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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13. 2016

UX로 풀어보는 싸이월드

싸이월드를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보았어요-

아직도 싸이월드를 쓰시는 분이 있으신지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아직도 싸이월드를 매일 쓰고 있습니다. 일기를 꽤 오랫동안 싸이월드에다가 남겨왔는데요, 지금까지 태어나서 그렇게 꾸준하게 뭔가를 해본 적이 없는지라 그게 아까워서인지 아니면 '여자친구에게 매일 일기를 쓰는 남자'라는 그 타이틀을 놓치기 싫어서 그런 것 인지는 모르겠으나(틈새 자기자랑!) 매일 매일 싸이월드에 로그인을 하면서 지금까지 싸이월드의 많은 변천사들을 직접 경험을 해본 서비스기도 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UX적인 관점에서 서비스 분석을 할 때 싸이월드를 대상으로 연습을 많이 해보기도 했었던 것 같네요. 저에게 오랜 시간 고민의 대상이 되어준 고마움의 대상인 싸이월드를 그래서 첫 번째 UX리뷰 서비스로 정해 보았어요. 




싸이월드가 제일 인상 깊고 아직도 꽤 자주 떠올리는 이유는, 지금 전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런  굵직굵직한 서비스들에도 잘 드러나지 않는 경험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싸이월드를 생각을 할 때 '추억'이라고 하는 단어를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리움'이라고 하는 단어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고요. 물론 가끔씩, '아, 그 왜 그 코딱지만 하게 화면 구석에서 더 확대도 축소도 안되던 그지 같은 미니홈피 때문에  짜증 나는데 이건 뭐 개나 소나 다 쓰는 서비스라서 결국은 나도 자주 쓰게 되고, 그래서 더 짜증 나던 서비스'라고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겠네요(물론 저는 아닙니다-). 싸이월드를 왜 추억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보았을 때, 물론 내 어린 시절 용서할 수 없는 헤어스타일이 담긴 사진들이 있고, 용서할 수 없는 중2병 닭살 멘트들이 댓글과 다이어리에 남아있고, 또 용서받을 수 없는 '하이룽'같은 유행어를 남발하던 방명록의 흔적들이 있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싸이월드가 '추억'이라고 하는 키워드를 일으킬 수 있는 경험적인 요소 중 가장 큰 부분은 '일촌'의 개념인 것 같습니다. 


싸이월드는 '일촌'들과의 관계의 플랫폼이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싸이월드를 쓰던 시절을 돌아본다면, 싸이월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찾는 플랫폼보다는 기존 학교, 학원,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는 놀이 터였던 것 같아요. 내 친구들이 우리 집(미니홈피)에 놀러 오고, 그 흔적들을 다양한 방식으로(댓글, 방명록, 일촌평) 남기면 나도 내 친구 집(미니홈피)에 가서 또 이 친구가 호스트로서 제공하는 손님 대접(미니홈피 bgm, 사진, 다이어리, 게시판 등)을 받아보는, 그런 관계의 플랫폼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기능적으로 Facebook도 같은 기능을 제공하고, 요즘 SNS라고 하는 서비스는 모두 기본적으로 위에 언급한 기능들을 제공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같은 기능을 사용하더라도, 경험의 유형이 달랐다는 부분입니다. Facebook의 근본적인 경험은 영화 Social Network에서도 매우 잘 나타나는데요, 저 영화에서 주인공(마크 저커버그)은 페이스북의 처음 버전을 하버드 기숙사에서 만들어내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People are gonna log on because after all the cake and watermelon, there's a chance they're actually gonna meet a girl."

(결국 사람들이 로그인을 하는 이유는,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야)

페이스북은 기존의 나의 인맥(일촌)과의 관계에 집중을 하는 서비스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서비스 초기에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보들이 오픈되어 있었죠. 왜냐면 새로운 이성을 찾아야 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유도가 되려면 정보들이 최대한  오픈되어 있었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싸이월드는 Facebook과는 달랐습니다.

싸이월드의 경험은 일촌을 맺기 시작한 후부 터 시작이 됩니다. 즉, 경험적인 허들(진입장벽)이 일촌이 되기 전은 매우 높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초기 경험적 허들이 높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어떤 경험의 패턴을 보일까요? 바로, 그냥 원래 알고 있던 친구들에게 친구 신청을 하는 것이죠. 오프라인에서 이미 형성되어있는 기 존재하는 관계를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이게 싸이월드가 근본적으로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와 다른 부분입니다. 물론 싸이월드에서도 용기를 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끼리도 일촌신청을 하는 일들이 충분히 있기는 했지만, 같은 행위를 놓고 봤을 때 싸이월드에서는 '용기를 낸 일촌 신청'이라고 보일 수 있는 그 행위가 Facebook이나 Linkedin 같은 플랫폼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점에서 그 경험의 가치제안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싸이월드에서는 그리고 이렇게 기 형성이 되어있는 인간관계가 조금 더 풍성해지고 깊어질 수 있도록 장치(?)들을 제공하는데요, 그게 바로 일촌명과 일촌평입니다. 일촌명은 서로가 서로에게 인맥의 title을 공식화하는 일종의 취임식의 경험을 제공하며, 일촌평은 나의 '일촌에 대한 평가/소개'를 빙자한 나와 내 일촌의 관계의 과시의 흔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촌평과 일촌명은 미니홈피에 들어오자마자 첫 번째 페이지에 등장을 하게 되죠. 이런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맥을 찾는 경험보다는 내 기존의 관계를 좀 더 강화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는 맥락의 경험을 제공하게 되는 겁니다. 


싸이월드는 매우 한국적(동양적) 서비스였습니다.

싸이월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관계지향적 서비스였습니다. 공동체 문화가 서구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발달해있는 우리나라는  제삼자의 눈을 많이 의식하고(눈치를 많이 보고), 개성보다는 화합을  중요시합니다. 내가 직접 자기소개 혹은 자랑을 하는 것보다는 내 친구들이 내 소개 혹은 자랑을 해줄 때 훨씬 더 그 내용이 가치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정을 매우 중요시 여기고, 의지와 우정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렇게 한국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관계지향적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관계지향적이라기보다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과 특성을 계발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들이고, 화합보다는 개성과 다양성을  중요시하고 존중합니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항상 한국에서 제 단짝 친구들을  떠올릴 때 드는 그 깊은 '우정'이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는 친구들은 매우 적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의 Best Friend라고 하는 개념은 휘발성이 강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에서 Best Friend가 모두 다를 확률이 높기도 하죠. 하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의 인간관계를 갈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합니다(그래서 미국에서도 Best Friend가 항상 바뀌는 일은 있어도, Best Friend라고 하는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는 것인 걸까요?).


저는 싸이월드가 아쉽습니다.

제가 굳이 한국과 미국의 예를 들어가며 대조를 해본 이유는, 싸이월드가 가지고 있는 핵심 경험의 차별화 포인트가 있었고, 그 차별화 포인트는 지금까지도 현재 미국 같은 서양 나라에서는 많이들 놓치고 있는 경험의 기회 영역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서 입니다. '일촌'이라고 하는 개념의 context가 우리나라와는 다르다고 해도, 서양에서도 Best Friend의 개념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방향성에서 조금 더 localization을 위한 인사이트를  발굴할 수 있었더라면, 싸이월드가 글로벌 확장까지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더 아쉬운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싸이월드에서는 그런 관계지향적 서비스의 경험이 보이지 않습니다. 일촌명, 일촌평의 경험이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방명록 기능도 사라졌고요. 경험적인 기회 영역을 본인들 스스로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에서 굳이 한번 의미 없어 보이는 가능성이라도 제시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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