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는 거울을 정말이지 자주 본다.
거울을 보면서 나의 얼굴을 점검한다.
눈을 본다. 마음을 읽는다.
오늘의 일을 복기한다. 정신을 차리기도 하고, 더 나만의 공간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가아 끔 사색도 한다.
전에는 자책을 많이 하는 습관이 있었다.
요즘은 자책을 하려 하면 얼른 내 마음을 말린다. 다른 사람은 어차피 내가 이런 일로 원망스러워한다는 거 모를 테니깐, 얼른 나의 마음을 잠재운다.
후회 없이 살고 싶다.
그러나 삶에는 후회를 할 수밖에 없다. 모든 선택은 A와 B 사이에서 조금 더 마음이 기우는 곳을 택하는 거니깐, 그러니 나는 돌아가도 아마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다. 나란 인간은 아무리 그 시점으로 돌아간다 해도 여전히 똑같은 사람일 테니깐.
어느 러시아의 소설이 떠오른다. 자꾸 본인의 선택에 후회를 하는 주인공은 마법사(?)를 찾아가서 인생의 저 순간으로 나를 보내주십사, 소원을 빈다. 마법사는 그 주인공의 소원을 이루어주지만,
주인공은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여전히 똑같은 선택을 반복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언제든 인생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도 모든 결정에 있어 똑같은 선택을 하리라. 나란 인간의 사고방식 회로는 언제나 같으니깐.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해 온 인생의 결정을 그냥 받아들인다.
지금의 나를 다독이는 쪽이 낫다. 지난 나를 꾸짖는 것보단, 현재의 나를 다독인다.
"그럴 수밖에 없었어. 뭐 지금 와서 어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울적해 있다가도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다시 웃는다. 그렇다고 억지로 웃고 싶은 건 아니다. 그렇지만 웃는다. 아무리 마음이 다친 날도, 집에 돌아와 강아지를 보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고맙다.
말인즉슨, 난 우리 집 전신 거울을 자주 보고, 김윤아의 노래를 자주 듣고, 알랭드보통의 책을 읽고, 나의 마음을 돌아본다.
나의 과거를 돌아본다. 과거를 다독이며 나의 지금 이 순간을 어찌 되었든 잘 여겨보려고 한다.
가끔 미래를 상상한다. 그렇지만 미래는 미래다.
일단은 지금을 잘 이겨내야 나의 꿈꾸는 미래도 있는거야.
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