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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Oct 25. 2023

지지지지 베베베베

[동네 여행자] 18

나는 오늘도 수많은 이들을 만난다. 만나려고 만나는 사람도, 만나기 싫지만 만나야 하는 사람도 뒤섞여 있다. 열에 여섯은 필요에 의해서 만나게 된다. 나도 상대도 원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밀어내지도 않는다. 열에 둘은 만나면 밤새 충전된 나의 하루치 에너지를 절반 가까이 가져간다. 열에 한 둘은 방전된 나의 에너지를 언제나 채워준다.  


내가 만나는 열에 한 둘은 대중을 이끄는데 소질, 적성, 취미가 딱 맞는 사람이 있다. 항상 앞에서 자기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긴다.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끝가지 해결해야 삶의 의미가 수직상승하는 운명이다. 자신의 실력이라고 믿는다. 그러는 와중에 호불호가 확실해진다. 자기 팀, 반대팀. 


내가 만나는 열에 한 둘은 그 반대팀에 있다. 절이 싫은 스님이고, 배가 싫은 선원이고, 직장이 맞지 않은 직장인 포지션을 택한다. 그럴 때마다 다 명확한 근거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항상 그 이유를 주변에 전파하려 한다. 그곳만 벗어나면 다른 곳에서는 자기 삶을 충분히 꾸려나갈 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떠날 수 도 있다.  


내가 만나는 열에 대여섯은 이편도 저편도 아닌 위치에서 먹고살아낸다. 천성이나 실력이나 어느 면에서건 팀을 싫어한다. 이왕이면, 두런두런 이 생활신조다. 결코 냉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휘둘리지도 않는다. 귀가 얇지만 항상 얇지는 않다. 심장이 쫄리는 것을 항상 두려워하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사회생활 연기력이 기본은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이중 나는 어디에 속할까, 하고.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포지션에 대한 시각도 다 다르다. 내가 아는 나와 열에 둘, 열에 대여섯이 보는 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그런 시각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차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자기 선택의 문제이지 싶어 진다. 어떤 포지션에 있건 끊임없이 더, 조금 더 행복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채. 


보고 싶지 않지만 내일 또 봐야만 하는 관계는 꽤나 괴롭다. 그 괴로움이 힘들면, 싫으면 덜 괴로워지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외로움이다. 그냥 적당한 사회적 기술만으로 대면대면하게 지내면 된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그러나 더, 조금 더 행복하고 싶지만 자주 외롭다.


반대로 도저히 혼자가 싫고, 혼자만의 시간을 잘 채워내지 못하는 천성이라면, 실력이라면 괴로움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 괴로움을 희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그러는 사이 끼니를 챙겨 먹고, 욕도 자주 챙겨 먹으면서, 나이를 먹어간다. 그러나 더, 조금 더 행복하고 싶지만 자주 괴롭다. 


괴로울 지 외로울 지 행복할 지를 매 순간 선택하고 살았다, 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 다시 얼마나 덜 괴로울 지 덜 외로울 지 더 행복할 지를 다시 선택해야 한다, 는 다짐이 든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항상 오늘인 오늘에 나를 가득 채운 괴로움, 외로움, 행복이 몇 대 몇의 비율인지가 중요하다, 는 내면의 소리가 조금씩 더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할로겐 등불 아래에서 내면에 소리에 맞춰 나도 모르게 스텝을 밟게 된다. 그러면서 알아서 앞뒤를 얼른 돌아다 본다. 어, 그 내면의 소리가 이렇게 들렸다.. 지지지지 베베베베~. 의식의 흐름대로. 그건 그렇고 그래서 오늘의 나는 몇 대 몇?  아, 옛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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