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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05. 2018

양평을 찾아서

자전거 타고 구석구석 들여다보다

여행 스타일을 바꾼 건 잘한 일 같다.

서울에서 속초, 서울에서 부산, 서울에서 해남땅끝마을 등과 같은 여행을 즐기다가

속도를 늦추어 가까운 곳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전거도 바퀴가 작은 걸로 바꾸고 등에는 텐트가 든 배낭까지 짊어졌다.

느리게 느리게...


양평을 돌아보기로 했다.

우선 용문까지는 전철로 갔다.

그러니까 양평 여행을 용문에서 시작한 것이다.


용문은 전에도 몇 번 와본 곳이다.

속초 갈 때에 용문까지 전철로 와서 용문에서 속초로 간 적이 몇 번 있다.

그래서 익숙하다.


그러나 지평면으로 자전거 타고 가기는 처음이다.

야트막한 고개를 하나 넘으니 지평면이었다.

그루고개였다.


지평면은 막걸리로 이름난 곳이다.

그러나 이번에 알았다.

'국맥지평의병발상지'라는 글씨가 새겨진 비가 여행객을 맞았으니 지평은 의병의 고장이었다.

을미사변 때 국모가 시해당하고 이곳에서 의병이 궐기했다.


석불역 앞을 지나고 고개를 넘어 무왕리로 넘어간다.

여주로 향하는 평평한 도로를 달리다 안내판을 만나니 폐역이 된 구둔역이다.

그곳을 들르지 않을 수 없다.


영화촬영지였던 그곳은 옛 중앙선 기차역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제 기찻길이 바뀌어 딴 곳으로 기차가 지난다.


일신리에서 남쪽으로 가면 여주시 북내면에 이르고 다시 동쪽으로 산길을 달리면 양평군 양동면이다.

어둠이 깊었다.

어둠속에서 저수지를 보았다.

단석저수지였다.

야영은 레포츠공원에서 하였다.


이튿날 양동면 번화가를 지났다.

아침이라 적막했다.

양동역은 용문역만큼이나 웅장하다.

양동면은 양평의 동남쪽 끝으로 원주와 제법 가깝다.

번잡한 강상면, 강하면과 달리 적막한 편이다.


청운면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매우 길다.

그리고 산이 깊어 심마니들의 모임 장소 같은 컨테이너가 몰운고개에 있었다.

내리막을 내려가면 청운면 갈운리...

계곡이 여간 깊지 않다.


횡성 가는 길과 접하고 이어서 인제 가는 국도와 만난다.

그리고 청운면 소재지인 용두리에 이른다.


청운면에서 서쪽으로 향해 단월면에 금세 닿고 보산정이라는 정자에 올랐다.

남한강 지류인 흑천을 굽어보고 선 누각이 아름답다.

옛 선인들이 시화를 즐기던 곳이란다.


단월에서 용문 가는 길에 흑천은 더욱 폭이 넓어진다.

강에는 물놀이 나온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들이 타고 온 차와 함께....

강가에 선 봉황정은 남원양씨들이 세운 정자다.


용문초등학교 맞은편엔 용문지구전적기념비와 

병인양요 때 공을 세운 양헌수 장군을 기리는 비가 서 있다.

용문초등에서 한참을 더 가야 용문 시내에 이른다.


양평읍으로 향하지 않고 개군면으로 방향을 틀어 유명한 순대국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참 푸짐하고 맛도 좋다.


멀리 이포보가 보이니 그리로 건너가기로 했다.

여주시 금사면이다.

그리고 강가를 달려 다시 양평군 강상면의 세월리로 들어왔다.


점점 양평읍이 가까워져 온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양평읍은 산속에 고요하게 자리잡았다.

그 한가운데 양평읍의 랜드마크라 할 고층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강상면에서부터는 갑자기 번화해진다.

음식점과 카페가 끝 모르고 이어져 있으니 말이다.

양동면의 호젓함과는 너무나 비교된다.

서울과 가까우니 이렇겠지.

더구나 바로 옆에 한강이 흐르고 있고...


강하면에 이르러 2박을 했다.

역시 야영이다.


3일째 강하면에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나왔다.

다만 강상면에 들어와 자전거길을 발견했는데 그 길은 숨은 보석과도 같았다.

3~4킬로 정도 되는 길은 호젓하기 이를데 없었다.

이따금 자전거 타고 지나가거나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양평대교를 건너 양평읍으로 넘어왔다.

옥천쪽으로 향했다.


양평은 처음부터 양평이 아니었다.

양근과 지평을 합쳐서 1908년 양평이라 한 것이다.

100년 좀 더 됐다.


양근의 한복판이 옥천이었던 모양이다.

양근향교가 옥천에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옥천은 냉면으로 명성을 유지할 뿐 조용하다.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가평군 설악면으로 향한 경사진 길인데 길은 꽤나 넓은 편이다.

그래서 오토바이들이 떼를 지어 쏜살같이 지나가기도 했다.


기나긴 오르막도 결국 끝이 있었다.

농다치고개에 드디어 이르렀다.

직진하면 설악면 쪽이지만 왼쪽으로 난 정배리 가는 길로 틀었다.

산속 깊이 들어가보고 싶었기에...


내리막을 한참 내려가면서 끝없이 올라오는 자전거 행렬과 마주쳤다.

그들은 이미 참으로 먼 길을 오르막을 올라왔다.

농다치고개에 이르러서야 고된 페달질은 멈추게 될 것이다.


내리막을 계속 가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틀었다.

더 깊은 산속인 명달리로 가기 위해서다.

황토로 지은 한옥이 즐비했다.

암 투병 환자들이 치유를 위해 머무는 집도 많아 보였다.


길고 긴 내리막을 내려가니 이윽고 노문리에 이르며 좀 평평해졌다.

그리고 수입리에 이르니 드디어 북한강이 나타났다.

북한강엔 수상스키하는 이들이 굉음을 일으키며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음식점과 카페도 많아졌다.

더불어 예쁜 집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서종면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참 특이하게 지어진 집을 보았다.

서종타워였다.

기둥 하나 위에 집이 서 있었으니 어찌 특이하지 않을까.

마치 공항 관제탑 같은.....


서종면에서 자전거길 약 1킬로 정도는 짧아서 아쉽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그 길이 끝나고 391번 지방도로의 갓길로 자전거는 달리게 된다.

갓길이 넓어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드디어 양서면의 중심지인 양수리에 닿았다.

굉장히 번잡하다.


다리를 건너 세미원으로 갔다.

표를 사서는 세미원을 구경하고 출렁거리는 배다리를 건너 두물머리로 갔다.

관광객 인파가 대단했다.


양수리는 두물머리의 한자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이란 뜻이다.


내친 김에 두물경까지 갔다.

좀 더 멀다고 두물경은 좀 조용한 편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니 마치 바다처럼 넓다.


바로 이어서 경안천이 또 만나니 사실은 두물머리가 아니라 세물머리라 해도 괜찮다.

북한강, 남한강, 경안천이 만나서 한강이 되어 서울로 향하는 것이다.

정약용의 다산마을도 바로 가까이에 있다.


2박 3일의 양평 여행을 마쳤다.

양평 하면 용문산인데 용문산을 멀찍이서만 바라봤을 뿐 

용문사까지도 가지 못한 게 아쉽다.


양평쉬자파크나 산나물로 유명한 두메향기도 방문지 목록에는 들어 있었으나 가지 못해 아쉽다.

3일의 양평은 그저 주마간산일 뿐이었다.

다만 다음 방문을 위한 발판으로는 충분히 구실을 했다.

추읍산, 소리산 등도 가보고 싶다.

양평은 넓고 깊다.



용문역은 현대식이며 참으로 웅장하다
용문역 앞에 몇 그루 소나무가 의연하게 서 있다
지평면에 들어서면 '국맥지평의병발상지'라고 새겨진 비를 만난다
지평막걸리를 만났다
지평면 사무소 앞에도 '국맥지평의병발상지' 비가 있다
지평면을 벗어나자마자 나타나는 월산저수지
배미산(392m) 위로 해가 진다
지평면 무왕리
구둔역은 지금은 못 쓰게 된 옛 중앙선 폐역이다. 카페로 단장해 관광객을 맞고 있다.
구둔역에 서 있는 폐기차
양동면에 와서 야영을 한다
섬강으로 흐르는 천에 새들이 서식한다
양동면의 공립 어린이집
섬실, 목골, 고래말, 상록촌... 정겨운 지명이 아닐 수 없다
'양동기미독립만세운동기념비'이다. 1919년 이곳에서 독립만세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양동면 금왕리에 있는 옛 초등학교 자리. 잡초가 운동장을 덮었다.
아침햇살이 나무 사이로 뚫고 들어왔다
양동면에서 청운면으로 넘어가는 몰운고개에 자전거가 걸려 있다
몰운고개를 넘으면 청운면 갈운리. 조경이 잘 된 우아한 집을 발견했다.
단월면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비가 단월면사무소에 서 있다
단월면사무소 옆 보산정
용문면 광탄리 흑천 가는 물놀이하기 좋은 곳이다
용문면 광탄리 봉황정
병인양요(1866) 때 큰 공을 세운 양헌수 장군을 기리는 곳이다
용문성당
개군면의 이 순대국집은 늘 손님이 가득하다
이포보가 보인다
여주시 금사면에서 멀리 개군면을 바라보다
강상면의 방송광고공사연수원에서 내려다보다
양평읍이 저 멀리 보인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남한강 위를 지나간다
'힐하우스'의 조경은 뛰어나다
강하면에서 야영
힐하우스에서 아침해를 맞다
용문산 위로 힘차게 떠오른 해
강상면 한강 가에 선 우람한 건축물
강상면 강가 산책로 부근에 소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섰다
양평대교에서 본 양근대교
물안개공원에 김종환의 노래비가 있다
옥천면에서 가평군 설악면으로 난 중미산 오르는 길은 라이더들이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서종면은 산이 깊다
명달리 가기 전 머리핀 같은 오르막
서종면 수입리엔 예쁜 집이 많다
북한강은 말 없이 흐른다
양수리에 거의 다 이르렀다
두물머리 끝 두물경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두물머리는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에 물결이 잔잔하다
세미원은 연꽃으로 가꾸어진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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