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기 전, 취업을 했었다.
직장에서 제시한 조건과 환경이 좋았다.
지금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당시에 그만한 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괜찮은 직장이었는데,
20대 중반에게는 참 비전 없어 보이고, 열정을 발휘하기에 맞지 않았나 보다.
지나치게 여유 있고, 시간도 여유로운 데다가 사내정치도 필요 없는..
적당히 하면 되는 직장!
참 엉뚱하게도
나는 바로 그 '적당히'가 스트레스였다.
유별나다는 소리 많이 들으며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었다.
당시 부모님께서는
아들이 첫 직장을 얻었고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을 고려하여
내게 작은 임대아파트를 마련해 주셨다. 혼자 살기에 방도 많았고 깨끗하고 넓었다. 거의 새집 수준!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
다른 부모들 다 자식들에게 이렇게 해주는 줄 알고...
집을 구하고, 계약을 하며
보았던 부모님 모습이 이십 년 만에 떠올랐다.
잔잔하게 기뻐하시지만
첫 직장 출근을 앞두고 긴장한 아들에게는 애써 내색하지 않으셨던...
아버지 얼굴.
어머니는 내가 퇴근하면 종종 집에 와 계셨다.
이웃들과 안면 트시고 담소하시며
즐거워하셨다.
아들 집에 오가실 때 흐뭇해하시던 부모님.
처음으로
그 집이 부모님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넌지시 이해가 되고 있다.
나는 내 자녀들에게
내 부모님이 내게 하셨던 만큼 하고 있던가. 할 수 있을까.
자식은 당시에는 모르는 거 투성이다.
지난 후에 아는 거지.
그렇다고 내 부모님이 내가 이런 정성을 알아주길 기대하고 내게 베푸셨겠는가.
몰라도 괜찮고
알아주면 고마운 게 부모마음.
아버지가 많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