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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Nov 26. 2019

강화도 3일

11월 22일(금)


강화도는 여러 차례 간 적이 있다. 하지만 대개 당일치기로 다녀왔지 사흘 내내 강화도를 구석구석 훑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통비를 1원 한 푼 들이지 않고 자전거로 다닌 것도 물론 처음이다. 덕분에 강화도에 대해 제법 많이 알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피상적일 뿐이지만...


2019년 11월 22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역에 이르렀고 김포도시철도로 갈아탔다. 구래역에서 내려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해 초지대교에 이르니 오전 9시였다. 초지대교 남쪽에 자그만 항구가 있다. 황산도다. 원래 섬이었으나 지금은 육지와 연결되어 섬인 줄 모르겠다.


강화나들길이 그곳에 있었다. 그렇게 멋진 길이 해변에 조성되어 있을 줄이야! 강화도에 여러 번 왔지만 이런 데가 있는 줄은 그동안 까많게 몰랐다. 황산도를 나와 해변을 달리다 동검도로 들어갔다. 제법 큰 섬이다. 강화도 남쪽에 붙은 새끼섬 동검도는 조용했다. 해변을 따라 펜션과 전원주택이 점점이 박혀 있다.


선두5리, 선두4리를 차례로 지났다. 사기리 벌판을 보며 달렸다. 사기리에 이건창 선생 생가가 잘 보존되어 있다. 부근에서 점심을 먹었다. 돌솥비빔밥이 맛있었다. 함허동천 입구 앞을 지나 분오리돈대에 올라보았다. 내려다보이는 동막해변이 근사하다. 마니산 남쪽에 펼쳐져 있는...


흥왕리를 달리다 일부러 큰길에서 벗어나 바닷가쪽으로 내려갔다.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조용하기 그지없고 드문드문 펜션이 있다. 이렇게 한가한 곳에 오긴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리고 벌판이 참으로 광활하다. 강화쌀이 유명한데 어디서 나나 했더니 강화엔 이렇게 넓은 벌판이 곳곳에 있다. 여차리, 장화리를 차례로 지났다.


갯벌센터, 티라시아리조트 등을 지나 장곶돈대 앞에 이르니 공사중이라 돈대에 가볼 수는 없었다. 스페인마을도 지났다. 내리막이 이어지고 후포삼거리에 와서야 길이 평평해졌다. 해변으로 자전거길이 굉장히 넓고 조용하다. 바다를 보며 달린다. 저 멀리 석모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낙가산과 해명산이 그곳에 있다.


해질 시간을 의식해 더 가지 않고 내륙으로 방향을 틀어 양도면을 지나 탑재삼거리에서 가능포로로 접어들었다. 평지가 계속되고 저 멀리 마니산이 차츰 가까워지고 어느새 화도면에 이르렀다. 마니산 참성단 가는 길 초입을 지났다. 참성단은 단군에게 제사 지내는 곳이니 민족의 성지다.


뾰죽한 봉우리인 초피산 아래를 지나니 너른 벌판이 나타났다. 그리고 고개를 하나 넘으니 길상면 온수리, 이곳은 굉장히 번화했다. 어둠이 찾아들었다. 길상로를 따라 초지진입구삼거리에 이르렀고 저녁은 초지진 지나 장어집에서 장어탕을 먹었다. 강화해수랜드에서 피곤한 몸을 녹였다. 강화도 남부 일대를 돌아본 첫날이었다.


11월 23일(토)


강화해수랜드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둬야겠다. 계단을 내려가 지하1층에 있는데 밖에서 보기엔 허름해 보였으나 안은 매우 널찍하고 쾌적했다. 모든 게 불편함이 없었다. 아주 잘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침에 해수랜드를 나와 식사는 바로 옆 식당에서 미역국으로 했다.


전등사로 가기 위해 드넓은 초지로를 달렸다. 벌판의 새떼가 장관이었다. 수확이 끝난 논에 새들이 새카맣게 앉아 있었다. 만일 총성이라도 나면 그 많은 새들이 일제히 솟아 오를텐데 그런 소리가 나주지 않는다. 그 장면을 사진 찍으면 좋으련만... 기다리다 할 수 없이 길을 재촉해야 했다. 길상산을 곤돌라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전등사 아래에 닿았다. 남문 앞을 지나 동문 앞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걸어서 오르기 시작했다. 양헌수 장군 기념비를 지나 호젓한 산길을 얼마간 내려가니 위로 절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웅전은 수리 중이었고 약사전, 명부암 등이 고색창연하다. 정족산 둘레길을 걸어야 마땅하지만 갈 길이 멀어 그냥 내려와야만 했다.


온수리 시내를 지나 길정저수지쪽으로 향했다. 강화영상미디어고 앞 고개를 넘으니 벌판이었다. 저수지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갈 수 없었다. 야콘냉면 앞을 지나 벌판으로 나왔고 거대한 인삼밭이 펼쳐져 있었다. 석릉, 곤릉 가는 표지가 있었으나 큰길에서 너무 멀어 포기하고 지나쳤다. 고려의 왕릉들이다.


불은면에 이르렀다. 길상면 온수리에 비하면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이제 동쪽 해안으로 간다. 불은초등 앞을 지나 한적하기 그지없은 벌판 농로를 달렸다. 벌판 끝에 오두돈대가 있었다. 돈대에 올라가 보니 멀리 광성보쪽이 보였다. 오두는 鰲頭고 鰲는 자라다. 지형이 자라머리 모양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지명일 것이다.


오두돈대 근처 음식점에 가서는 타박을 맞았다. 혼자라니 퇴짜를 놓았던 것이다. 말 없이 물러나와 점심은 다음 돈대인 화도돈대 부근 중국집에서 먹었다. 화도돈대와 용당돈대를 지나고 용진진 앞도 지났다. 저 멀리 강화대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갑곶돈대 앞 강화전쟁박물관에 들어갔다. 입구에 강화도 54돈대의 지도가 세워져 있었다. 숙종 때 주로 만들어졌고 그 200년 뒤에 병인양요, 신미양요가 벌어졌다. 박물관 뒤로 올라가니 갑곶돈대에 대포가 전시돼 있었다. 강화도와 김포 사이에 바닷물길이 있다. 새들이 갯벌에서 노닐고 있었다.


강화읍내로 향했다. 강화풍물시장은 여간 북적이지 않았다. 순무, 대파를 비롯해 농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무슨 행사기간인지 가수가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여간 흥을 돋우지 않았다. 관객들이 넋을 잃고 가수의 춤과 노래에 빠져들고 있었다.


군청 앞을 지나고 용흥궁공원에 이르렀다. 김상용 순절비가 세워져 있었다. 이조판서, 우의정을 지내고 병자호란 때 자결한 이다. 용흥궁은 철종이 살았던 집이다. 궁궐처럼 크진 않으나 기와집이 여러 채였다. 용흥궁 북쪽 성공회강화성당에 들어가서 내부를 둘러보았다. 한옥성당이 이채로웠다.


천주교강화교회 안에는 진무영순교성지가 있었고 그 맞은편의 강화초등학교는 1896년에 세워졌다니 대단히 오래된 학교다. 고려궁지에 들어갔다. 13세기에 몽골군의 침략으로 개경에서 수도를 이곳으로 옮겨 39년이나 지냈다. 외규장각이 복원되어 있었다. 임금이 볼 귀한 책을 보관하던 곳이다. 집 한 칸..


서문을 지나고 고개를 넘어 송해면으로 향했다. 국민체육센터와 고인돌체육관이 나란히 있었다. BMX경기장도 가까웠다. 송해면사무소를 찍고 되돌아나와 다시 강화읍으로 돌아왔고 서문에서 우회전해 국화저수지로 갔다. 저수지는 드넓었고 고려산 아래로 해가 지고 있었다. 산책로가 아주 훌륭했다.


연무당옛터를 지났다. 1876년 강화도조약이 체결됐던 자리라는데 건물은 없이 터만 있다. 저녁 먹을 데를 찾아 강화중앙시장 부근 골목을 누볐다. 강화남문까지 갔다. 1930년대에 김구 선생이 방문했다는 고택이 있어 들어가보았다. 저녁은 군청 부근의 식당에서 보쌈정식으로 했는데 만족스러웠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이미 어두웠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강화읍을 빠져나와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선원면 방면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었다. 혈구산 아래 찜질방 '탁영정'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초행이었지만 탁영정에 큰 어려움 없이 이르렀다.


탁영정은 찜질방인데 여러모로 특이하다. 우선 매우 깊숙한 산속에 자리하고 있다. 공기가 맑을 수밖에. 휴양 온 기분이다. 찜질방 규모가 작지만 매우 짜임새 있고 인테리어가 예술적이다. 탕은 없지만 샤워시설은 깔끔하다. 잘 무렵 주인이 둘러보며 춥겠다면서 이불을 하나 가져와 덮어 주었다. 감동이었다.


11월 24일(일)


깨보니 6시 반이다. 조용히 탁영정을 빠져나왔다. 하늘을 보니 초생달이 떠 있었다. 충렬사 앞을 지났다. 충렬사는 병자호란 때 강화도가 함락되자 순절한 이들을 배향한 곳이다. 중앙로로 나왔다가 대문고개를 넘어 선원사지로 갔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였던 선원사는 터만 남아 있었다. 부근에 연꽃지가 있다는데 가지는 못하였다.


선원면 소재지를 지나 찬우물고개삼거리에 닿았다. 중앙로를 따라 가다가 편의점에서 비빔밥 도시락을 사서 아침을 먹었다. 젊은 주인이 손수 렌지에 데워주었다. 안양대강화캠퍼스 맞은편에 강화교육지원청이 있었다. 강화아르미애월드 앞도 지났다. 인산저수지 앞도 지났는데 배 모양의 레스토랑이 우뚝 서 있었다.


인산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외포리로 향했다. 외포사거리를 지나 끝까지 가니 외포항젓갈수산시장 건물이 거대했다. 항구였다. 횟집, 모텔 등이 여간 많지 않았는데 바닷가에 망양돈대로 올라갔다. 삼별초항몽유허비도 세워져 있었다. 삼별초는 강화도를 떠나 진도, 제주도까지 쫓겨 가면서까지 몽고군대와 맞서 싸웠다.


외포리를 나와 고개를 하나 넘으니 갑자기 호젓해졌다. 삼량고등학교를 지나니 내가면이었다. 고려저수지가 있었다. 대단히 넓었다. 퇴미산 아래였다. 야트막한 고개가 있었는데 미꾸지고개였다. 멀리 산이 우뚝 서 있었다. 별립산이었다. 그리고 그 앞 탁 트인 평지로 쪽 곧은 길이 나 있었다. 삼거리에서 우회전, 하점면으로 향했다.


이강교차로에서 식당이 눈에 띄길래 부대찌개로 점심을 먹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비옷을 샀다. 이제 하점면 소재리로 간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었다. 48번국도로 올라서니 빠져나가는 길이 없다. 패였다. 고속도로나 진배없다. 할 수 없이 다음 교차로에 가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점면에도 벽화가 눈에 띄었다.


이제 강화도의 마지막 남은 면인 양사면으로 간다. 호젓한 새말고개를 넘는데 길가로 부시럭 소리가 났다. 노루가 놀라서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양사면은 최전방이어선지 참으로 호젓했다. 덕하리의 넓은 벌판에서 새떼가 이동하는 장관을 지켜보았다. 실로 대단했다. 드디어 길이 끝나고 철책이 나타났다. 강화도 북쪽 끝에 이르렀다.


왼쪽으로 가면 평화전망대지만 건너뛴다. 오른쪽으로 향해 화문석체험학습장을 지나 화문석문화관에 들어갔다. 화문석만 전시한 박물관으로 참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문화해설사의 해설도 진지했다. 한 일행이 떠나고 해설사와 단둘이 약 3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아주 해박했다. 고려시대에 화문석을 비롯해 고려 문물을 수입하기 위해 대식국(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이곳까지 왔다 하니 당시 고려는 얼마나 번성했던가.


더 듣고 싶었지만 갈 길이 남아 일어서야 했다. 그런데 고인돌유적을 간다는 게 그만 길을 잘못 들어 송해면사무소쪽으로 가고 말았다. 48번국도에 올라타 기어이 고인돌유적으로 갔다. 빗발이 세서 사진을 찍기 힘들 정도였다. 강화역사박물관을 번히 보고도 들어가보지 못하고 나왔다. 강화에는 구석기 유적이 있으니 역사가 얼마나 깊은지!


마지막 남은 행선지 연미정을 향해 48번국도를 맹렬히 달렸다. 대산교차로에서 빠져나와 산업단지를 통과해 간신히 월곶리 월곶진에 이르렀다. 연미정이 부근에 있지만 올라가보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옥림교차로에서 48번국도에 올라 갑곶교차로에서 빠져나왔고 서서히 어둠이 짙어졌다. 해안동로를 따라 광성보, 덕진진 입구를 지나 초지진에 이르니 저녁 6시 반이었다. 초지대교를 건넜다. 사흘을 강화도에서 보내고 떠나는 순간이었다.


소회


모처럼 마음 먹고 강화도를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강화읍과 9개 면을 모두 돌아보았으니 이제 강화도를 대충은 파악한 듯싶다. 물론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지만 말이다. 강화도는 모든 것이 골고루 있었다. 산(고려산, 혈구산, 별립산, 진강산, 덕정산, 마니산, 길상산)이 있는가 하면 곳곳에 벌판이 여간 넓지 않았다. 저수지(고려저수지, 국화저수지, 인산저수지, 길정저수지) 또한 도처에 있다. 강화섬쌀도 유명하지만 인삼 또한 명성이 자자하다. 그리고 강화순무, 속노랑고구마, 약쑥 등 강화만의 특산물이 풍부했다. 섬이니 장어, 꽃게 등 수산물이 풍부한 건 말할 것도 없다. 강화는 역사가 풍부했다. 고인돌은 이 섬에 인간이 얼마나 오래 전부터 살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전등사는 고구려시대에 창건됐다는 가장 오래된 절이라 한다. 고려시대에 몽골의 침략을 받아 39년간 이 나라 수도였던 강화도다. 병자호란의 아픔도 겪었고 병인양요 땐 프랑스군이, 신미양요 땐 미국군대가 휩쓸고 지났다. 지금은 남북 분단의 대치 현장이고. 강화도는 북쪽은 철책이 쳐진 최전방이지만 남쪽은 평화롭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휴양지다. 숙종 때 쌓았다는 54개의 돈대만 구경하더라도 하루 가지고는 어려울 것이다. 또 강화도에는 펜션, 카페, 음식점이 참으로 많다. 특히 남쪽 해변이 그렇다. 황산도, 동검도, 동막해변 주변, 장화리와 선수 포구 주변에 즐비하다. 강화도는 또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새를 관찰하고자 하면 곳곳에서 그 생태를 볼 수 있다. 노루며 꿩이며 등도 가까이에서 보았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런 보배 같은 곳이 있음에 새삼 놀랐다. 다음에 강화도에 올 땐 강화나들길을 한두 코스 걸어볼 생각을 하고 있다.



황산도의 어시장은 뱃모양이다



황산도 해변에 걷기 좋은 길이 만들어져 있다



멀리 초지대교가 보인다



저 멀리는 영종도일 것이다



갯벌에 외로이 배 한 척



길상산



강화도에는 54개 돈대가 있다



후애돈대



독립운동가 이건창 생가



강화도 남쪽 동막해변



흥왕리 남쪽 바닷가 저수지



강화갯벌센터



석모도가 보인다



갯벌 안으로 들어온 물길



마니산 올라가는 길 입구



초피산



초지대교 야경



오늘도 해가 뜬다



초지리 벌판 일대에서 하늘을 뒤덮은 새떼



전등사 입구



'전등사'라는 글씨가 보인다



전등사는 오래되고 아름다운 절이다



왼쪽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을 물리친 양헌수 장군 기념비



살고픈 맘이 든다



인삼밭이 넓기도 하다. 양도면



오두돈대



정면 멀리는 광성보쪽



갑곶돈대에서 내려다보다



강화전쟁박물관



강화풍물시장



순무는 강화 특산물이다



용흥궁은 철종이 살던 집이다



성공회 성당



천주교강화교회



고려궁지 안에 복원된 외규장각



국화저수지



김구 선생이 방문했던 가옥



혈구산 산속에 자리잡은 찜질방 탁영정



선원사지



선원면 냉정리에서



삼별초 항몽 유적지에 세워진 진도개 상



내가면 거리 벽화



고려저수지



화문석문화관에서


고인돌



월곶진



광성보 입구에 세워진 어재연 장군상



덕진진 부근 한 펜션 입구의 장식




자전거 타고 다닌 경로 (2019. 11. 22.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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