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칠석에 즈음하여...

인연을 돌아보고, 내 마음을 새로 세우는 시간

by 지은담


칠월칠석은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의 수확을 앞둔 시점,

상반기를 정리하고 하반기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입니다.


이날은 하늘과 땅이 만나며, 천지 기운이 새롭게 전환되는 날이라 하지요.

또한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딱 한 번 오작교에서 만나는 연인의 날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늘 전해지던 슬픈 이별의 전설과 함께 비 소식이 따라왔지만, 올해는 없어 조금 아쉽습니다.

대신 고요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하늘과 마음을 나눠 보면 어떨까요.


음력 7월 초부터 7일까지, 하늘문이 열려 사람의 마음이 하늘에 닿는다는 이 시기에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시간을 어떻게 살지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요즘 들어 활력도 줄고 기분도 저조해,

“오늘은 쉬고, 그래 내일부터 신나게 달려보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었지요.

그러기를 벌써 일주일입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나 봅니다.

조용히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 내 안의 견우와 직녀를 만나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동안 애써온 나에게 격려를 보내고, 작은 휴식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칠석은 사랑과 이별,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간의 노력에 따라

상반기에 맺은 인연들 중 일부는 정리되고

반대로 하반기에는 일부 인연들이 새로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누구를 만나 어떤 말을 나누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따라 인연이 달라진다 하니,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나는 어떤 말과 행동으로 인연을 놓치고 또 어떤 인연을 불러왔을까요.

어떤 인연이든 꼭 맞는 인연이 다가올 테니 감사한 마음으로 맞이하려 합니다.


칠석 전날은 친정어머니 생신입니다.

올해는 직접 찾아뵙지 못해, 전화로 마음을 대신했지요.

셀프 미역국과 잡채 이야기에 웃음을 얹으며, 축하와 감사의 인사로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그 짧은 통화 속에서도 인연의 소중함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칠석은 마치 이렇게 말해주는 듯합니다.

“여태껏 수고했다. 이제 잠시 쉬어가며 내일을 준비하렴.”

우리 문화는 참 아름답습니다.

절기마다 삶을 다독이는 따뜻한 배려와 보살핌이 어김없이 깃들어 있습니다.

지난 석 달 여 동안 체력에 비해 과한 집중을 했더니, 기운이 쭉 빠져 버렸습니다.

조급함은 늘 탈이 나고 나서야 보이고, 욕심은 꼭 화근이 됩니다.

하늘의 뜻처럼 잠시 멈추어 마음을 정리하니, 조금씩 기운이 돌아옵니다.

칠석 주간만큼은 여유를 갖고 차분히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창밖에서는 매미 소리가 정겹게 들리고, 이따금씩 상쾌한 바람이 스칩니다.

막바지 더위가 얄밉긴 하지만, 여름도 이별이 아쉬워 쉽게 떠나지 못하는 듯해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을사년도 중반, 지금쯤이면 뱀도 허물을 벗고 있겠지요.

더운 날 탈피를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하지만 성장을 위한 진통이라 대견할 따름입니다.


지난 시간 묵은 감정을 돌아보니, 이 나이에도 나는 오만가지 생각에 휘둘리고 있었습니다.

어제저녁, 아들 녀석에게 ‘철없다’ 잔소리를 늘어놓았는데, 어째 그 말이 내게 돌아온 듯합니다.

오늘 아침,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늘어지던 평소와 달리 커피 한잔과 함께 일찍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불필요하게 시간을 빼앗던 것들을 정리하니

미뤄 두었던 뒷설거지를 마친 듯 개운해졌습니다.

이제 가을걷이, 뿌린 대로 거두는 시기가 다가옵니다.

복의 계절이 될지 후회의 계절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심은 대로 거둘 테니

나는 오늘을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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