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너는 왜 언제 봐도 예쁘니?

by 이지희

퇴근하던 길, 잠시 걸음을 멈춰 한 바퀴 돌아보았다.

나무 뒤로, 산 너머로, 건물 사이로 보이던 구름이 모두예뻐서 빡빡했던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


구름, 구름.

너는 왜 항상 예쁘니?


구름을 보면 내 생각이 난다는 엄마.

‘구름을 좋아하는 딸’ 위해 ’구름 담긴 사진‘을 매번 선물로 보내시는 엄마.

엄마 눈에도 내가 항상 예쁠까?


이렇게 바쁜 연말을 보낼 줄은 몰랐는데

철로 위를 속절없이 지나가는 이 계절의 기차에 앉아 창밖을 응시한다.


2025년 1월 1일.

일상의 커튼이 새로 걷히듯, 낯선 새해가 문을 두드렸다.

처음 보는 손님이었지만, 이유 없는 설렘으로 환하게 맞이했다.


2월, 7월, 9월, 10월, 그리고 12월.


생생한 순간의 추억들이 사진에 찍힌 듯 지나간다.

몸도 아팠지만, 아픈 만큼 오래간만에 '나'의 감정도 살아나 꽤나 생생하게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만이 아닌, 사진 속에 담긴 내 표정들도 바라볼 여유도 있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곧 친구처럼 빠르게 가까워진 시간들이 나를 새로운 환경으로 데려가고 새로운 만남을 주선했다. 그렇게 나를 안에서 밖으로 안내했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사실 많이 즐거웠다.

하루를 곱씹으며,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보며, 행복했던 순간들을 하루하루의 유리병에 꾹꾹 눌러 담아 소중히 간직했다. 그렇게 살았다.

약했던 부분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였고,

가까운 사람들과 더 많이 사랑하며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분명 울었던 기억들은 있지만, 그 눈물마저도 그만한 이유를 담고 있기에.

예쁜 구름 너머 더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이 땅 위에 숨 쉬며 살아가게 하심에 감사하다고 기도해 본다.


기차가 멈추면, 역에서 내려야 한다는 걸 안다.

부디 지금은 도착지가 아닌 잠시 머무는 경유지이길 바라며,

내려서 또 하늘을 올려다볼 것이다.

그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역시 예쁠 것이라 믿으며,

잠잠히 남은 2025년의 시간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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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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