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는 유치원에 랜더스 유니폼을 가져갔지만 꺼내입지 못했다고 했다.
태권도장에서는 사범님 말씀을 계속 따라해서 엄청 혼났다고 했다.
아이의 하루는 생각보다 길었다.
남편에게 이야기를 전해듣는 내 입에서 '속상하구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 장난꾸러기를 어떻게 번듯한 사람으로 키워나가야 하나.
부모가 된 뒤 질문은 늘 답보다 먼저 찾아오고, 최선이란 것은 찾으려 할수록 답이 없다.
아이가 잠든 방에 들어가서 오늘 하루 혼나느라 고생한 이마에 입맞추어 주었다.
너는 모를 입맞춤이지만 나만큼은 너를 사랑해주겠다는 나름의 약속이다.
아침에 랜더스 유니폼을 챙기며 잔뜩 들떠 있던 얼굴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땀에 흠뻑 젖은 아이의 머리를 몇 번 쓸어넘기고, 베란다 문을 조금 열어 밤공기를 들였다.
배꼽 위로 걷어올려진 티셔츠를 정리해주니 방안에는 새근새근 숨소리만 들린다.
고단해도 평온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