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이 있는 나는 유년시절부터 온갖 방법으로 나아지고자 노력했다.
애가 무슨 노력을 했겠는가. 부모에게 계속 말하고 징징거렸을 것이다. 이런 나를 안타까워하시던 어머니 역시 본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주셨다. 좋다는 약은 다 구해주셨다. 내 고통과 요구를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다.
하물며 동네 약사와 친분을 쌓으시고는 약사도 공식적으로 팔지 않는 경로의 약을 구해다 주실 정도였으니...
그땐 인터넷도 없고 이렇다 할 정보도 구하기 어려웠을 때다.
지금도 나는 비염으로 종종 고생하지만, 어머니의 노력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두 딸의 아가시절,
코가 막혀 답답해하는 걸 보면
내게 그 답답함은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오곤 했다.
망설임 없이 내 입을 딸들의 코에 대고 빨아들였다.
잠시라도 숨 쉬는 데에 편해질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요즘은 이럴 때 필요한 흡입기구들도 좋은 게 많더라. 약도 맞춤형으로 종류가 많다.
고등학생이 된 큰 딸아이가 가끔 코를 훌쩍거리면 나는 미안해진다.
아빠인 나를 닮아서 그런 것 같아...
딸 주변을 맴돌며 상태를 살핀다.
삶으로, 몸으로 경험한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고 조언하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누르며 ㅋ
필요하면 아빠를 부르라 일러둔다.
성분이 다른 온갖 종류의 약들이 구비되어 있기에 일시적으로 네 콧물을 말릴 수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염려치 말라고~
간단히 말하고는 행여 아이가 나를 부를까 싶어 근거리에 위치하고 귀를 세우고 있다 ㅋ
내 어머니도 틀림없이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정보나 약이 변변치 않았더라도 마음은 같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