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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엘 Aug 01. 2023

발골절 블루스

걷게 되면!


발골절 후 나의 아침기상 행동이 바뀌었다.



평소 눈 뜨자마자 기상하여 바로 움직이며 양치, 물 마시기, 기도, 책 읽기, 쓰기 등의 루틴을 하였으나,

이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깁스를 두른 오른발이 버겁다. 밤새 깁스에 시달린 듯 무겁기만 하다. 

왼발도 마찬가지.


전날 오른발 역할까지 하느라 발목이 시큰대니... 침대에서 나와 바로 왼발을 바닥에 닿게 하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른 손목도...


발이 불편하니 손을 짚을 때가 많았는데 무게가 실렸겠지.





나는


누운 채로 한동안


왼발과 손목을 돌린다.


달래듯이 천천히


행여 불안해질까 마음도 달래며...


그리고는


침대에 걸터앉아 기도를 끝내고


잔뜩 피가 쏠려 있는 깁스한 발을 보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 삶도 언젠가부터 이렇게 쏠려 있었던 건 아닌가.





결혼 초 무렵...

나는 아내와 대화 나누는 도중에도 일 생각을 하곤 했다. 도무지 마음의 여유를 갖기 어려웠다.

키즈카페에서 뛰어노는 딸의 흥분과 즐거움을 함께 느끼며 놀아준 적도 없다. 


예민하고 골똘하여 아내에게 핀잔을 들으면서도 어딘가에 늘 쏠려있는 생각과 감정은 변화되기 어려웠다.



그런데 나는 달라지고 있었다.

의지를 품고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나는 서서히 변화되었다. 

특히 발을 다치고, 아주 화룡점정이다 ㅋㅋ


미처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소중한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보고 느낀다.

크게 소중하다 표현도 한다.


오늘 아침,

걷게 되면 바로 여행부터 같이 떠나자는 아내의 말이 고맙고 소중하다.


걷게 되고 난 다음!


나에게 '다음'이 있다는 것이 소중하고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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