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궂은 선도부의 방문
오랜만에 산에 올랐습니다
초록은 짙푸르고 숲 속 공기는 청아했습니다.
이제 겨우 초입인데
나선 지 불과 몇 분만에
식은땀이 나고 숨이 가빠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이상증세에 적잖이 놀라던 찰나,
어지럼증으로 길가 바위에 털썩 앉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활기찬 발걸음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눈앞을 지나갔습니다.
벌써 지치면 어쩌냐는 관심에
애써 괜찮다 쉬어가겠노라, 먼저 가시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앉은 몸도 가누기가 힘들어 산 길 위에 대자로 눕고만 싶었지요.
체면상 바닥에 주저앉지도 못하고
그렇게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두려움 속에서
‘어쩌나 어쩌나’ 걱정과 함께 호흡만 거칠어졌습니다.
몸은 드러누우라 아우성이고
새벽부터 내달려 온 설렘은 힘을 내라 등을 밀고...
어쩌라는 것인지...
돌아가려는 찰나 고개를 들어보니,
못내 걱정이 되었는지
저만치 앞에서 지인이 멈추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마움에 용기를 내어 도와달라 부탁을 했습니다.
또다시 가다 서다를 반복했습니다.
연신 부채질을 하며 답답한 동행을 자처한 이에게
미안한 마음은
자꾸만 의미 없는 말이 되어 쏟아졌습니다.
바닥에 널브러져 앉아 숨을 고르니
도인 같은 어르신이 보였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번에 기혈이 뻥 뚫리는 법이 없나요?” 염치도 없이 여쭈었습니다
"뭐 수가 있나? 끝까지 오르면 괜찮아지겠지~~"
정말 심각한데도 농담처럼 말을 건네는 나도,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어르신의 답변도
그 순간엔 허탈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곱씹어 보니, 알 듯 모를 듯 그 말이 답인 듯도 했습니다.
다시금 힘을 내어 일어섰지요.
손바닥 혈을 주무르고 흉쇄유돌근도 꼬집고,
가슴을 두드렸다 어깨를 폈다
별별 요란을 다 떨었습니다.
예전, 여름 한낮 외출 시엔 햇볕 아래에서 종종
이렇게 쓰러지곤 했더랬습니다
그날은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가을이기도 하고 지금은 제법 건강해지기도 했으니...
하지만 여름 내내 막혀있던 숨을
산 바람이 흔들어 깨우는 듯,
가슴이 답답하게 요동쳤습니다.
아마도 꽉 막힌 속을 뚫고 나와 산과 마주하고 싶었나 봅니다.
어찌어찌 목적지에 당도했습니다.
눈앞이 맑게 개이고
거짓말처럼 호흡이 정상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산을 오르면 나을 거란 어르신의 말이 맞았습니다.
폭포 아래 음이온을 한껏 들이켰더니
내려오는 길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칠석날 고마운 인연으로
큰 감사의 시간을 얻었습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며칠을 꼬박 아팠습니다.
증상을 보니 요 근래 앓아누웠던 아들 증상과 판박이.
여름감기였습니다.
내 정신이 엉뚱한 곳을 헤맬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와 제자리로 끌어다 주는...
심술궂은 선도부.
약 기운에 수시로 잠을 청했더니 아이디어가 퐁퐁 솟았습니다.
고민하던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었습니다.
달리기만 하면 놓치는 것이 많습니다.
잠시 멈추어 눈을 내리뜨면
그 자리에 언제나 답이 있었습니다.
칠석날 답을 달라 하늘에 졸라대었더니
여름감기에 답을 실어 보내주었습니다.
감기가 나가려는지 집이 답답해졌습니다.
몸을 일으켜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답을 얻었으니, 이제는 발걸음을 내딛을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