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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Sep 29. 2018

가평을 찾아서

2박 3일 자전거 여행

2박 3일 여정

추석 연휴가 5일이나 돼 그 중 2박 3일을 자전거로 여행했다. 이번엔 가평이다. 대성리까지는 전철을 이용했다.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상봉역에서 경춘선으로 갈아타고 대성리역에서 내렸다. 


대성리역에서 내리니 점심 때다. 마침 역 앞에 큼직한 설렁탕집이 있어 들어갔다. 뚝배기불고기로 그득히 먹고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런데 길을 모르겠다. 그냥 차도를 따라 청평쪽으로 가자니 국도에 차들이 쌩쌩 달리는데 갓길이 거의 없어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경춘선 철로 너머에 북한강자전거길이 있는데 어디로 건너야 하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길에서 물건 파는 한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친절히 알려주었다.


경춘선 철로 아래로 굴이 있었다. 그걸 지나 북한강자전거길에 이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차가 없으니 말이다. 파크골프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주로 노인층이 즐기는 운동이다. 그리고 북한강이 펼쳐져 있었다. 이내 청평댐 앞에 이르렀다. 신청평대교를 건너야 하니 자전거길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신청평대교를 건넜다.


파크골프장이다. 파크골프는 주로 노년층이 즐기는 운동이다.


북한강자전거길의 편안한 정경


강 건너편도 청평면이다


신청평대교


신청평대교에 이르기까지 북한강자전거길을 달릴 땐 참으로 평온하고 좋았다. 이따금 자전거만 지날 뿐 자동차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청평대교 위에 올라서면서부터 달리는 환경이 달라졌다. 자동차길의 갓길을 조심해서 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차가 그리 많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신청평대교에서 설악면까지 약 12킬로 구간 중에서 절반 가량은 북한강변을 따라 달린다. 나머지는 육지 깊숙이고...


청평댐


모터보트가 수상스키꾼을 태우고 질주한다


멀리 가평대교가 보인다


북한강변 따라 펜션, 호텔, 수상레저 시설 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심지어 번지점프하는 곳까지 있었다. 평온한 북한강을 앞에 두고 즐길 수 있는 시설이 그득했다.


가평대교는 2017년에 완공됐다 하니 최근에 생긴 다리다


설악면은 전에도 몇 번 와본 적이 있었다. 주로 홍천강을 갈 때 설악면에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설악면에서 북쪽으로 다리를 건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설악면 북쪽에 야트막한 산이 있었고 터널이 뚫려 있었다. 신선봉터널이었다. 울업교차로란 델 지나니 있었다. 그런데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바로 다리다. 가평대교였다. 이 다리는 최근에 놓인 다리 같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2017년에 완공됐다. 그렇다면 이 다리가 놓이기 전엔 빤히 보이는 저 강 건너를 10여 킬로 떨어진 신청평대교를 건너서 우회해서 가야 했다는 말인가. 가평대교를 건너니 쁘띠프랑스가 바로 부근이었다.


북한강


북한강이 참 넓기도 하다


북한강 푸른 물


가평대교를 건너니 언덕이 있었고 그걸 넘으면서부터 가평읍이고 복장리였다. 복장리에서 아주 특이한 건물을 발견했다. 인터렉티브뮤지엄이었다. 거의 시선을 강탈하다시피해 나도 모르게 자전거를 타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경도 훌륭했지만 넓은 뜨락에 갖가지 조형물들이 서 있었다. 인터렉티브란 말로 미루어 뭔가 체험하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관람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바깥 경관만 보고 나왔다.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이다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을 나와 얼마 안 가서였다. 길이 갈라지는 곳이 나왔다.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었지만 무심코 그곳을 지나쳤다. 그냥 직진했다. 서서히 언덕이 시작됐다. 꾸역꾸역 오르기 시작했다. 꽤나 언덕이 길었던 거 같다. 드디어 언덕 정상에 이르렀다. 쉬어야 했다. 앉아 쉬면서 스마트폰을 꺼내 위치를 확인해봤다. 경악했다. 난 남이섬 앞으로 지나가려 했는데 내가 있는 곳은 내륙 깊숙한 곳이었던 것이다. 아까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빠졌어야 남이섬 앞으로 갈 수 있었는데 그냥 직진하고 말았다. 어떻게 할까. 그냥 그대로 갈까. 아니면 되돌아가서 삼거리까지 간 다음 거기서 남이섬 앞 길로 갈까. 용단을 내렸다. 되돌아가기로. 시간을 많이 까먹기는 하지만 북한강변 따라 난 길을 안 가보고 말 순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삼거리까지는 내리막이어서 순식간에 내려갔다. 그리고 강변 길로 접어들었다. 그곳 역시 수상 레저를 위한 시설이 그득했다. 고급스런 리조트도 있었고 남이섬 가까이 접근하니 거대한 워터파크가 강 위에 만들어져 있기도 했다.


오른쪽은 남이섬


남이섬을 강 건너 언덕에서 몇 번이고 내려다보았다. 숲이 울창한 남이섬이었다. 남이섬은 배를 타고 가거나 집라인을 타고서만 갈 수 있다. 차가 갈 수 없는 곳이 남이섬이다. 멀리서도 남이섬에서 자전거 타는 이들이 보였다. 아마 자전거를 빌려주는 모양이었다. 남이섬은 주소로는 강원도에 속하지만 경기도 가평에서 건너간다. 그러니 경기도나 진배없다. 


가평역


가평읍에 들어섰다. 가평오거리를 지났다. 종합운동장 사거리도 지나고 군청 앞도 지났다. 저녁을 먹기 위해 음식점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깔끔해 보이는 작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마침 손님이 없었고 주인과 주인의 지인인 듯싶은 여인 둘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기들이 먹던 비빔밥을 내게 맛 보라며 좀 덜어서 주었다. 호의였다. 내가 손님을 끌었나, 나올 때쯤엔 좌석이 꽉 찼다. 벽에 예술사진이 여러 점 걸려 있던 식당을 나왔다. 이제 야영할 장소를 물색할 차례였다.


자라섬으로 갔다. 처음 가는 곳이어서 지리를 파악하기 위해 자전거로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그리고 적당한 장소를 찾아냈다. 사람이 북적대지 않는 곳으로... 자라섬은 온통 오토캠핑장이어서 어디든 사람 없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폭죽을 쏴올리는 이들까지 있었으니 시끄럽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북한강 강물 위로 물안개가 뭉실뭉실 피어오르고 있었다. 텐트를 걷고 자라섬을 떠났다.


자라섬에서 본 북한강의 아침. 물안개가 자욱하다.


야영


아침을 먹기 위해 가평읍의 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도시락을 사서 데워 먹었다. 아침에 문 여는 식당은 거의 없으니 이럴 때 편의점이 고맙다. 서서히 가평읍을 빠져 나와 북으로 향했다. 북면을 향해 달렸다.


가평읍에서 고개를 넘으니 넓은 벌판이 펼쳐져 있다


가평읍에서 북면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8킬로 정도 될까. 도중에 그다지 높지 않은 언덕이 있다. 언덕을 넘으니 드넓은 벌판이 펼쳐져 있었다. 3년 전 여름에 이곳에 온 적이 있다. 그때가 생각났다. 직장의 동료들과 함께 와서 대취했던 적이 있었다.


북면 가는 길 도중에 '한국전쟁미국참전기념비'라는 간판이 보였다. 큰길에서 500미터 떨어져 있다고 씌어 있었다. 미국참전기념비가 가평에 세워져 있을 줄은 몰랐다. 혹시 딴 지역에도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은 도처에서 공산군과 싸웠으니까.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에 '캐나다전투기념비'가 길가에 있었다.


가평은 잣만 유명한 게 아니었다. 사과밭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북면에 이르렀다. 이곳은 지금 평온하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그 옛날 한국전쟁 때는 전투가 굉장히 치열했던 모양이다. 1951년 4월 하순 중공군 춘계대공세로 이곳에서 격전이 벌어졌던 모양이고 호주전투기념비, 뉴질랜드전투기념비가 북면 소재지 북쪽에 있는 걸 보면 짐작이 된다. 


북면을 지나면 호주전투기념비가 있다


한국전쟁 당시 상황이 기록돼 있다


북면의 논에 벼가 한껏 익었다


가평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잣이다. 과연 산에는 잣나무가 그득했다. 온 산을 뒤덮은 듯이 보였다. 그런데 가평에 잣만 잘 자라는 게 아니었다. 사과밭도 도처에 있었고 무엇보다 밤나무가 어디든 눈에 띄었다. 그리고 밤톨이 여간 크지 않았다. 유실수가 자라기에 토양이 좋은 모양이었다.


잣나무가 가득하다


멀리 화악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북면을 지나니 길이 매우 조용해졌다. 그 많던 펜션이며 음식점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논에는 벼가 한껏 익었고 농촌 풍경은 고요하기만 했다. 도중에 갈림길이 있었다. 오른쪽으로 빠지면 집다리골자연휴양림이 나온다는 표지판이 있었다. 그쪽으로 가면 춘천인 것이다. 나는 화악산을 넘어야 하니 직진했다. 한동안 길은 거의 평평했다. 화악산이 해발 1468미터라고 들었는데 언제 언덕이 나타나나 궁금했다. 결국 올 것이 왔다. 갑자기 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 자전거에서 내려야 했다.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꼭대기 부근에 화악터널이 있다고 들어서 꽤 수월할 줄 알았으나 착각이었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악 소리가 나올 만큼 저 멀리 위에 길이 있었다. 가야 할 길이 참으로 아득하게 멀었던 것이다. 참 대단한 높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고개는 오지 말 것을... 그러나 후회해도 늦었다.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든 산을 넘어야 했다. 한 시간 가량 끌고 갔을까. 드디어 화악터널이 보이기 시작했다. 터널 앞에 자그만 공원이 꾸며져 있어 쉴 수 있게 돼 있었다. 산이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다.


화악산에서 남쪽을 내려다보다


화악터널


화악터널을 빠져 나오니 강원도였다. 화천군 사내면 삼일리였다. 그리고 까마득히 아래에 마을이 보였다. 무려 10킬로나 떨어진 사내면 소재지 사창리가 내려다보였다. 내리막은 신나게 내려갔다. 도중에 한 군데서는 내리막 경사가 너무 심해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내려갈 자신이 없었다. 내렸다. 끌고 내려갔다.


걸어서 가는데 길가에 물이 호스에서 콸콸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도 물살이 세차 먹어도 되겠다 싶어 벌컥벌컥 마셨다. 아마 계곡물이었을 텐데 이렇게 깊은 산속에서 흐르는 물이라면 안심하고 먹어도 좋을 것 같았다. 경사가 다시 좀 누그러져서 자전거에 올라타고 쏜살같이 삼일리 계곡을 내려왔다. 


사내고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도마치고개 방면으로 향했다. 갓길이 아주 좁아서 조심해야 했다. 차들 통행이 잦은 곳이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제대로 길을 찾아서 가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 되겠다 싶어 쉬어서 위치를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왼쪽으로 길이 나 있었고 앉아서 쉴 데를 두리번거리다가 휴게소가 하나 있어 얼른 들어갔다.


주인은 내 또래의 사나이였고 반갑게 나를 맞았다. 커피 한 잔을 시키며 이런저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는 사단 신병교육대 부근에서 펜션과 휴게소를 함께 경영하고 있는 이였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신병교육대 입소와 퇴소 땐 알바생을 여러 명 써야 할 정도로 일이 바쁘다 했다. 몇 년 후엔 부대 개편이 있을 예정이라서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농작물을 해치우는 멧돼지와 고라니 때문에 때로 수렵이 허용된다 했다. 


도마치고개에 이르렀다


휴게소를 나와서 좀 더 가니 광덕리 삼거리가 나왔다. 그제서야 비로소 지리를 파악했다. 옛날에 와본 적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도마치고개를 오르는 길이다. 도마치고개까지도 언덕이 길었다. 화악산만큼 가파르거나 길진 않았지만... 다만 오토바이 타는 이들이 맹렬히 그 길에서 연습하고 있었다. 굉음을 울리며 아슬아슬하게 S자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몸을 거의 45도 각도로 눕힌 채... 해발 690미터의 도마치고개에 드디어 이르렀다.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제부터는 계속 내리막이다. 북면까지 계속... 


도마치고개에서는 거의 10킬로미터 가까이 내리막이다


내리막에서 38선 표지판을 만났다


명지산 올라가는 길 입구




저 다리를 건너면 연인산으로 향하게 된다


도마치고개에서 북면까지는 약 27킬로다. 북면 부근은 평지니까 좀 당겨서 백둔교까지만 쳐도 22킬로다. 이 엄청난 거리가 계속 내리막이니 이 나라에서 이렇게나 긴 내리막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 75번 국도는 가평천과 나란히 나 있다. 왼편은 화악산이고 오른편은 강씨봉, 명지산, 연인산 등이 있다. 도중에 크게 세 번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었다. 차례대로 강씨봉자연휴양림 가는 길, 명지산 가는 길, 연인산 가는 길이다. 명지산 가는 길 부근이 제일 번화하다. 


북면을 지났다. 북면 지나기 전 왼편으로 자그만 산의 꼭대기에 팔각정이 보였다. 언젠가 한번 올라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록 높진 않아도 팔각정에 오르면 사방이 내려다보이면서 전망이 꽤 좋겠다 싶었다. 북면 지나 고개를 넘어 가평읍에 들어섰다.


계량교를 건너서 왼편으로 꼬부라들었다. 차량 통행이 빈번한 가평 시내 길을 벗어나 강변제방길로 들어선 것이다. 줄곧 그 길을 달려 자라섬 앞으로 해서 자전거길로 들어섰다. 춘천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자전거길이다. 들녘에 벼가 익고 있었고 드넓은 메밀밭에 메밀꽃이 활짝 피었다. 서서히 언덕을 올랐다. 색현터널은 그 옛날 경춘선 기찻길이었는데 지금은 새 기찻길이 났기에 자전거길로 쓰인다. 어둠이 깊어갔다. 청평에 이르렀을 땐 이미 밤이었다.


가평읍 교외의 들판


색현터널은 가평에서 청평으로 가다가 만난다


청평역


저녁을 먹어야겠기에 청평면 번화가를 둘러보았으나 거의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다행히 한 순대국집이 영업중이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꽤 오래된 집인 것처럼 보였는데 주인장은 과묵하기 그지없는, 좀 무서운 얼굴의 할아버지였다. 어쨌든 뜨뜻한 국물로 맛있게 한끼를 때우고 강가로 돌아왔다. 호명산 가는 길 앞에 꽤 넓은 빈터가 있었고 하루 야영하긴 안성맞춤이었다.


보름달이 떴다


청평유원지


아침에 일어나 텐트를 걷은 뒤 청평면사무소 앞으로 갔다. 산에 구름이 흐르고 있었는데 시시각각 형상이 달라져 가고 있었다. 


청평면사무소에서 


이제 청평에서 상면과 조종면 방향으로 간다. 길은 두 가지다. 37번 국도를 타고 가거나 나란히 있는 구 도로를 따라 가거나. 당연히 구 도로를 택했다. 37번 국도는 중앙분리대가 있는 4차선 도로로서 편안히 달릴 수 없는 길이다. 길이 직선이고 노면이 좋아서 빨리야 가겠지만 주변을 찬찬히 즐길 수가 없다. 과연 구 도로는 주변 구경할 게 많았다. 청평면과 조종면 현리 사이의 상면엔 가평천 따라 참으로 풍경이 아기자기했다. 경치가 좋으니 펜션이며 리조트가 즐비했다. 구름이 산을 뒤덮었다. 숲은 우거질 대로 우거져 평온한 느낌을 자아냈다. 경치에 넋을 잃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아침고요수목원 입구에 이르렀다. 전에 와본 곳이다. 도로표지판에서 '아침고요동물원'이란 표지도 보았다. 수목원 말고 동물원도 있다니! 그곳을 지나서는 구 도로가 끝났다. 어쩔 수 없이 37번 국도에 올라섰다. 멀리 높은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범상치 않아 보였다. 그 산은 운악산이었다. 운악산 아래에 조종면 소재지인 현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점차 가까이 다가왔다.


상면 덕현리에 있는 리조트


저 산 아래에 아침고요수목원이 있다


운악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포천시와 가평군 사이에 있다.


현리 부근의 들판


조종면 현리 앞을 흐르는 조종천


예전부터 현리에 대해선 많이 들었다. 월남전에서 명성을 떨친 맹호부대가 바로 현리에 있다. 지금은 수도기계화사단이라 부르지만. 원래 면 이름은 하면이었다. 바로 옆의 상면은 예전 이름 그대로지만 하면은 이름을 조종면으로 바꾸었다. 조종천이 흐르고 있었다. 현리에는 커다란 체육센터와 도서관이 시내에 자리하고 있었다. 인근의 상면에 비해 여간 번화하지 않았다. 현리를 벗어나니 차차 조용한 시골 풍경이 돌아왔다. 그러나 운악산이 차츰 가까워지고 있었다.


운악산


운악산 입구


운악산은 포천과 가평 사이에 있는 산이다. 해발 935미터다. 산 아래에 제법 큰 마을이 형성돼 있었다. 관광객들을 많이 맞는 듯했다. 운악산 입구를 지나 얼마 안 가서 그만 길을 놓쳤다. 삼거리가 있었지만 무심코 직진했다. 직진하면 일동으로 가는 줄 알았다. 한참을 간 후 상판리 마을회관 앞에서 쉬면서 길을 잘못 들었음을 깨달았다.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야만 일동으로 가는데 그만 직진하고 말았던 것이다. 눈앞에 높은 산이 버티고 있었는데 그건 명지산 서쪽 면이었다. 상판리에서 되돌아나와 삼거리에 이르러 우회전했다.


상판리에서 본 명지산


상판리에서 운악산을 보다


운악리에서 일동 가는 길은 고요했다. 길 오른편으로 조종천이 흐르고 있었다. 물이 꽤나 투명하게 맑았다. 작은 물고기들이 놀고 있었다. 그리 험하지 않은 언덕을 세 개 오르니 정상이었다. 가평군에서 포천시로 바뀌는 중이었다. 짧은 터널이 있었고 그걸 지나 급한 내리막을 쏜살같이 달려서 내려갔다.


조종천 물이 맑다


고개를 넘으면 포천시 일동면이다


고개를 넘으면 아주 짧은 터널이 있다


2박 3일 동안 가평읍과 가평의 5개 면을 돌아보았다. 설악면, 북면, 청평면, 상면, 조종면. 가평은 어디든 물이 있다. 설악면 주위로는 드넓은 북한강이 흐른다. 청평호를 이룬다. 북한강은 남이섬과 자라섬을 만든다. 북쪽으로 북면에는 화악천과 가평천이 흐른다. 화악산은 정말 대단한 산이다. 적어도 경기도에서는... 도마치고개에서 남쪽으로 북면까지 20킬로 이상 내리막인데 이렇게 긴 내리막은 찾기 힘들다. 가평천은 그만큼 길다. 


청평에서 상면과 조종면으로 나 있는 조종천 역시 주변에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수많은 펜션과 호텔이 있다. 아침고요수목원 부근엔 얼마나 많은 펜션이 있나. 전원주택 또한 곳곳에 있다. 산과 계곡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조종천 주위로 운악산과 함께 명지산, 연인산 등이 병풍처럼 서 있다. 가평에 오염되지 않은 계곡이 있다. 맑은 물과 함께 온 산을 뒤덮은 잣나무, 밤나무가 눈을 즐겁게 한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구하려거든 가평을 찾아봄직하다. 겨우 2박 3일이라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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