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우여곡절이 있었더라도!
대학원 동기이자 소울메이트와 통화하며,
"형님, 그때 기억나요? 우리 처음 만난 게 딱 10년 전 대학원 설명회 때였네요"
"아 그래? 난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정말 그때였던가?"
10년.
"형님 정말 열심히 했죠. 박사도 하고.. 이것저것..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을 하신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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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정말 열심히 살았네'
정말이었다. 이 친구와 만난 지 십 년이 되었고,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포함한 10년간 내가 걸어온 길이 되짚어지는 거다.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장면들이 뇌리에 스친다.
순식간에 가슴이 먹먹해오더니 뜨거운 무언가가 목구멍을 타고 얼굴 위로 올라온다.
아 정말 십 년이구나.
참 쉼 없이 달려왔다
이어지는 대화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형님 떠올려 보니까.. 뭔가 해냈다는 것이 중요한 거다. 이런 생각이요. 대학원 석사 시절에 별별 우여곡절에 어려운 일 다 있었지만, 형님은 그 외길로 묵묵히 가신 거예요. 그리고는 박사까지 해 내시고, 코칭으로 대기업에서 엄청난 일들도 해내셨고. 과정이 무엇이든 요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해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친구는 나의 십여 년을 꼼꼼히 기억하고 있다. 처음 대학원 입학 설명회에서 만났을 때 모습과 수업 내내 내가 얼마나 전투이고 절박하게 매달려왔는지도!
"형님은 맹장이 터지기 직전인데 고속버스 타고 서울 올라와서는 하루 열 시간가량의 수업을 참여했었어요. 다시 고속버스 타고 귀가해서 병원입원했던 거. 저는 다 기억나요. 그렇게 아프기도 했고, 또 최근 몇 년 전 형님 아버지 돌아가시고 별별일 많았어도 그래도 학위를 마치고, 일들도 우수하게 해내셨고요 "
평소에는 잊고 지냈던 일들. 이 친구여야 그 스토리들 들출 수 있다.
10년간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그리고 열심히 한 만큼의 성과들이 있었다.
정확히 10년 전.
막막하고 막연하며
얕은 기반에 의욕만 넘치는 30대의 내가 보인다.
현재!
별안간 10년이 구분 지어지는 시점!
지금부터 앞으로의 10년!
앞으로의 10년도 만들어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성찰이 가슴에 밀려들어온다.
'선택하고 집중하면 되겠구나.'
10년 뒤라 할지라도 60세도 안되었을 나이다.
지금 나는 뭐든 선택할 수 있겠구나.
내 필드에서 뭐든 해도 되겠구나.
걸어온 발자국이 나를 밀고 간다는 말이 있다.
십 년을 한 길로 우직하게 걸어올 수 있었다는 것.
지나온 십 년이 기반이 되어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구나.
다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