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아래

by 이지희

가끔 말문이 턱 막히고 손끝의 진동이 멈춰 타자조차 치기가 어려울 때가 찾아옵니다.

하루, 이틀, 삼일.

그렇게 한 주, 두 주가 지나고 내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음을 엄마가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이렇게 노트북을 폈습니다.

더 잘 지낼 수 있다고 다짐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지금 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내온 건데.

그늘진 파도는 왜 나를 비켜가지 않고 머리 위로 덮쳐오는지.


눈물이 글썽여요.

이유를 알 수가 없어요.

꾹 참고 미소를 띠지만,

마음이 아파와요.

아무래도 버거운 듯합니다.


꼬리에 무는 생각들은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그저 지금, 오늘 하루에 집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무엇을 돌아봐야 할까요?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가끔 이렇게 넘어져요.

그런데 어떻게 넘어진 것인지를 기억하지 못할 만큼

내가 넘어졌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게 되어 그게 좀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다짐해요.

되뇌어요.

괜찮아졌다고 말이죠.


오늘처럼, 내일도 건강하게 하루를 보내보려 합니다.

감사함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고,

사랑하는 성경을 읽고 아침을 든든히 먹으면서 말이에요.


가끔 텅 빈듯한 마음이 나를 몰아세우는 듯 하지만,

나를 재촉하지 말아요. 나는 어떻게든 버티니까요.

또 화창한 날이 오겠죠.

아픈 사람들, 병든 사람들. 내가 먼저 손 내밀어줄 날도 오겠죠.

나의 글들도 겨울에 머무르지 않고 봄을 그리는 날이 오기를 그리며

오늘밤은 늦게 잠에 듭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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