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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닌 Jan 10. 2023

알아버렸어요. '뜨거운 커피'의 맛

맛과 나이의 상관관계


따뜻한 커피가 좋아졌다. 마시는 것에 있어선, 가장 기본인 물부터 찬 게 좋지만 그중에서도 커피만은 유독 '아이스'만을 고집하던 나였다. 늘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만을 대던 입이 따뜻한 걸 찾는다.


회사 옆 자주 찾는 카페에서도 전에 시켜본 적 없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가끔은 번갈아가며, 따뜻한 라떼와 카푸치노를 고른다. 여전히 차가운 것에 먼저 반응하는 관성은 남았는지 키오스크의 마지막 '주문' 버튼을 누를 때까지 '아이스'와 '핫'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손가락은 결국 뜨거운 것의 손을 들어준다. 겨울 추위에 진 건지, 그렇고 그런 나이가 된 건지.


따뜻한 커피가 좋다. 사진=픽사베이


서른 중후반.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어갈수록  맛에 대한 감각과 나이에는 어떤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어릴 때는 먹지 않았던 음식이 하나씩 입에 익숙해지면서 나이를 먹는 것처럼 말이다.


내게 생선국은 그런 음식이다. 제주에선 각재기, 갈치, 멜처럼 싱싱한 생선에 그저 푸른 배춧잎 정도만 넣어 끓이는 국 종류가 흔한데, 어릴  입에도 안 댔던 이 국 요리의 심심하면서도 깊고 시원한 맛을 이제는 조금 안다. '지금은 가리지 않는다'는 정도를 넘어  때때로 그 맛이 생각나 일부러 찾아 먹기까지 한다.


"고수 많이 넣어 주세요."  사진=픽사베이


생각해 보니 지난해부턴 고수도 먹기 시작했다. 쌀국숫집에 가면 여지없이 빼 달라던 고수를 일부러 더 추가해 듬뿍 올린 국수 한 그릇을 시킨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가늘고 푸른 잎을 씹을 때마다 올라오는 특유의 향이 '호감'이다. 첫 만남의 낯섦과 어색함은 오간 데 없다.


흔히 인생이란 단어를 말할 때 여러 가지 맛을 양념처럼 넣고는 한다. 인생의 쓴맛, 단맛, 매운맛처럼. 이쯤 되면 음식의 맛을 알아간다 것은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의 또 다른 말이지 싶다. 그나저나 이미 열흘 전에 나이는 한 살 더 먹었고,  올해는 어떤 맛을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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