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형의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
"운명은 이렇게 질기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행로를 실현시키려는 무시무시한 관성을 가진 존재다.
(중략) 그렇다고 노력도 하지 않고 운명의 변화 가능성을 송두리째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운명을 뛰어넘기 위해 우리는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힘든 삶의 행로가, 그 운명이 언제나 그대로라 하더라도 삶을 포기하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운명만큼 질긴 것이 우리 삶이기 때문이다.
... (중략) 점의 가장 큰 위로는 바로 그것이다. 정해진 운명이 분명히 있다는 것,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 운명이 아무리 잔혹하고 뛰어넘을 수 없다 해도 그 상황을 견디고 꿋꿋하게 살아남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
점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이것이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이 확인하고 또 확인한 사실이다.
사람은 그렇게 운명보다 강하다. 점의 마지막 말이다."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 중에서. 이지형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
한 사람의 삶은 태어나는 순간 정해져 있다, 모든 게 운명에 좌우지된다는 전제는 삶의 주도성을 부정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운명의 바깥으로 나아가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탓이다. 그러나 저자는 운명의 존재를 말하면서도 이를 넘어서 온 사람의 강인함을 강조한다. 누구나 거부할 수 없는 생의 흐름이 있지만 어느 상황에서든 꿋꿋이 견디고 살아남은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이다.
힘들지 않은 삶은 없다. 환희의 길을 걷고 있어도 모든 것은 한때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이 지나면 거센 폭풍우가 몰아칠 수도 있는 게 삶이라는 것이다. 모든 게 예측불허이기에 더 두렵기도 하지만 저자는 멈춰 서지 말라고 조언한다. 운명의 회오리가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킬 것 같아도 그 바람이 잦아드는 순간은 분명히 있고, 그 속에서 삶을 이어온 게 사람이라는 응원과 함께. '사람은 운명보다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