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요가하기
어렸을 때부터 난 많이 약했던 것 같다. 목감기와 심한 몸살감기에 자주 걸렸고, 또 체하는 일도 많았다. 한 번 체하면 장염과 몸살로 이어져 학교에 못 나가는 일도 많았다. 좋아하는 운동은커녕,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을 때가 많았다.
사실 귀찮아하는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얼마 전 아주 우연히 mbti 검사를 한 결과 intj가 나왔다. intj의 특성 중 하나는 '극단의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건데, 이걸 보고 소름이 돋았다. 내 성격을 뭐랄까, 좀 멋있게 포장한 말인 것 같았다. 정말이지, 나는 그게 무엇이든 효율적이지 않아 보이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헌데 그런 내가 하필이면 요가 수련을 하다니?
요즘 들어 이 생각이 주로 들었다. 어떻게 귀찮음의 결정체인 내가, 극단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내가, 매일 10킬로미터가 넘게 떨어진 곳까지 가서 요가를 두 시간씩 수련하면서 살기를 3개월이 넘게 할 수가 있는 걸까? 사실 이 결정의 계기는 '해빗(Habit, 웬디 우드)'이라는 한 책에서 본 내용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은 의지만으로 무언가를 이루기엔 너무 부족한 존재이므로 차라리 본인이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환경 속에 억지로라도 본인을 존재시켜라.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할 일을 습관화해라'
사실 이 짧은 문장으로 해당 책의 훌륭한 내용들을 모두 축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내용들 중 나에게 가장 와닿은 부분은 바로 저거였다. 아, 그동안 내가 뭔가를 꾸준히 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구나. 의지만으로 뭔가를 이루려는 마음.
굉장히 허탈하지만, 그럼에도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는 진리. 그래, 인간의 의지라는 게 나약하기 짝이 없지. 매우 보통의 인간인 나로서 단순히 의지만으로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하고 출근을 한다든가, 일주일 먹을 반찬을 만든다든가, 일주일에 다섯 번 운동을 한다든가, 또는 그 외의 모든 것들을 해내고 있진 않을 게 분명하다.
그냥 그런 환경 속에 날 위치시키고 계속해나가다 보니 습관화되어버렸던 것이다. 정말 그렇다. 우리가 24시간 동안 습관이 아닌 순수한 자기 의지를 기반으로 이뤄내고 있는 일이 과연 몇 가지나 될까.
그래서 난 일부러 집 근처에 있는 요가원에 등록하지 않았다. 아침에 남편 출근과 아들의 등원에 동반하면서 다닐 수 있는 요가원. 매일 가지 않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요가원에 등록했고, 매일 아침 습관처럼 그곳에 간다. 최소 일주일에 3번 이상, 하루에 2시간씩 수련을 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아침에 나가 두 가지의 클래스에서 연속으로 수련한다. 결과적으론 4월 11일부터 현재인 7월 11일까지 주말과 생리주간 며칠, 그리고 아들이 아파 가정보육 하는 날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요가원에 나가 평균 2시간씩 수련을 하고 있다.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집 밖에서 보내며 글을 쓰거나 그 외 일들을 처리하고, 오후에 아들을 하원시킨 뒤 남편을 만나 셋이 함께 집에 돌아온다. 누군가들은 이런 나를 보고 왜 그렇게까지 하냐며 놀라워한다.
그러게 말입니다.
내가 생각해도 참 놀랍다. 차라리 집에서 혼자 쉬엄쉬엄 요가 수련을 하던 때가 확실히 몸이 덜 피곤했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하는 건 책에서 본 그 단순한 사실로 얻은 깨달음을 실현했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궁금함이 큰 몫을 했다. 이렇게 습관처럼 요가를 수련하면서 시간이 지나 내 모습을 기대해 본다. 6개월, 그리고 1년, 3년, 5년 후의 내 모습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