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토라는 서비스를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보았어요-
스타트업에 관심들을 가지고 있다 보니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코멘토라는 서비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브런치에서 코멘토의 디자이너 제니 님의 글도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https://brunch.co.kr/@comento/38
뭔가 감상평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코멘토를 조금 사용해 보면서 저도 느낀 점이 몇 가지 있어서, '현직자'입장에서 리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ㅎ
플랫폼이라고 하는 개념은 경험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서비스가 만족해야 하는 stakeholder(이해관계자)가 두 그룹 이상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다른 니즈가 공존하는 오픈 마켓도 플랫폼이고요, '정보 제공자'와 '정보 소비자'의 니즈가 공존하는 브런치도 플랫폼이겠고요... '정보 제공자이면서도 정보 소비자'이기도 해 니즈의 구분점이 조금 더 애매하긴 하지만 SNS(페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도 플랫폼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코멘토의 대표 이해관계자는 멘토링을 제공하는 '현직자'와 멘토링을 받고 싶어 하는 '취준생'으로 나눠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플랫폼에서 경험적인 선순환은 매우 중요합니다. 구매자가 만족하는 경험 덕분에 플랫폼을 계속 찾을수록 판매자도 당연히 늘어나게 됩니다. 물론 판매자가 늘어나면 그에 따라 소비자도 더 늘어나게 되지요. '누구에게 먼저 집중해야 하느냐'라고 하는 질문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코멘토가 경험적 선순환을 위해 먼저 집중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는 확실히 '현직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현직자에게서 좋은 컨텐츠(멘토링)가 나오는 플랫폼이 되면 될수록 코멘토를 찾는 취준생들이 자연스레 늘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취준생들에게 취업은 최대 관심사이자 목표입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젊은 취준생들은 정보력이 좋고 멘토링 등을 통해 진로설정을 하고 취업정보 등을 얻으려는 의지 역시 매우 높습니다. 결국 퀄리티가 좋은 멘토링을 제공해주는 현직자들을 잘 모으고 관리를 할수록 정보력이 좋은 취준생들은 자연스럽게 모여들고, 그렇게 서비스가 성장하게 되는것이지요.
멘토링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은 저 역시 코멘토에 '입사'를 하고 코사원의 명찰을 받았습니다 ㅎ 회원가입 시 Gamification을 활용하여 현직자들에게 단계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은 신선하게 다가왔었습니다. 현직자가 서비스의 다양한 미션들을 단계별로 수행하면서 서비스의 충성도를 자연스럽게 키우고, 그 단계마다 '승진'이라고 하는 개념으로 현직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바로 코멘토의 경험적 설계입니다. 코멘토에 갓 회원가입을 한 저는 코사원으로서 다음 단계인 코주임으로 올라가기 전 몇 가지 미션을 해야 했는데요, 그중 첫 번째는 저의 직무를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열심히 작성했습니다.
내가 하는 직무.. 해당 직무에 필요한 역량.. 장점과 단점 등 '멘토링'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나름 성의껏 적어봤습니다.
여기서 코멘토에 UI적인 팁을 드리자면, 저기 있는 예시는 input 필드의 placeholder text가 아닌 질문 밑에 그냥 텍스트로 제공을 하는 게 훨씬 좋습니다. 특히 예시문처럼 길고 정성스러운 응답을 유도를 하시려면 더더욱이요. 저 예시문은 문항을 작성하는 현직자들이 내용 작성 시 수시로 비교/참고하며 더 쓸 내용이 있는지 비교를 하는 개념으로 제공이 되어야 하는데, Placeholder text는 내용을 기입하는 순간 예시문이 모두 사라져 버리니까요. 저 같은 경우는 중간에 제가 입력하고 있는 텍스트를 전체 선택 + 잘라내기를 하면서 예시를 수시로 확인하며 응답 내용을 기입했었습니다. 예시문을 밖으로 빼시는 것만으로도 응답 내용의 퀄리티가 조금이라도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ㅎ
그런데 자기소개서를 다 적고 나니 조금 섭섭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직무에 대해서는 최대한 열심히 소개를 한 것 같은데... 멘토링을 해주는 멘토로서의 '나'는 소개를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한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코멘토가 지향하는 경험은 '멘토링'입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취업 멘토링'이 되겠지요.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멘토링'은 단순히 취준생이 원하는 취업정보의 제공이 아닙니다. 취준생들의 미래와 진로에 대한 막연함과 불안함 들을 먼저 겪어본 선배로서 본인들은 어떻게 그 단계들을 극복을 해 나갔는지, 어떤 방법들을 추천하고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는지에 대한 내용까지... 훨씬 광범위한 정보의 교류가 전 '멘토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취준생과 현직자들이 총체적으로 교류하는 경험 대신 (조금 과격한 표현으로는)'단물'만 좀 빨린 것 같은 기분이라 아쉬운 기분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직자가 수행해야 하는 미션 중 '상담 답변'외에는 모두 취업과만 너무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미션들인 것 같아 사실 흥미도가 떨어졌습니다. 저는 면접 예상 질문에 대한 팁을 주기 위해서는 취준생의 성격/성향/특기/관심사 등의 정보를 먼저 수집해서 피드백을 주고, 자기소개서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피드백을 주는데요, 취준생을 모르는 상황에서 자기소개서만 채점하고 면접 예상 질문만 던져주는 학원 선생님 같은 경험이 저에게는 딱히 '멘토링'이라고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현직자가 코멘토를 찾아오는 근본적인 니즈는 멘토링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능기부겠지요.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그 의지가 사실 매우 높은 존재들이 아닙니다. 그 말인즉, 멘토링을 제공하기 전 너무 현직자들에게 많은 것들을 요구하면(미션), 그들은 금방 지쳐 떠나버리고 말 것이란거죠.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현직자들이 취준생들과 멘토링을 최대한 빨리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 멘토링의 방식과 수준을 다양한 미션 형식으로 해서 현직자들의 Benevolence(자선)의 단계를 조금씩 키워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현재 코멘토의 경험을 비유해보자면... 취준생은 이런저런 자신의 고민거리를 적은 후 유리병에 담아 코멘토라는 바다에 던져놓고, 현직자들은 그 바다위에 떠다니는 유리병들을 하나둘 주섬주섬 보다가 나와 좀 연관이 있는 질문이다 싶은 경우 유리병을 건져 답장을 써주는 것 같은 구조입니다. 그렇게 현재 코멘토라는 플랫폼 안에서 현직자와 취준생들은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경험으로 서비스가 설계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이 구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인데요, 첫번째는 위에 언급한대로 의지가 그리 높지 않은 현직자가 멘토링을 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두번째 이유는 현직자와 취준생이 공감대가 형성도 되지 않은 상태로 멘토링이 시작된다는 점이죠. 멘토링이라는 것은 현직자와 취준생의 성향에 따라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 코멘토처럼 직무 관련 문의 정도를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는 수준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이메일로 펜팔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며, 아니면 아예 어느 정도 기본적인 소통 후에 직접 만나서 멘토링을 주고받는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멘토링이 존재할 수 있지만 여기서 핵심은 그 어떤 방식의 멘토링도 가장 첫 번째 단계인 Icebreaking(뻘쭘한 깨기..?ㅋ)이 효과적으로 되었을때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취준생과 현직자가 멘토링을 시작하기전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 방법은 현직자들이 자신들의 소개를 매력적이고 다양하게 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취준생들은 의욕도 있고 시간적 정신적 투자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준생들이가지고 있는 pain point는 의욕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본인이 모르는 업계와 직군의 현직자들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시작해야하는 막막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코멘토는 취준생들이 모르는 업계와 직군이기에, 그 무지에서 오는 불안함을 현직자의 재직 회사 브랜드 인지도로 보완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 역시 근본적으로 취준생이 현직자와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나가기 위한 이해도가 높아지는데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회사라고 해서 취준생이 직군과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기본적으로 높아지는건 아니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현직자들의 자기소개가 개성이 있고, 특히 공감이 되도록 제공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현직자의 직업과 직무 내용과, 장점 단점만 제공을 하는 것이 아닌, 이 현직자가 취준생일때 했었던 고민들을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해보고, 취미생활을 소개하도록 유도해보고, 관심사를 소개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취준생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보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교류가 좀 더 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시작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개인적으로 코멘토를 둘러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기능은 코멘토의 '채용' 기능이었습니다. 코멘토가 제공하고 있는 '채용'은 개인적으로 Wanted(원티드) 서비스의 채용 경험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았는데요, 저는 코멘토에서 제공하는 '채용'이라면 그 방식이 상당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 코멘토스러운 채용 경험이라면... 일정기간 동안 멘토와 교류를 나눈 취준생이 회사 리스트를 가지고 왔을 때, 현직자 입장에서 회사를 이런저런 이유로 골라서 추천을 해주는 방식, 그리고 만약 그런 회사들 중에 코멘토 채용 제휴가 되어있는 기업이라면 가산점이 부여되는 방식으로 접근을 하는 게 훨씬 멘토링 경험을 기반으로 확장된 코멘토만의 채용 경험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스타트업으로서 생존을 위해 다양한 비지니스 모델을 검증하고 접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저도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코멘토가 멋진 도전을 하고 있다 생각도 하기에 응원합니다. 실제로 벌써 저와 비슷하거나 저보다 훨씬 좋은 방식을 구상한 상태지만 개발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바람에 아직 진화하는 과정 중에 있는 것일 수도 있죠. 다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돈이 되는' 경험에만 집중하다가 근본적으로 왜 사람들이 코멘토에 찾아오는지에 대한 경험적 가치제안이 모호해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서비스의 근본적 경험 가치제안은 그렇게 쉽게 바뀌어서도 안될뿐더러 저는 '채용'이라는 기능 때문에 굳이 멘토링이라는 경험이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채용'이라는 기능 덕분에 채용 경험의 완결성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될 수도 있죠. 그리고 '채용'이라는 기능이 가지고 있는 비지니스적 가치 덕분에 서비스가 생존할 수도 있겠고요. '채용'이라는 기능을 버리는 게 아닌 멘토링이라는 경험적 가치제안과 시너지가 나는 경험으로 해석된 채용의 경험이 코멘토에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걸 기대합니다.
코멘토는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서비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멘토링이 잘 확장되어 취준생들이 단순히 공기업과 대기업만 최고의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막연하게 달려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멘토링이 활성화되어 역량 있는 후배님들이 자신의 능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기업과 조직에서 더 큰 변화들을 가져다줄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큰 그림이라고 보일 수는 있지만 코멘토 같은 서비스에서부터 그런 가능성들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기에, 그래서 코멘토가 멘토링/네트워킹 영역에서 잘 자리를 잡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