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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엘 Sep 15. 2023

하와이 여행을 앞두고

여유와 의미

추석 지나고 가족여행으로 하와이를 갈 예정이다. 처음으로 하와이를 갈 생각을 하니 설렘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 드디어 갈 수 있게 된 거다. 크게 내색하진 않지만 나는 상당히 기대가 되고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다.  


하와이로 떠나는 것에는 몇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데, 





첫 번째 의미는 퇴사기념! 

6월에 퇴사했기에 시간은 좀 지났지만 뭐 어떠랴. 사실 마음으론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에 뭔가 기념을 하고 싶었다. 강렬한 의미가 될 수 있을만한 것으로! 

하와이가 딱이었다. 


퇴사한 내게 아내는 이런 시간이 또 언제 주어지겠느냐며 틈틈이 짧게라도 혼자 여행을 다녀오라 말해주었었다. 너무 고마운 얘기지만, 가족과 함께 있고 싶었다. 회사생활할 때야 하루하루가 피곤했으니 혼자 떠나고 싶고 고립되고 싶어서 혼자 그렇게 제주도며 휴양림을 돌았던 거고.


지금은 언제든 혼자가 될 수 있어서 그런지 혼자 여행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지금도 하루하루의 일상 자체가 혼자 여행하는 것 같다.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기쁨이 있다. 대신 스스로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정신과 신체를 단련한다. 인생의 넥스트 스텝을 준비하며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운동하고, 독서하고, 글을 쓰고, 교류하며, 다음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생활 패턴 자체가 내겐 즐거운 여행인 거다.







두 번째 의미는 수술 후 회복 여행! 

올해 3월에 태어나 처음으로 골절사고를 당했다. 내가 그리 액티브한 사람도 아니고 어디 부러질 만큼 신체활동을 하지 않는데 억울한 마음이 있었다. 어이없는 사고였으니까. 쪽문에서 맞은편에 오는 사람들 피해 주다가 삐끗!

발날이 부러져 버렸다. 


골절되고도 이게 그리 큰일이 아닌 듯, 몸에 무지했던 나. 

수술실에 들어가 척추마취를 다 해보고 병원에서 오랜 시간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삶을 되짚어 보게 되더라. 가족의 고마움, 내게 이런 사고가 생긴 이유들에 대해.. 덕분에 올해 벚꽃 한송이 보지 못한 채 병원생활을 하며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 


골절이 있기 전에 이명도 있었고, 그 외에도 신체적으로 좋지 않은 시그널들이 있었는데 긍정의 마인드로 모두 극복해 보겠다며 객기를 부렸었다. 


사람의 신체는 노화되기 마련이다. 안 쓰면 녹슬고, 단련하지 않은 곳은 퇴화된다. 세포는 죽어가고 몸은 예전 같아지지 않는다.


발골절로 수술을 하고 회복과 재활의 시간을 보내던 중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줄 알고 있기도 하더라. 


당시에는 뚜렷한 이유 때문에 퇴사를 결행하였지만 지나고 나니, 몸이 안 좋아 퇴사했다는 이유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구나 싶다. 나오길 잘했다. 계속 달렸으면 또 어디가 아팠을까.. 싶다.


퇴사 후 3개월 즈음된 것 같은데, 이명이 사라졌다. 정말 희한하다. 이해가 안 된다. 왜 사라졌지?

굳이 이유를 찾자면 아침에 알람을 맞추지 않고 일어나는데, 그 이유 때문이랄까? 출퇴근이 없어서인 걸까? 

둘 다 인 것 같다. 


퇴사 후에도 여행 생각이 있었지만, 하와이를 바로 가기에는 몸에 무리가 될 것 같았다. 발골절 후 재활의 시간이 필요했다. 퇴사하고 바로 하와이를 갔다면 잘 걷지 못해서 가족들에게 미안했을 것이다. 


지금의 몸상태는 내 인생 중 최고다! 2개월 반 동안 10킬로를 감량했다. 오로지 운동으로! 재활로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스스로 가벼워진 걸 느낀다. 덕분에 하와이에 갈 수 있는 체력이 만들어지고 있다.  





세 번째 의미는 결혼기념일 기념!

코로나 전까지는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이라도 해외여행을 꼭 가보자 했었다. 결혼기념일 즈음이 시기가 항상 좋았다.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고 어디든 다녀와서 한국에 돌아오면 제대로 된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으니까. 나갈 때도 좋고 돌아와서도 좋은 시기.


생일은 대충 지나가도, 결혼기념일은 좀 챙기고 싶어 지더라. 결혼이 내 인생에서 다시 태어났던 날이니까. 항상 그런 마음이었다. 요즘은 더 기념일을 기념하고 싶은 생각이 커지고 있다. 화려하거나 돈 많이 쓰는 그런 것보다 기억에 남도록 기념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결혼하고 아내와 몰디브를 갔었다. 나는 결혼식 전날까지 야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지나치게 일에 치여 지내다가 결혼식장에 들어갔고 엉겁결에 행복을 만끽할 틈도 없이 그냥 행사 치르듯 결혼식이 마무리되었다. 인천공항에 가서 아내와 꽁냥꽁냥하며 몰디브로 떠날 때가 평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하와이로 떠나는 순간과 하와이에 있는 동안,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의 모든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마음으로 깊이 느끼고 기념할 것이다. 이번에는 준비도 여유 있게 할 것이다. 쫓기듯 결혼을 준비했던 나를 떠올리며 의도적으로 여유를 갖추고자 한다. 


어디를 가든 풍요로운 마음이 있다면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어제 여행사에 잔금을 모두 치르고, 드디어 가는구나.. 실감 중이다. 


여행은 의도하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으면 떠날 수 없다. 내 마음이 여유가 있으니 여행은 벌써 즐겁게 다가온다. 의도적으로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여행도, 일도, 관계도 모두 여유 속에서 이뤄가자. 결국 자신의 생각과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만든다. 아무리 좋은 여행, 좋은 일자리, 좋은 사람과 어울려도 내 마음이 지옥이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러고 보면 

인생 참 쉬운 듯 보인다. 마음으로 먼저 행복을 결정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행복할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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