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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UX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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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Oct 04. 2016

UX 디자이너에게 제일 어려운 사람은 고객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래서 UX를 제대로 하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Summary.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보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UX관점을 공유한다고 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하고 현실적인 UX관점 소개를 위한 UX 디자이너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들어가는 이야기 1.

제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이사님이 전 직장에서의 일입니다. 당시 이사님이 이끌던 마케팅 팀에서는 몇 개월짜리 고객 리서치를 진행했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큰 비용과 에너지를 쏟아부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이사님도 신뢰할 수 있는 UX 컨설팅 회사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Adaptive Path라는 업계 최고 수준의 UX 컨설팅 회사와 같이 일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살짝 보기만 해도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 것이 티가 나는 보고서를 전달받던 날, 그 결과물이 매우 만족스러웠던 이사님은 "This was the perfect way to finish the project (정말 퍼펙트한 프로젝트 마무리인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는데요, 그 이야기를 들은 Adaptive Path 쪽의 담당자는 싱긋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Finish? We haven't even started the hard part yet!
(마무리라고? 우리는 아직 진짜 어려운 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들어가는 이야기 2.

저는 지금 근무하고 있는 회사로 이직을 하고 처음 2개월 동안 고객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단계부터 최종 결과물을 내는 데까지 프리랜서 리서처 한분과만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업무시간에는 다른 회사 업무를 하다가 퇴근하고 나서 본격적인 리서치를 시작하는 방식으로(주말까지 포함해서요) 2달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힘든 일정에도 열심히 리서치를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직 UX라고 하는 개념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새로운 회사의 동료들에게 제가 하는 일과 그 가치를 이 리서치의 결과 보고를 통해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달간의 리서치를 마친 후 회사 직원들에게 제가 열심히 준비한 인사이트들과 이야기를 한참 설명 후 제가 제일 처음 받은 질문은 바로:

근데, 이거 도대체 왜 하신 거예요?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로 이직을 한지도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UX의 가치를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증명해보고 싶다'는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거만하고 무모한 마음가짐으로 어찌하다 보니 1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UX 디자이너로서, 혹은 Project Manager 아니면 Product Manager로서, 정말 많은 경험들을 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UX 디자인의 퀄리티를 타협하고 싶지 않아서, 사람이 더 필요했다면 제가 Freelancer를 찾아오기도 했고, 필요하다면 QA와 심지어 개발도 참여를 하면서 그렇게 업무를 진행했었습니다. UX 디자이너로서 너무 많은 성장을 한 1년이었던 것 같고, 새로운 목표와 도전들을 보며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저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는 지금 상황에서, 제 1년을 돌아보며 제일 크게 드는 생각은:

UX를 하는 게 많이 힘드네


입니다ㅎ 그리고 힘든 것 중에서도 단연 사람이 역시 제일 힘들더라고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제가 생각했었던 것보다 힘들고, 사람들에게 UX관점을 소개한다는 것이, 더 나아가 설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배우게 된 1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고객관점을 지키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UX 디자이너가 있는 겁니다

UX 디자이너는 너무나도 필요합니다. 제가 UX 디자이너라서 이렇게 말하는 건.... 네, 물론 맞지만, 아 정말 UX 디자이너는 필요합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급자 마인드'라고 하는 관점이 형성됩니다. '우리 Database 구조가 이렇기 때문에...', '이 기능은 구현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기능은 우리 팀에서 낸 아이디어기 때문에...', '이건 우리 대표님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주문하신 부분이기 때문에...' 이유는 항상 많고 다양합니다. 문제는 저런 현실적일 수는 있지만 내부(공급자 입장)에서 나온 아젠다는 대개 사용자의 관점이 배제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일정이나 현실적인 여러 압박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런 공급자 관점은 더 많이 적용되곤 하는데요, 왜냐면 공급자 관점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 우리끼리 그냥 빨리 정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물론 자기가 전지전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담당자들은 저 문제도 인지 못...  그래서 공급자 관점이 아닌 사용자의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보고 일을 진행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그런 담당자의 사용자 관점과 공급자의 관점이 밸런스를 이루었을 때 '현실적이며 사용자가 원하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믿고 UX 디자이너를 찾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지금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조금씩 고객을 향한 고민이 반영된 경험들이 우리 서비스에 추가되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뿌듯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직을 하고 한 가지 알게 된 점은, 그렇게 사용자에 집중하는 것은 사실 제일 어려운 부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사용자의 깊은 니즈를 뽑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사용자의 정성적인 경험을 논리적인 가설을 바탕으로 화면 혹은 운영 업무적으로 녹여내는 것도 쉬운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제일 어려워하는 일은 바로 제가 하는 이 UX의 가치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사실 제일 어렵습니다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보다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를 이해하고 또 이해를 시키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이 사람들은 우리 서비스의 '사용자'이면서도 '공급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UX 디자이너에게 요청들을 하는 많은 경우는 사용자가 진정 필요해서 라기보다는 본인들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안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들어오는 요청들의 일정 부분 '사용자'의 입장을 반영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게 진정 고객을 위한 최선의 경험인지, 아니면 우리가(공급자) 편하려고 하는 기능인지 UX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헷갈리는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는 회사 직원들에게 기능 수정/추가 요청을 받을 때는 조금 더 시간을 들여 고민을 합니다. "이게 정말 고객이 필요한 기능이 맞는가"라고 하는 질문을 이 요청받은 기능에 빗대어 고민해 봐야 하기 때문이죠. 이 고민이 유난히 더 어려운 이유는, UX 디자이너인 저도 이 회사의 직원이고 이 회사의 공급자이기 때문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서비스/시스템에서 오는 한계점들을 고려한 '공급자 관점'이 UX 디자이너인 저에게도 있기 때문에 두 번 고민을 하게 되고,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다른 경쟁사에서 기능을 제공하니', '우리 시스템이 이건 불가능하고 저건 가능하니', '우리 내부 담당자가 이 기능을 통해 일하는 게 훨씬 편해질 수 있으니'등등의 이유들을 모두 배제하고, '이게 정말 우리 고객이 필요한 경험이 맞는가'라고 고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 때문에 UX 디자인이 어렵습니다.

또 한 가지 '공급자'의 입장인 직장동료들이 UX 디자이너에게 어려운 존재인 이유는, UX 디자이너는 너무 자주 동료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직장동료들이 공급자라고 하는 말은 즉 UX 디자이너가 내리는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용자들을 위해서 이런 기능을 추가할 건데, (이런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 이제부터 운영 담당자들은 당분간 매일 야근을 해야 할지도 몰라)"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 담당자 중에서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실제로는 어떤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영향을 받는 담당자들이 먼저 반발을 하죠. 저라도 그 업무 담당자라면 그랬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경험을 위해서 이것이 필요하다고 설득을 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저도 새로운 기능을 제안한 후 유관팀에 불려 다니기도 했고 심지어 제가 만들려는 기능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강하다고 제 앞에서 우는 담당자까지도 봤습니다. UX 디자이너는 사람(사용자/고객)을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해 그 사람들을 위한 경험을 우리 사람(직장 동료)들을 설득하며 일을 진행해야 합니다. 저는 항상 첫 번째 사람보다는 두 번째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UX관점을 공유하기 위해 좀 더 현실적인 방법들이 필요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서비스의 고객들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동시에 우리 회사 동료들에게 UX관점을 소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과 여러 시도를 해 봤습니다. 그리고 많이 실패해 봤습니다. 많은 시도들과 많은 거부/거절 속에서 제가 느낀 점은 '아직은 나도 내 동료들에게 UX에 대해서 제대로 소개를 할 줄 모른다'였습니다. UX가 중심이 된 협업이 되지 않는 전 직장이 싫어 이직을 했는데, 막상 제가 사람들과 협업을 해보려 하니 UX가 무엇이라는 그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를 시키지 못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사님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Adaptive Path가 말한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바로 동료들에게 내가 하려는 UX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공유하고 설득을 하는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래서 그들과 함께 UX관점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좀 더 깊게 고민해 가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여러 시도와 실패를 통해 동료들과 UX를 같이하기 위해서는:

1. 우선적으로 동료들이 가지고 있는 UX에 대한 오해/부담감을 없애야 하며

2. UX관점을 갖추기 위한 현실적인 '연습과 노력'이 필요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저 두 가지의 단계의 구체적인 방법들은 각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문화, 구성원들, UX 디자이너의 성향, 리더십의 의지등에 따라 그 구체적인 방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얼마 전 UX Workshop을 진행하며 팀원들에게 '실전 UX'의 방법론들에 대해서 공유하고 그 방법론들을 적용한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에겐 정말 핵심들만 모아놓은 실전에 적용이 가능한 방법론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아직도 UX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이 실천을 하거나 공감을 하기에는 전문성이 너무 높은 방법론들이라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때보다 한단계 더 나아가 UX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과 부담 없이 공유할 수 있고 실천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 직장의 동료분이 "가장 이상적인 조직은 UX 디자이너가 없는 조직이다"라고 얘기를 해 주신적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UX관점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방법들을 많이 시도해보고 또 그를 통해 사용자 관점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서, UX 디자이너라고 하는 사람이 강제적으로 그 관점을 주입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멋진 기업이 나오고 그런 성공사례들을 하루빨리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저는 UX 디자이너의 일을 가장 보람차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같은 UX 디자이너보다는 그들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동료들의 입장에서 생각 해 봤을 때, 'UX'라고 하는 개념부터 어려워하는 이들을 상대로 UX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래서 많은 오해들을 풀어줄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없는 것 같다고도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격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부터 그 이야기를 한번 시작해 보려 합니다. 그런 생각으로 강연을 하나 준비해 봤습니다. UX관점을 공유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론들에 대한 저의 그간의 고민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기에는 부족할지 모르겠으나, 진심으로 준비한 자리이니 UX관점을 갖추기 위해 고민하시는 다양한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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