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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은 Aug 14. 2019

나도 누군가에게는 '꽃'같은 사람이길

어릴 때는 꽃 선물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사용할 수도 없고, 금방 시들어 버리는 것을 왜 돈을 주고 사는지. 그럼에도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기념일이면 꽃 선물을 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 눈에 꽃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자연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서울에 있을 때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회사를 가기 위해서는 탄천길을 따라 걸어야했다. 봄이 되면 벚꽃과 개나리가 피어나는 길. 집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해서 날이 좋을 때는 걸어서 출퇴근을 즐겼고, 길에서 만나는 꽃들에게 나도 모르게 인사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나이가 든 것일까?'


꽃을 찾아 다니지는 않아도 길가에 핀 꽃들을 볼 때면, 나무를 볼 때면 하나의 생명체로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말을 걸고 궁금했다. 꽃 이름은 잘 모르지만 그저 늘 그자리에 있는 꽃들이 고맙고 매일 변화하는 모습에 신기했다. 


제주에 내려와 살면서는 서울과는 또 다른 느낌의 꽃들을 자주 만난다. 아침 산책을 나가면 매일 같은 자리 다른 모습으로 있는 꽃들. 그리고 여름이 지나가는 길목에 도로 옆 핀 꽃들을 보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지만, 자주 볼 수 있어서 좋다. 


늘 그자리에 있을 뿐인데, 누군가에게 기분 좋음을 선물하는 꽃

이름은 모르지만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느껴지는 꽃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꽃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쩌면 꽃 같은 인생을 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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