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따라 말 수가 적어지는 이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는 어떻게 남은 생을 살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종종하게 된다. 누군가는 생의 마지막 날 가장 후회하지 않을 삶을 위해 생각해 보고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기도 하고, 누구보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떠한 삶을 살아가든 인간은 자신이 지금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 중에는 행복을 원하는 만큼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현상들로 지혜롭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지혜롭게 나이가 든다는 건....
지혜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아 보면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라고 되어 있다. 상황판단능력이 꽤나 중요해 보인다. 살다보면 나이가 들어도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나이값을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어떻게든 좋은 답, 현명한 선택, 상황 판단을 하려는 노력을 더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말 수가 줄어들게 된다.
젊었을 때에는 누구보다 밝고 활기찼던 사람도 나이가 들 수록 말 수가 줄어들고, 점점 선택에 있어서도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혹자는 이러한 모습을 보고 나이가 들 수록 두려움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두려움이 많아지는 이유는 '아는 것이 많아져서'라고도 한다. 그렇다. 매 순간 쌓여가는 시간들 속에서 얻는 경험은 우리 몸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좋은 것이든 그렇지 못한 것이든 우리는 계속 쌓아가고 그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재해석하여 저장해 둔다.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 수록 말을 아껴야 한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이 또한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쌓여가는 경험들 덕분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시야가 넓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너를 위해’라는 생각과 말로 조언을 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언은 곧 잔소리가 되고 때론 아는 체 하는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조언은 상대가 원할 때 필요한 말을 해 주는 것이기에.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나이가 든다는 것이 40-50대 혹은 노년기만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살짜리 아이도 두살짜리 동생에게 혹은 갓난아기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이야기 해주기도 하고, 중학생을 고등학생에게, 대학생은 그보다 고등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에게 숙명적으로 진행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 과정 속에서 지혜로움을 쌓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창 내가 아는 것,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시기일 수도 있고, 성향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참는게 아니라 때를 아는 것
지혜로운 어른이 되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는 이들을 볼 때가 있다. 잔소리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아는체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내 곧 혹은 언젠가 그 마음 속에 있는 말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결국 스스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며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리고 반복된다. 이렇게 참는 것은 지혜로운 것과는 먼 이야기 같다. 주변에 지혜롭다고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있을까?
실제로 지혜롭다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말이 없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을 참는 모습도 아니다. 늘 너그러운 표정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듯 하다. 평온한 것일까? 마음의 동요가 없는 것일까? 그들은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으려 참는 것이 아닌 상대에게 필요한 이야기만을 해줄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있음을 알고 있다. 노력하지 않아도 상대에게 필요한 말은 해 주되 지나치지 않다. 상대에게 답을 내어주지 않는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어디까지나 자신의 경험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해줄 뿐이다.
그렇다. 지혜롭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말을 삼키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때가 있음을 아는 것 아닐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상대의 상황은 어디까지나 나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임을 알고, 상대에게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함께 하는 것. 그것으로 지혜로워지는 첫 걸음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