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랑이 나를 덮을 때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

by 이지희

어제는 무척이나 추웠는데 오늘은 제법 따뜻한 날씨에 마음이 녹아요.

겨울이 반이나 남았는데 벌써 봄날을 기대하게 되는 건 마음이 앞서 서일 까요.

엉켜버린 실타래가 풀리듯 지난밤 나의 마음도 풀어졌어요.

솔직하게 들여다보니 적어도 나의 감정들에 진실하게 반응하고 싶어 졌고, 그렇게 살아가기로 다짐했어요.

억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듯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는 마음들도 유심히 들여다보았어요.

또 억지로 타인의 길을 내가 만들어 갈 수 없듯이, 내가 가는 길도 나의 손길로 가꾸어야겠다 생각했어요.

화려하고 부하고 늘 북적이는 길이 아니래도,

있는 그대로 내가 가는 길을 매일매일 정돈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내가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나는 큰 사랑 가운데 살아가고 있어서였음을 깨달았어요.

살다 보면 때로는 누군가의 사랑을 간절히 바라는 순간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는 나의 고백을 또 소중히 바라고 기다릴 수 있겠지만,

제가 깨달은 바는, 큰 사랑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게 된다는 것이에요.

적어도 이미 내가 알지 못할 때에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면요.

의지를 해야 건강한 관계가 있고,

의지하지 않을 때 아름다운 사랑을 알게 하는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그런 사람이 우리의 삶에 존재한다면

그 삶을 감당하는 것이 힘이 든대도 그 사람은 나의 일상을 살리는 사람이 될 거예요.

왜냐하면 그 마음이 사랑이기 때문이고, 사랑은 살게 하는 힘이 있어서 우리를 기쁘게 살게 하기 때문이에요.


의지할 수 없다고 힘든 길을 피하자고 사람을 잃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요.

아무리 애써도 하나 될 수 없는 사람과 상황이 있고, 애쓰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는 원석들이 있어요.

나 자신과의 관계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원석을 발견했다면 보석이 될 때까지 아낌없이 바라봐주고 조건 없이 사랑해 주는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반면에 또 다른 마음 한편을 떠나보내야 할 것 같아요.

그간 부자연스러움 가운데 사랑으로 메꾸려 했던 모든 지난날의 수고와 노력을 이제는 놓아보려 해요.

내가 아니어도,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나와는 다른 결로 흘러온,

나의 사랑이 자취를 감춰야 살아지는 결국엔 욕심일 수밖에 없는 것들을 이제는 건강하게 마음에서 보냅니다.


손에 지켜야 할 것과 내 손에서 내려놓아야 할 것을 아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에 오기까지 어려웠던 만큼 마음속에서만 무궁했던 사랑의 실체들이 눈앞에 실현되기를 바라요.

나는 나대로의 단단함으로 내 길을 지켜나갈 준비가 됐으니 말이에요.


내게 소중했던 일상을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다시 찾아왔어요.

오늘 아침은 다시 독서가 즐거워졌고, 글을 쓰는 게 행복해졌고, 오랫동안 나를 떠나가던 모든 일상들이 다시 나를 찾아와 반겨요.

오래전 무지함 속에 보내버린 나의 봄날도

다시 오기를.

나는 기다립니다.

늘 바라기만 하고 준비하지 못했기에,

준비된 모습으로 앞으로 다가오는 시간 위에 지난한 값을 내고 승차합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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