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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닌 Mar 17. 2022

우즈가 아이를 키우는 법

"학원요? 에이, 자기가 원하지 않는데 보낼 필요가 있나요?"


아이를 낳기 전엔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네 살, 두 살 배기 두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이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걱정이 쉬이 욕심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알겠어서다.


"우리 아이는 벌써 한글을 읽어요", "3살 때 이미 알파벳을 땠어요."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아무렇지 않기란 쉽지 않다. 비슷한 또래 아이를 기르고 있다면 더 그렇다. 제 아이와의 비교도 시작된다. 그러다 혹시나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치민다.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 했지만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걱정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때가 되면 다 한다는 걸음마가 늦는다고 고민하고 눈 맞춤이 어렵다고 아이의 발달에 문제가 있진 않을지 초조해했다.


모든 게 비교에서 시작됐다. 조금 늦될 수도 있고, 아이마다 성향이 다를 수도 있다는 데 너그럽지 못했다. 이맘때 꼭 해야 하는 것에 집착했다. 내 딴에는 아이에 대한 관심이었다지만 생각해 보면 욕심이 컸다. 내 아이가 뭐든 더 잘하고 앞섰으면 하는 뭐 그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한 대회에서 아들 찰리와 함께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건, 이런 욕심이 안 보여서다. 세계 최고의 타이틀을 가진 그로선 제 아들이 자신의 재능을 물려받고 그와 같이 최고가 되길 바랄 수 있겠다 싶지만 우즈가 보여준 모습은 달랐다. 아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코치하기보다 한 발짝 물러서 지켜봤다. 샷을 하고 퍼트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들 찰리는 물에 공을 빠뜨리고 퍼트를 놓치기도 했지만 간섭에서 자유로웠다. 그래서인지 찰리에게서도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못하면 어쩌지 하는 초조함 없이 의연했다. 결과 면에선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을 진 몰라도 열한 살 아이는 결과를 떠나 더 큰 것을 얻었을 것이다.


우즈의 육아관을 잘 알진 못해도 그가 어떤 아빠인지는 알 것 같다. 그 곁에서 찰리는 제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아이로 커가겠지. 쉽지는 않지만 육아 초심을 되뇌게 되는 날이다.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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