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내가 아닌 너를 찾아가는 세상

첫눈 오는 날, 함께하는 우리를 그려봐요.

by 이지희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하던 일들이 더 중요해질 때, 해야만 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렇게 나의 삶의 의미가 계속해서 짙어질 때.

나는 잘 걸어가고 있는지 주변을 살펴보다 자연스럽게 어깨가 무거워지고, 또 한 번 힘이 들어 숨 쉴 구멍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게 된다.


요즘 그랬던 것 같다.

하루하루가 너무 중해서, 그리고 마땅한 일들로 나의 하루가 꽉 채워질 때면 그에 따른 책임감이 짙어져 어느새 내 마음도 버거웠나 보다.

과로로 몸에 이상이 생겨 며칠 밥도 못 삼켜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생각했다.

'내가 내 삶에 너무 욕심을 부렸나?'

아니었다.

'내 체력아 조금만 버텨다오.'

더 아파왔다.

'첫걸음 뗀 지 얼마나 되었다고, 혹시 이대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아직 내 마음속 사랑이 가득한데 어디서 무엇을 멈추나.

'다들 어떻게 이렇게 잘 살아가나요?'

내 자리가 아닌 걸까.


그렇게 하나하나 다 털면서, '포기'만 하지 않고, 하루하루 버텨 보았다.

그러고 나니,

오늘에서야 새로운 눈이 떠졌다.

옆을 보니 동료들의 한숨이 들렸다.

또 옆을 보니 옆사람의 눈물과 미소가 뒤섞인 아련한 희망이 보였다.

내 손에 맡겨진 작은 일이 당신들의 하루에, 내가 속한 곳의 한 발자국이 될 수 있다면,

사랑으로 섬기고 싶어 졌고, 사랑으로 옆에서 함께해주고 싶어졌다.

이상하게 그러고 나니

무거웠던 어깨가 가벼워졌다.


풀린 듯했다.

내 마음의 얽힌 고통이 풀렸다.


'함께'한다는 것.

그것이 감사하고 기쁜 일을 넘어서 얼마나 좋은 것인지.

그 깊이를, 그 의미를 알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

혼자여도 괜찮았으니

함께일 때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렇게 문득 들었다.


해가 지기 전 집에 돌아오니

베란다 풍경이 오래간만에 눈에 들어왔다.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가을이 나에게 인사하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평안하고 따뜻해서 그 시간을 그 공기를 먼발치서 눈에 가득 담았다.

아득히 멀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저녁,

잠시 편의점에 가기 위해 집 앞에 나섰다.

첫눈이 온다.

'아, 행복하다.'

새하얀 눈이 내 손에 떨어지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처음을 마주쳐서 나는 설레었다.

눈이 많이 오면 미끄러질까 운전하다 사고가 날까 조심할 일이 많아지지만,

그래도 너무 좋다.

이렇게 다시 올해의 첫눈을 마주쳐서 너무 반가웠다.



어릴 적 오래도록 만나기를 바랐던 만남이 있었다.

꿈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아득했던 '꿈'이 되어버렸다가

떨어지는 '별'이 되기도 했던

내 마음속 반짝이던 그 꿈은 아주 가끔 현실에 찾아온다.

'첫눈' 같다.

'첫눈'처럼 이렇게 반갑지만 손에 닿으면 녹아버리는,

추운 공기와 따뜻한 마음을 함께 가지고 내 앞에 그 순간을 데려오는 '첫눈' 같다.



좋다.


생각만으로 좋은 사람이 있다면

이미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인 듯하다.

혼자여도 좋지만,

함께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우리의 하루를

'함께' 만들어가는 하루로 채워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너에게 나를 다 내어준다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자신도 없지만

내가 나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면

혼자인 것보다 함께하는 것이

더 행복하고 더 웃을 날이 많지 않을까 해서

그 모습에 관해

꿈은 꿔보려 한다.


내 손과 네 손,

이 양손을 놓고 싶지 않아서.

우리의 세상이 좀 더 하얘지기를

어두운 세상에 하얗게 덮인 눈처럼

함께하는 우리의 행복한 모습들도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이 되기를

기도해 보는

그런,

밤이다.

눈이 내리는 밤이다.



Good bye, Autumn.


Hello! Mr. Snow.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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