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하고 힘든 하루,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잘 지나가고 있음에 감사하는 요즘이다. 얼마 전, 무슨 일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 어떠한 순간 이후 나는 깊은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에 열 올리며 살아온 지난 청춘의 시간들 속에 나는 좋은 감정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사실 슬픔을 간직했던 나날들이 더 많았기에 나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 '사람'이라는 존재가 참 힘들고 아프게 느껴져 다시는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냥 하게 되는 그 사랑이 몸에 베인 것인지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도, 나는 그렇게 이 생명을 그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채로 그렇게 사랑하며 지내온 것이다.
새로운 깨달음 뒤, 나는 지금의 이 사랑의 대상은 특별함을 상기했다. 한 사람의 탄생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성장과정을 바라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렇게 일상의 고단함에 지쳐 현실이 싫증이 나려 할 즈음 또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세상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다양한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 나는 늘 어디쯤 내가 있는지 나도 모르게 궁금해온 것 같다. 그러나 슬프게도 늘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로 공허함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늘 어딘가에 영원히 완전하게 속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사회 속에서 소속감을 느낄 때에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늘 각양각색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내 존재가 크게 흔들리지 않게 해 줄 수 있는 그 중요한 존재가 가정임을 생각해 보았지만.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가정 역시 불완전한 공동체임을 알 때 결국 인생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여정의 길임을 깨닫고 우리는 진정으로 혼자가 되어버리는 듯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렇기에. 누구나 그러한 순간이 올 때 함께 공감해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내가 내 아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음은,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나는 묵묵한 안정감을 이루는 가정의 일원으로 따뜻한 정원과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 나는 그렇기에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내가 알아온 세상보다 아름다운 세상이 많이 목격된다. 따뜻한 햇살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머무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던 그리 차갑지 않은 바람도 작고 여린 아기들에게는 위협의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알았을 때, 나는 작은 내 품도 아이에겐 큰 방어막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세상이 참으로 소중하다 여겨졌다. 아기를... 더 좋은 곳에,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하기 위해서 내가 지금 준비하는 커리어가 중요함을 안다. 그러나 어떤 위대한 일이 내 앞에 주어진다 해도, 그래서 더 좋은 환경이 수여된다 하더라도, 늘 지금보다 더 나은 하루는 없는 듯이 그렇게 아기와 지내고 싶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늘 그렇게 다른 듯 같은 일상으로 아기에게 평온한 일상을 선물하고 싶다.
진정으로 아기를 사랑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하다. 사랑해도 사랑해도 부족하지 않은 사랑이 내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올 때 아기의 어떠한 모습도 나는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음에 감사하다. 물론 때때로 작은 이마를 콩! 하고 싶은 순간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내 마음을 스쳐 지나가지만 말이다. 장난꾸러기는 확실한 것 같은 아이의 성향에 울고 웃으며, 뜨거운 여름도 보내고 이렇게 햇살 가득한 가을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