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재미있어?

by 둘째

by 잘노는양슨생

첫째 아이의 피겨 수업 첫날이었다.
며칠 전, 아이는 한 단계 높은 반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단호한 눈빛에 나도 덩달아 마음이 움직여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고, 결국 반을 옮기게 되었다.

처음이라 그런지, 빙판 위의 아이는 긴장된 표정이었다.
몸은 자꾸만 중심을 잃었고, 익숙지 않은 동작들이 연달아 이어졌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붉어진 뺨, 땀에 젖은 목덜미, 힘든 표정까지…
멀리서 바라보는 내 마음도 덩달아 조마조마했다.

쉬는 시간, 스케이트를 벗지도 않은 채 앉아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나는 물었다.
“괜찮아?”
“다리 아파?”
“힘들지?”


그때, 내 옆에서 지켜보던 둘째가 묻는다.
“언니, 재미있어?"


그 순간, 나는 잠시 말이 막혔다.
내 시선은 ‘힘듦’을 먼저 헤아렸는데, 동생의 시선은 ‘즐거움’을 먼저 찾아내고 있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이렇게 다르게 묻다니, 어린아이의 맑은 시선이 참 인상 깊었다.

생각해 보면, 즐겁게 몰입하는 순간에는 힘듦이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내가 던진 질문은 혹시 아이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생의 질문은, 힘듦 속에서도 반짝이는 기쁨을 발견하게 하는 열쇠 같았다.


나도 다음부터는 그렇게 묻고 싶어진다.
“재미있어?”
그 물음 속에 담긴 응원과 믿음을 아이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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