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쏟아지는 밤(1)

나의 열심

by 이지희

별들이 쏟아지는 밤, 나는 나 자신에게 약속을 했다.

이 쏟아지는 별들이 다 나를 비켜간대도 아쉬워하지 말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도 울고만 있지 말고 견뎌내자. 그리고 나를 지으신 신을 신뢰하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나의 열심을 꺾지 않고 나를 포기하지 않는 열심으로 방향을 바꾸어 주었다.





1

별 하나 잡으려, '적어도 내 별 하나는 있겠지'하는 마음에 모든 열심을 쏟아내는 중이었다.

이미 많은 힘을 다했기에, 나는 점점 다할 힘이 없음을 알아채고 있었지만.

나의 모든 열심을 누군가 탐을 내어 가져간대도 다시 찾아올 마음의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기에.

나는 모든 선한 길 위에서 더 굳건하게 나 자신만은 지키자고 다짐을 했다.


나의 열심은 기대를 바랐고, 기대는 실망이 되어 모든 결괏값에 반복되는 0만을 기록했지만, 적어도 내 마음만 추스르고 내 입만 닫고, 내 열심에 대한 책임은 나 혼자서 지면 되니, 그저 홀로 나 자신을 토닥여 이 위기를 넘어가자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그 다짐을 계속해서 위협과 두려움으로 바꾸는 역설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되어 나는 힘이 빠졌다.

열심을 다하고도 되려 그 열심 때문에 나는 논리에 걸맞지 않은 그저 슬픈 감정을 억눌러야만 하는 견디기 힘든 고통의 세계를 마주하게 되었다.



2

특정한 상황과 사람을 피해 다녔다.

잘못해서가 아니라 잘 못하겠어서. 선함만으로는 어리석은 자가 되는 이 상황이 이제는 참 쉽지가 않아서 바보가 되기 싫어 열심에 대한 값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만이라도 지키자는 그 다짐으로. 이미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나의 자존감과 무언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유독 별 헤는 밤이 슬퍼 보였나 보다.

꿈과 소망, 희망과 사랑이 가득했던 낭만의 밤을 슬픔의 밤으로 바꾸어버린 그대는 대체 얼마나 곤고한 사람인가.

사람을 사랑하지만,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욕심에 눈이 멀어 자신만을 망치는 것이 아닌 줄곧 다른 이들과 함께 파멸하고자 하는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을 애석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리석고도 불쌍한 인간의 본성의 화살은 나를 향해 왔다.

화살에 쏘여 아파도 죽고 싶지 않았다.

이유도 알 수 없고 답답한 상황이라 해도 나는 그 악함 앞에 굴복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기에.

나를 아무리 아프게 해도 내 생명의 주인은 따로 계시기에 나는 나를 놓지 않았다.


그렇게 버티고 버텨 계속해서 걸어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추스를 것도 버릴 것도 바뀔 것도 생각할 겨를 없이 나는 다시 새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몇 년이 흘러 기억조차 나지 않는 때가 왔지만,

애석하게도 같은 사람과 같은 상황의 출현은 나를 다시 아픈 곳으로 데려갔다.



3

지금의 시점에 와서 나의 일상을 영위하기 위하여 해결책을 간구한다 하더라도.

현실을 인정하고 문제를 직시하며 상황을 판단하는 모든 과정이 필요하다 하여, 당사자로서 그 모든 것을 마주해야 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우습다고 느껴지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다.

갑과 을이 난무하는 이 세상 속에서

'갑'의 위치가 아닌 '을'의 위치에서 노여움과 억울함을 외치는데 열심을 두기엔 그 마음의 진정성에 내 진심을 담을 수 없기에 나는 도돌이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 종착지의 좌표를 좌절이 아닌 희망에 걸어둔다.

그 누구를 위한 희망이 아닌, 지극히 평범하지만 내겐 가장 소중한, 빛나는 별과 같은 나의 일상의 회복에 말이다.



4

때로는 모르는 사이임에도 위로가 되는 이들이 있다.

마음속을 맴도는 노랫말 한 구절이 축 처진 내 어깨를 토닥이기도 한다.

이제는 안다.

꼭 눈에 좋아 보이는 확실한 것들만이 전부가 아님을 말이다.

이제는 안다.

보석 같은 진주가 조개 속에 숨겨져 있음을.

이제는 안다.

두려움의 순간들은 순간 위에서 떠나보내야 할 것이고,

따뜻한 순간들은 마음속 깊이 심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나를 바라보고, 또 누군가를 바라봐 주는 것에 진심을 쏟는다.

내가 사랑하는 길 위에 나의 사랑을 귀히 여겨줄 이를 만날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믿기에.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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