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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Jun 26. 2016

UX로 풀어보는 에어비앤비(Airbnb)

Airbnb라는 서비스를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보았어요-

오랜만에 해보는 UX리뷰네요- 

오늘은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해보기 전에 제가 작년에 다녀왔었던 여행의 사진들을 몇장 간단하게 소개 드려볼게요. 제가 작년 가을 미국 시애틀 > 샌프란시스코 > LA(그리고 이후에 시카고 > 위스콘신)를 다녀왔던 강행군여행에서 머물렀던 숙소들 사진인데요, 시카고 지역에 있었을때는 지인의 집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그건 제외하고.. 서부지역에서 지냈던 숙소 사진 3군데를 소개해볼게요 ㅎ

우선 첫번째는 시애틀에서 있었던 숙소입니다. 

네, 바로 이 조그마한 보트가 제 숙소였습니다. 부가적인 설명 없이 바로 다음 지역이었던 샌프란시스코에서 머물렀던 숙소를 보여드릴게요. 

마지막 사진은 사실 머물렀던 숙소 마루에서 내다보이는 동네 사진입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혼자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던 시애틀의 야경도 잊을수가 없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숙소에서 바라봤던 이 멋진경치도 쉽게 잊혀지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랑하려고) 여러분들께도 소개드려요 ㅋ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냈던 LA에서의 숙소입니다. 

ㅋㅋㅋㅋㅋ 네, 저기서 지냈습니다. 진짜 저기서 잤어요. 이틀이나요 ㅋ 이 캠핑카(?)는 LA한인 타운 주변에 있었던 변두리 동네에 주택뒤 주차장 구석에 저렇게 덩그러니 있었는데요, 저기서는 조금만 방심하면 푹푹 꺼져 허리가 삐끗하던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침대가 잊혀지지가 않네요.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겠지만, 저 세개의 숙소를 저는 모두 Airbnb를 통해 예약하고 사용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이유로 의미가 많았던 여행이기도 했지만, 특히 저 숙소들에서의 경험은 절대로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만큼 저에게 강렬한 경험을 제공해주었던 Airbnb였습니다. 

그래서 한번 Airbnb에 대한 리뷰를 해보려 합니다- 


Airbnb의 경험은 두가지 심리적 트릭장치를 통해 제공됩니다

최근 Airbnb에서 새로운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https://youtu.be/S5Aduq2C78k

[출처: 에어 비앤비 유투브 채널]

저 광고를 보자마자, '그래! 바로 저거야!'라고 속으로 외쳤던것 같습니다. Airbnb만의 다른 경쟁 서비스들은 쉽게 따라하기는 커녕 엄두도 못낼 근본적인 가치제안이 저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말에 모두 들어 있는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Airbnb경험의 가장 핵심적인 강점은 여행자가 단순히 숙소에서 '투숙'의 경험이 아닌 그 여행지의 환경에 '동화'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저는 크게 이 여행지의 환경에 '동화'되는 경험을 Airbnb는 두가지 심리적 트릭장치를 통해 제공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대표적인 두가지 장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첫번째 가장 강력한 장치는 극단적인 경험을 통해 외지인이 현지인이 되었다 착각하게 되는 심리적 트릭입니다. 제가 위에 미국 여행을 다니면서 보여드린 숙소들이 세군데가 있습니다. 이 중 두번째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숙소를 제외하고 생각해봤을때, 과연 일반적인 미국사람이 저런 보트하우스나 캠핑카에서 생활을 할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시애틀과 LA에서 '와... 나는 정말 이 동네에서 사는것 같은 경험을 하고 있구나'라고 자평을 했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저는 바로 이 부분이 Airbnb만의 '심리적 트릭'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지를 처음 방문하는 외지인이 그 짧은시간안에 그 문화가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지름길 경험'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그 '지름길 경험'은 바로 그 지역의 평균적인 경험보다 조금 더 익스트림한 경험인 것이지요. 제가 시애틀에서 보트 하우스에서 자고, LA에서 캠핑카에서 지냈던게 바로 그런 익스트림한 경험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극단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은 마치 본인이 그런 '고생'을 한 덕분에 그 문화에 그만큼 빨리 적응하고 또 본인이 이해를 한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심리적 트릭의 비슷한 예를 한번 찾아본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해병대 체험캠프를 다녀온 사람이 군대문화에 대해서 이해와 공감을 잘 한다고 말하는 현상과 같은 맥락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Airbnb또한 이런 심리적 트릭장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것 같습니다. Airbnb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들로 예를 들어볼까요? 

1. 프랑스에서 진행한 상어 수족관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이벤트.  

[출처: https://www.airbnb.co.kr/night-at/shark-aquarium]


2. 전세계 트리하우스, 프라이빗 아일랜드 예약 이벤트.

[출처: https://www.airbnb.co.kr/livethere/island]

저 위의 이벤트들을 보시면서 현지의 '일반적'인 경험이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저런 이벤트를 통해 어필하고 싶었던 Airbnb의 다른 목적이 있었을지도 모르나, 저런 '익스트림한 경험 = 현지인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공식을 통해 많은 사용자들을 납득시키는것 같다는 생각이 저는 듭니다. 


두번째, 그리고 가장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Airbnb의 장치는 현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업혀가는 경험을 통해 외지인이 현지인이 되었다 착각하게 되는 심리적 트릭입니다. 제 미국 서부 여행중 첫번째와 세번째 숙소가 저 첫번째 심리적 트릭장치의 좋은 예라고 한다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묵었던 이 두번째 숙소가 바로 이 두번째 심리적 트릭장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는것 같습니다. 다시 위에 소개된 '여행은 살아보는거야'광고를 보시면 영상으로 소개되는 숙소 중 프라이빗 아일랜드나 상어 수족관같은 숙소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지인들과 스포츠를 즐기고, 같이 밥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모습들은 많이 나오지요. 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두번째 숙소가 첫번째나 세번째 숙소보다 숙소가 스페셜하지 않았음에도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저는 그 숙소에서 지내는동안 정말 그 방의 주인처럼 살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딱히 좋은 기억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제가 두번째 숙소에 갔었을때 그 방 주인은 그날 아침까지 입었던 자신의 옷까지 빨래 바구니에 넣어둔 채로 방을 내 놨었습니다. 방 문고리에는 한번쓰고 빨기가 아까워 말리고 있는 샤워 타올도 걸려있었고요, 심지어 자신이 치던 (관리는 제대로 안하던)기타는 침대위에 올려둔채로 방을 비워놨었습니다. 제가 그 방에 가서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야.. 이 성의없는 방은 뭐야...'라는 것이었지만 제가 그 방에서 가장 먼저 했었던 행동은 그 숙소의 주인이 침대위에 두고간 기타를 집어들고 한참동안 기타를 연주하면서 쉬었던 것이었습니다. 정말 한국에 있는 우리집 제 방에서 하는 행동처럼요. 기타를 치고 있었더니 집의 다른 방에 지내는 하우스메이트(이 사람은 현지인입니다)가 기타를 잘 친다며 넘어와 한참 그렇게 수다를 떨었고, 그날 저녁에 저희는 미국 실리콘 밸리와 한국 스타트업 문화에 대해서 밤 12시가 넘도록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샌프란시스코의 집은 너무 더러웠고 정돈이 안되어 있었고 불편한 점들은 너무 많았습니다(냉장고에서 음식 상한 냄새가 난다든가.. 화장실에서도 물 비린내가 난다든가..웩).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그 숙소에서 지내는동안 저는 다른 숙소들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편하고 자연스럽게 지냈던것 같습니다. 마치 그 동네에서 어릴적 살다 몇년을 떠난 후 다시 돌아온 사람처럼요. 제 숙소의 호스트가 절대로 제가 현지생활에 적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마르지 않은 타올을 문고리에 걸거나 빨래 바구니에 자기가 입었던 옷들을 담아둔채로 떠나지는 않았을겁니다. 그놈은 그냥 나쁜놈이죠...뭔가 이거 생각하니 다시 괘씸해지네... 하지만 그 현지인 친구가 살던 모든 흔적들을 그대로 '물려받은'저는 그 환경과 문화에 너무나도 쉽게 동화될 수 있었습니다. 그냥 심리적으로 '이 방이 내가 3일간 눈을 붙일 숙소구나'보다는 '아.. 이게 앞으로 3일동안 내방이구나'라는 훨신 더 강력한 인지가 되었기 때문이죠.  


한국 Airbnb는 두가지 심리적 장치가 모두 너무 부족합니다

한국에서는 에어비앤비가 잘 안되고 있습니다. 비지니스적으로 매출을 얼마를 올리고 있고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는 저는 당연히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이 한국에서 에어비앤비는 잘 안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 Airbnb는 위에서 말한 Airbnb의 근본적인 경험적 가치제안을 하는 심리적 장치가 모두 없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나라 숙소중에 정말 익스트림한 숙소가 있나요? 시애틀에 있는 보트하우스나 LA에 있는 캠핑카처럼요. 물론 제가 모르고있는 흥미로운 숙소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수가 너무 부족해서 한국 Airbnb의 개성을 대변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번째 심리적 장치인 현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업혀가는 경험을 할수 있도록 해주는 숙소들은 좀 많을까요? 이 숙소들은 상대적으로는 확실히 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숙소들보다는 훨신 더 많은 숙소들이 게스트 하우스나 아니면 펜션 룸, 그리고 심지어는 오피스텔을 살짝 개조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인위적인 숙소들은 게스트가 '동화'될 수 있는 현지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게스트들만 묵고 지나가는 숙소이기 때문이죠. 심지어 대부분의 숙소들은 호스트를 만나지도 못하고 채팅을 통해 숙소 체크인/체크아웃 방법을 전달받고 그렇게 지내게 되지요(저도 물론 미국에서 3숙소 중 2개의 숙소는 호스트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숙소들이 많다보니 숙소들의 현지경험을 투영해주는 경험이 묻어있지 않고, 그런 현지인의 경험을 숙소에서도 노출받기를 원하는 게스트들은 차별화된 경험을 하지 못합니다. 정리하자면, 한국에서 제공되는 Airbnb의 경험은 특별하지도, 개성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물론 위에서 말했던것처럼 한국에서도 모든 숙소가 게스트 하우스나 펜션은 아닙니다. 분명 한국에서도 제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경험했던것처럼 현지인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집/방을 공유하는 호스트들이 있을것입니다. 그리고 그런집에서 머무는 게스트들은 '제대로 된' Airbnb경험을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한국)Airbnb에서는 어떤 장치를 통해 지금 현재는 부족한 Airbnb의 경험을 채워줄 수 있을까요? 


Airbnb는 '숙소'의 경험만이 아닌 '숙소 + 사람'이 경험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Airbnb의 숙소들은 단순히 방만 내주고 예약을 하는것이 아닌 '숙소 + 사람(호스트)'와의 경험이 제공되었을때 가장 강력한 경험이 됩니다. 결국 숙소만큼 그 숙소의 주인(호스트)와의 관계를 부각시켜주고 그 관계를 구축할수 있는 장치들을 제공해야한다는 말이죠. 물론 벌써 Airbnb에서는 '사람냄새'가 나는 장치들을 어느정도 제공하고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출처: https://www.airbnb.co.kr/rooms/6886633?s=pXo7gfcE]

이 숙소는 숙소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가장 제가 인상적으로 본 부분은 호스트 이미지입니다. 아이를 안고 있는 저 아버지가 호스트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 사진 한장만으로 숙소 이미지만 봤을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신뢰'가 생깁니다. '아이의 얼굴까지 걸고있는 아버지인데 설마 사기나 거짓말하는 호스트는 아니겠지', '왠지 따뜻한 사람인것 같다'라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첫 인상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런 숙소 이미지만 보면서 느꼈던 이미지/감정들은 저 호스트의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훨신 더 풍성한 인상을 남기게 되지요. 그리고 제가 저 숙소를 예약하고 갔을때, 저는 단순히 저 숙소에서만 지내는것이 아닌 저 숙소와 저 숙소의 호스트인 저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것입니다. '저 숙소에 자러가야겠다'의 이미지에서 '저 귀여운 아이가 있는 아저씨네 집에 자러가야겠다'가 되는것이죠.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기술적인 기능으로는 미처 전달되지 않은 엄청나게 큰 경험적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Airbnb는 이 '사람'이라고 하는 경험적 요소를 꼭 강조시켜야만 합니다. 


한국에서 Airbnb는 호텔 예약서비스가 아닌 '소개팅 경험'을 벤치마킹하는게 더 좋을것 같습니다 

흥미로운점은 Airbnb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역시 인지를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출처: https://www.airbnb.co.kr/livethere]

이렇게 호스트와 게스트를 연결하는 기능등을 활용해서 '게스트 - 숙소'의 연결이 아닌 '게스트 - 호스트'의 연결을 유도하는 시도들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저는 실제로 저 기능을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게스트의 선호도를 파악해 매칭을 시켜준다는 부분에서는 벌써 숙소보다는 소개팅앱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출처: https://www.airbnb.co.kr/rooms/6886633?s=pXo7gfcE#host-profile]

위에서 소개한 숙소의 호스트 프로필입니다. 호스트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통해 이 숙소의 매력도가 더 높아지는 효과를 볼수 있는 기회영역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기에 조금 더 풍성한 호스트의 정보등이 제공될 수 있다면 (Shawn은  Filmmaker라고 했으니 직접 만들었던 영상이라든가, 이 사람의 personality를 볼 수 있는 조금 더 다양한 사진들이라든가 심지어 Resume라든가...) 훨신 더 이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추가적인 (그리고 사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때 가장 중요한) 장치는 이 호스트가 들려주는 이 숙소의 이야기입니다. 숙소의 소개는 당연히 제공되겠지만, 그 숙소와-호스트의 연결고리를 스토리텔링해 주는것이죠. 이런 스토리텔링을 통해 얻게되는 장점은 크게 두가지로 생각합니다: 

1. 숙소와 호스트와의 이야기를 통해 좀 더 이 숙소 생활을 공감하고 이해함으로써 게스트가 '현지화'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2. 제대로 되지 않은 숙소(그냥 펜션 룸이라든가 오피스텔을 개조해서 렌트만 하는 형식의 숙소)들을 걸러내는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호스트가 노력만 한다면 이 부분도 충분히 거짓말이나 과장을 할수는 있겠지만, 훨신 힘들어지겠죠. 


Airbnb는 경험적으로 봤을때 정말 매력적이고 강력한 장치를 가진 서비스입니다. 한국에서의 제대로된 현지화에 실패해 고전을 면치못하고는 있다고 하지만, 그 서비스의 경험적인 기반자체가 워낙에 매력적인 서비스이기에 Airbnb가 지향하는 경험을 잘 부각시켜줄 수 있는 장치들을 통해 한국에서도 잘 성장하고 성공하는 서비스가 되어주길 기대해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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