양출혈, 역류성 식도질환 등과 같은 심한 질병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위산과다로 인한 증상을 완화·치료하기 위하여 약을 복용하는 경우 2주 정도 약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복용을 중단하고 의사의 진료를 통해 면밀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 출처:의약품 안전나라



이런 위산은 과해도 문제, 부족해도 문제다. 위산이 많은 이유는 많이 먹어서다. 그렇게 많이 먹다보면 우리 몸은 위산을 습관적으로 많이 만들어낸다. 게다가 늦게까지 많이 먹으면 위산은 우리가 잠을 자려고 누웠을때도 계속 분비가 되어 목구멍까지 넘쳐 흘러난다. 역류성 식도염, 역류성 후두염이다. 힘들다. 항상 그득하게 뭐가 들어찬 느낌. 박하사탕 서너개를 한꺼번에 물고 가글액을 가득 채운 느낌처럼 매케하게 싸하다. 심장이 아픈건지, 가슴이 아픈건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강력한 벨트로 가슴을 묶었다 풀었다 하는 느낌이다.


지금 나의 위에 음식을 남기지 말아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금전적 유산만큼 위험한 게 위산이다. 하지만 위산이 훨씬 더 위험하다. 유산은 내가 사라진 뒤 발생하게 될 많은 문제의 밑거름이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꼴을 나는 못본다. 하지만 위산은 지금, 나를 위협한다. 몸이 스스로를 살리기 위한 SOS다. 그만 먹으라고, 늦게 그만 먹으라고, 조금만 먹으라고, 먹었으면 움직이라고. 조금 괜찮아 지면 다시 음식물을 밀어 넣는 미련한 나를 보면서 외치는 신물나는 신호다. 


위산은 위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안전하다. 건강하다. 마찬가지다. 나에게 맞는 자리는 따로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몸나이 덕에 어른이라 불리는 지라 지금도 이 자리가 내 자리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뭐,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이 자리가 내 자리인가를 따질 여력 없이 그냥 그렇게 살아내는 거긴 하겠지만. 그 자리를 잘 찾아야 자기도 모르는 자기 재능을 찾아낼 수 있듯이,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물려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부터 만들어줘야 하는 게 우선이다, 분명. 위산보다 강력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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