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김밥을 싣고
사랑은 김밥을 싣고
아내가 주일인 오늘 아침 일찍 병문안을 왔다.
교회 가기 전 잠시 들렀다고 하는 아내의 손에 강화유리 반찬통이 들려 있었고, 그 안에는 두 끼를 먹어도 좋을 양의 김밥이 들어 있었다.
아내는 어제저녁에 쿠팡으로 김밥재료를 구입했고 새벽에 김밥을 말았다고 했다.
아내가 집에서 출발한다는 톡을 보고 나는 바쁘게 휠체어를 몰고 밖으로 나갔다. 아내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바람이 제법 쌀쌀했다.
색다른 주일 아침이다.
늘 움직이는 시간과 동선이 정해져 있는 것이 주일 아침인데,
한산한 도로 옆 비탈진 인도 위에서 아내를 기다리며 행여 넘어질까 브레이크를 꽉 잡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내가 무척 어색하다.
아내와 병원건물 1층 빵집에 들어가 마주 앉았다.
아내가 김밥을 꺼내어 내게 보이며 한마디를 건넨다.
"싱거울 거야"
맛을 보니 정말 그렇다.
이 재료 저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함께 웃는다.
하지만
재료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마음이 들어있는데.
나는
"맛있는데~"
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나니 정말 맛있다.
싱거워도 맛있다.
싱겁게 맛있다.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주일새벽에 일찍 일어나 김밥을 말다니...
내 그윽한 눈빛에 아내는,
"오빠도 먹고, 애들도 먹으면 좋으니까..."
아내의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에
심장이 녹는다.
발통증이 사라진다.
나는 빠르게 회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