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밤, 불도 켜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한 채 새벽을 견디고 기다리며 눈을 감아봐요.
아플 때 찾아오는 손님의 마음이 귀한 것처럼
희망 없는 밤, 지친 내 눈을 들어 사랑을 하게 하는 한 사람은, 따뜻한 공기로 나를 감싸 눈을 들어 하늘을 보게 하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죠.
만약 어디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쉽게 되는 것이 없는데 어떡하죠?
세상에선 심각히 여기지 않는 자잘한 일들이 나를 고통스럽게 해요.
새처럼 날아보라는 아이의 말에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날고 싶은 것처럼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인데 어떡하죠?
분명 행복한 어릴 적 내 모습은 가끔씩 선명히 나를 찾아오는데도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없는 것처럼
같은 ‘나’이지만 달라진 나의 현재 모습의 면면 앞에
힘을 뺄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을 어떡하나요.
아이처럼, 순수하게 살아가고 싶네요. 순수하게 사랑하면서요. 아이는 될 수 없으니 그 모습이라도 잃고 싶지 않은데, 함께여야 가능한 세상 앞에 혼자서 서성이다 막힌 담을 등뒤로 앉아 또 한 번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요?
꿋꿋하게 돌고 돈 채 열심히 살아온 어제 앞에 내가 도착한 곳은 내가 필요한 곳뿐인 것 같아요.
지친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내 부족한 면만 보이고
울며 아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무너지는,
괜찮아질 아이의 모습을 믿고 기대하면서도
나는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아 슬픈 밤입니다.
가끔 살아가다 보면 사랑을 하게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누군가에겐 가족이고 자녀이고 또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죠.
벼랑 끝에서도, 받은 사랑을 다 잃은 채 나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망가져 있을 때도,
사랑하는 방법을 까먹은 시간들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내 눈을 붙잡아 내 마음을 듣게 하고 사랑을 하게 하는 그런 한 사람을 인생에 한 번씩 보내 주시는 듯해요.
그래서, 선물이겠죠.
바보 같은 소리들은 가끔은 진공상태에 묶어두고
선물을 보내준 이유를 찾으러 여행을 떠나봐야 할까 봐요. 뭐든 마지막이란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