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난 말야...
저녁 산책길, 두 소년의 대화가 들려왔습니다.
옆을 지나던 남학생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요.
“... 이왕이면 나한테 도움 돼야지.
첫째, 이뻐야 해. 나는 외모 중요하거든.
공부도 잘해야 하고... 외모는 팔십, 나머지 이십.”
곁에 있던 친구는 “어응,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사귈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인 듯했습니다.
장난기 어린 곱슬머리 녀석과 곰돌이 푸우를 닮은 친구는
호숫가의 물오리들처럼 귀엽고 생기 있어 보였습니다.
공부에 지쳐 좀비처럼 보이는 또래들과 달리,
산책길 민들레처럼 환하고 밝았습니다.
우리 집 두 아들처럼 몹시 친근한 분위기의 아이들이
이성친구로는 지극히 여신 스타일을 바라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살짝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불가능한 꿈은 아니겠지만,
왠지 현실의 벽을 조금 일찍 마주하게 될까 봐요.
봄이 오면, 아이들 마음에도 새순이 돋아 납니다.
그 여린 새순은 자라 멋진 가지가 되고, 언젠가 향기로운 꽃을 피우겠지요.
누구를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이 멋있는지 이야기꽃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그 멋있다는 말속엔 은근한 셈법이 숨어 있더군요.
예쁜 사람, 공부 잘하는 사람, 도움 되는 사람…
겉보기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어쩐지 마음이 씁쓸해집니다.
기준은 있는데, 중심이 없습니다.
꽃은 피었지만 뿌리는 약하고,
멋과 스펙은 넘치지만 마음의 기운은 자꾸 꺾이는 시대.
향기로운 꽃이 되려면 먼저 뿌리를 내려야 하듯,
진짜 멋짐은 겉모습이 아니라 뿌리 깊은 중심에서 시작됩니다.
겉이 아닌 중심, 스펙이 아닌 삶의 방향.
이것이 우리가 다시 세워야 할 기준 아닐까요?
요즘은 아이든 어른이든,
꽃도 피기 전에 향부터 따지려는 분위기입니다.
뿌리 없이 피어난 꽃, 껍데기뿐인 이상형.
비혼을 선택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는 요즘,
남녀를 불문하고 멋진 사람,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화려한 스펙과 잘생긴 외모?
말 잘하고, 논리 정연한 사람?
그건 어쩌면,
겉으로 드러나는 능력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진짜 멋짐은 단단한 생각의 뿌리에서 자랍니다.
사람과 사회, 자연을 두루 이해하는 깊은 앎,
그 위에 세운 단단한 생각이 삶의 중심을 지켜줍니다.
깊이 있는 앎은 삶의 방향이 되고,
거기서 비롯된 개인의 철학은
신뢰와 협업을 이끄는 힘이 됩니다.
자기 일을 과제가 아닌 무대로 여기는 사람.
그 무대에서 땀 흘리고 성찰하며
자신을 단단히 세워가는 사람.
그런 이에게 연봉이나 조건은 어느새 부차적인 것이 됩니다.
그 곁에만 있어도 기운이 살아나고, 마음이 차분히 정돈되곤 하지요.
그런 진심과 기운이,
그 사람을 하나의 기준으로 만듭니다.
멋진 사람,
그들은 지적인 깊이와 마음의 복원력을 함께 지닌 이들입니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기에, 인성 갖춤은 그들에게 기본 옵션이지요.
멋짐은 삶이 가장 어려운 순간에 더욱 또렷이 드러납니다.
누구 탓도 하지 않고, 감정을 다스리며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다시 시작하는 사람.
자기반성과 배움을 놓치지 않는 사람.
내면이 단단한 사람일수록, 위기 속에서 진짜 빛이 납니다.
삶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평정심을 지킨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해내는 사람 곁에 있다면
절대 놓치지 마세요.
심신이 건강한 힘숨찐.
긁지 않은 당첨 복권 같은 존재니까요.
실력은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법이죠.
문득, 익숙한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그들이 가진 지성과 조용한 강인함, 그리고 따뜻함이
오늘따라 더욱 마음에 와닿습니다.
오늘 밤이 유난히 포근합니다.
당신 곁에도 그런 사람이 있기를.
어쩌면,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