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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엘 Aug 01. 2023

비염이 있는 딸아이에게 미안하다




비염이 있는 나는 유년시절부터 온갖 방법으로 나아지고자 노력했다. 


애가 무슨 노력을 했겠는가. 부모에게 계속 말하고 징징거렸을 것이다. 이런 나를 안타까워하시던 어머니 역시 본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주셨다. 좋다는 약은 다 구해주셨다. 내 고통과 요구를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다.


하물며 동네 약사와 친분을 쌓으시고는 약사도 공식적으로 팔지 않는 경로의 약을 구해다 주실 정도였으니...


그땐 인터넷도 없고 이렇다 할 정보도  구하기 어려웠을 때다.


지금도 나는 비염으로 종종 고생하지만, 어머니의 노력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두 딸의 아가시절,


코가 막혀 답답해하는 걸 보면 

내게 그 답답함은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오곤 했다.


망설임 없이 내 입을 딸들의 코에 대고 빨아들였다. 

잠시라도 숨 쉬는 데에 편해질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요즘은 이럴 때 필요한 흡입기구들도 좋은 게 많더라. 약도 맞춤형으로 종류가 많다.






고등학생이 된 큰 딸아이가 가끔 코를 훌쩍거리면 나는 미안해진다.


아빠인 나를 닮아서 그런 것 같아... 


딸 주변을 맴돌며 상태를 살핀다.


삶으로, 몸으로 경험한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고 조언하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누르며 ㅋ


필요하면 아빠를 부르라 일러둔다.

성분이 다른 온갖 종류의 약들이 구비되어 있기에 일시적으로 네 콧물을 말릴 수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염려치 말라고~


간단히 말하고는 행여 아이가 나를 부를까 싶어 근거리에 위치하고 귀를 세우고 있다 ㅋ


내 어머니도 틀림없이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정보나 약이 변변치 않았더라도 마음은 같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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