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장 괴로운 일

불편한 진실, 삐걱대는 관계

by 이지희

혼자 설 땐 쉬우나, 함께 서려니 자리가 좁다. 함께일 땐 여유로우나, 혼자 하려니 힘이 부족하다. 무슨 길을 택하겠는가? 혼자 가는 길? 함께 가는 길? 나는 둘 다 가는 길을 택하고 싶다. 혼자일 땐,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내공을 키우고 함께일 땐 내가 없어지지 않으면서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길을 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이것이 불가능해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기쁜 일들도 많았고 행복한 순간들도 많았지만 괴롭고 힘들었던 나날들은 늘 길게 나를 따라다녔다. 나를 돌아보며, '내가 가장 괴로워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청소년기에 꽤 오랫동안 아파서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번뇌에 빠졌을 때? 넉넉하게 살아왔던 가정환경 속에서 '돈'에 대한 실체와 허무함을 깨달았을 때? 혹 많이 아끼고 소중했던 친구들과의 이별? 아니었다. 내가 가장 힘겨워하는 것은, '진실'되지 못한 마음으로 인하여 깨진 관계의 파편들을 견뎌내야 하는 시간들이었다.


'신뢰, ' '진실, ' '사랑, ' 이 모두는 인간관계 속에서 내겐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지금까지 나는 진실함을 기반으로 신뢰를 쌓고 사랑 안에서 관계의 꽃이 펴진다고 믿으면서 자연스레 타인과의 소통을 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가끔가다 오랫동안 미로에 갇혀버린다. 나를 포함하여 사람은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왜 때때로 서로에게 진실하지 못할 순간들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로 인하여 깨진 신뢰로 아프고 힘들어하는지 나 자신이 가끔 답답하다. 불완전함 속에서 상대를 신뢰하고 진실하게 대하는 것은 나에겐 몸에 밴 습관처럼 고쳐지질 않는다. 유동적인 관계를 맺고 싶은데 어쩌다 보니 일방적인 관계로 역행하는듯하여 나는 때때로 괴롭다. 차라리 이 괴로움을 피해 혼자이면 낫지 않을까 싶다가도 그것은 더 건강하지 못한 내가 되기에, 이렇게 글을 쓰며 마음속에 있는 여러 번민들을 말하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관계가 삐걱대는 이유로서 갖가지 다채로운 색상을 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들을 나는 이제 잘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적어도 상대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이라는 큰 덕목 안에서 그에 맞는 각양각색의 신뢰와 진실함을 버리지 않은 채로 나를 지키며 우리를 지키는 사람 말이다.


무례한 사람들,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범주 어딘가에 끼여 있는 나까지도. 현명하다 불리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람들에 대해 때때론 거리를 두고 멀리하라는 지침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어쩐지 나의 마음은 완전히 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나의 아집이나 바보 같은 미련이 아닌 더 큰 것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 다듬고 메꿔야 할 관계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위해서 더 나은 소망을 위해서 우리가 그 속에서 조금이라도 변화될 수 있다면 적어도 '진짜 마지막 기회'라는 이름을 붙여서라도 기다려줄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다리는 시간 안에서 더는 진전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결말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미리 외면하는 것은 왜인지 그 관계를 유지해 온 '나' 역시 포기하는 것이 되는 것 같아서 나는 내 마음속에서 쉽사리 사람을 포기할 수 없다. 덧붙여 상대가 내 가족일 때엔 나는 사랑하기에 피할 수 없고, 나를 지키기 위해 더더욱 이 불편한 진실을 다룰 수 있는 지혜로운 힘이 내게 필요함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요즘 난 어릴 때보다 성인이 되고 나이가 먹을수록 진실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전보다 지금 더 나는 단단하게 성숙하고 성장하는 어른이 되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아무리 삐걱대는 관계에 직면하더라도 그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적어도 내가 사는 삶 속에서는 사랑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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