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목놓아 마음껏 울어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어려서 부모님에게 혼났을 때 외에는 크게 울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어려서의 기억은 가물가물하여 목놓아 울었다는 기억은 사실 잘 나지 않는다.
성인이 된 이후에 울었던 날들. 지금 생각나는 건 대한항공 승무원 2차 임원 면접 날이다.
만반의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메이크업과 면접 의상, 구두를 모두 챙겨서 김포 공항에 있는 대한항공으로 갔다. 면접 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김포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했다. 셔틀 버스를 타고 반 긴장 상태에 있다가 버스를 내리는 순간. 나의 짐이 가득 담겨 있던 쇼핑백 하단이 터지는 것이 아닌가? 면접 자료와 구두가 쏟아져 내렸고, 그때부터 나의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애써 외면하려 노력했다.
부랴부랴 정리해서 면접장에 도착했고, 영어면접부터 진행하였다. 대기장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였나? 조용히 하라는 제지도 받았다. 잔뜩 긴장한 나는 영어 면접에 들어가 열심히 대답하였다. 헌데 예상치 못한 꼬리질문에 열심히 답하려고 했던 나는 더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그동안 연습했던 기내 방송문으로 영어 면접을 잘 마무리 하고 나와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내가 면접 조의 5번이라 더 빠르게 준비해야 했다. 헌데 멋지게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나왔더니 아는 동생이 '언니! 여기 뜯어져있어요!' 흑. 어깨 부분이 튿어져 있었던 유니폼을 입어서 다시 들어가 하얀색으로 갈아입었다. 다른 친구들은 유니폼 입은 기념으로 사진도 남기고 했지만 나는 결국 내가 입은 모습 조차도 거울로 보지 못했다. 그저 주변 사람들의 '하얀색이 더 잘 어울려요'만 들었을 뿐.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오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임원면접 장으로 들어갔다. 이날 따라 나의 대답은 왜 이렇게 긴 것인가, 왜 나의 몸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 같은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매번 멘트 마지막은 '감사합니다'로 종결했는데 그 조차 하지 못했다. 면접장을 나와 집으로 오자마자 가족 식사를 했는데, 아버지는 임원면접까지 봤으니 당연히 합격이라 생각하시고 발산역에 집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들떠 계셨다. 그날부터 3일 연속 나의 배게는 눈물로 적셔졌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마지막 실수로 모든 것을 망친 것 같다는 생각에 나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났었다.
이 때가 사회에 나와 가장 억울하게(?) 울었던 날인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속 시원이 울었다 하는 기분을 느껴본 기억은 없다. 그저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며 애증의 관계처럼 느껴졌던 상사와의 헤어짐 포옹에서 잠시 흐르려고 했던 눈물 외에는. 그 조차도 참느라 흐르진 않았다.
나는 늘 잘 웃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 별명 중에는 딸기코도 있었다. 울기만 하면 코가 빨개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런가? 모르겠다. 지금은 울다가 거울 보면 눈도 팅팅 붓고 별로라 아예 보질 않는다. 여하튼 어려서는 그만큼 많이 울었던걸까? 그 말에 대한 기억만 날 뿐이다.
직업적인 특성도 있었겠지만, 늘 나는 웃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나? 아니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나? 웃음이 많은 아이이긴 했다. 늘 사진 속에서도 웃음이 가득했던 나에게 한 친구는 댓글을 남겼다.
'너를 보면 작은 아가씨들의 막내같아.'
아직도 그 캐릭터에 대해 정확히는 모른다. 그래서 그때에도 물어보았다. 무슨 의미인지.
친구는 나에게 '항상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그 속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했다.
나도 모르는 내 속에 감추고 싶은 무언가 있었던 것일까?
언젠가부터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지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 가끔은 쌩뚱맞게 눈물이 날 타이밍이 아닌데 갑자기 눈물이 나올 때가 있다. 헌데 요즘은 그나마도 잘 안되어 다른 사람의 감정에도 잘 휘둘리지 않는 때가 있다. 감정이 메말랐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렇게 나의 감성을 의심하며 보내던 나날 속, 얼마전 갑자기 감정이 복받쳐 올라오더니 누군가 툭 치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이었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도 울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참은 것인지 누른 것인지 그냥 안 나온 것인지 그저 감정만 느낄 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저녁 모임에서 말을 하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울면서도 속으로는 오만가지 생각이 났다. 갑자기 우는 나의 모습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나에 대한 인식, 이미지 등등. 참 쓸데 없는 생각인데 말이다. 심지어 모임이 끝날 때까지 컨디션도 좋지 않아 정신이 반은 나가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왠지 다 털어내버리고 싶었다. 결국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머리가 아파 울기 시작 하였지만, 끝내 펑펑 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다 털어낸 것은 아닌거 같다.
가끔은 마음 편히 펑펑 울고 싶은 날이 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들. 비밀이 아닌, 그저 내 속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힘든 날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몸 속의 노폐물을 눈물로 빼내야 다시 또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것 같다.
무엇이든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의 감정도 그러한 것 같다.
더 많이 웃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이 울 줄도 알아야 한다
내 감정에 솔직하게 그리고 다독여줄 수있도록
그렇게 오늘도 난 아직 누군가의 한 마디에 눈물을 훔친다.
하지만 이 또한 연습이 필요한가보다.
흐르려고 하면 자꾸만 눈물샘의 정지 버튼을 누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