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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Nov 04. 2019

선유도 기행

2박 3일 자전거여행기

2019. 11. 1.(금)


서해에 고군산군도가 있다.

그 중심에 선유도가 있고...


새만금방조제가 2010년 완공되면서 신시도까지는 육로로 연결돼 있었다.

그런데 신시도에서 선유도까지 연륙교가 놓인 게 2018년초다.

아직 2년도 채 안 됐다.


자전거를 타고 군산에서 신시도까지 달려볼 꿈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를 잡아 선유도로 2박 3일 자전거여행을 떠났다.


서울에서 군산까지는 고속버스를 타고 갔다.

금요일 아침 고속버스는 강남센트럴에서 불과 3시간 남짓만에 군산터미널에 나를 내려놓았다.


군산고속버스터미널은 자그마했다.

도시는 조용했고 거리를 오가는 자전거에서 희한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글쎄 자전거 뒤에 사람을 태우고 가는 모습이라니!

옛날엔 흔했지만 지금 서울에선 좀체 못 보는 장면이다.


터미널을 출발해 얼마 안 가 군산시간여행마을에 닿았다.

1930년대의 군산 모습이 꽤 남아 있는 거리다.

일제강점기에 군산은 큰 도시였고 당시에 지어진 건물들이 여러 채 보존돼 있었다.

지금은 건축관, 미술관 등으로 쓰이고 있었다.


바닷가 진포해양테마파크공원엔 배는 물론 비행기까지 전시돼 있어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일대에서 가장 큰 건물은 군산근대역사박물관으로 굉장한 규모였다.

이건 옛 건물이 아니고 현대식이다.

박물관에 들어가니 단체관광객들로 여간 붐비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에 군산이 얼마나 번성했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근처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일본식 건물과 조경이었다.


점심은 근처 짬뽕거리의 중국집 빈해원에 들어가 먹었다.

주방에선 온통 중국말이 오가는 걸로 봐서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듯했다.

실내는 2층이었는데 가운데 홀이 있고 2층은 회랑으로 돼 있어서 방이 아주 많았다.

이곳에서 무슨 영화인지 드라마인지를 찍었다는데 과연 그럴만한 독특한 분위기였다.

영화세트장 같은...


이제 시내를 떠나 새만금방조제로 간다.

장항과 연결되는 동백대교 입구를 지났다.

국가산업단지는 거대했다.

OCI, 한국유리를 지나니 GM대우공장은 타다대우상용차로 바뀌어 있었다.

비응항이 나타났다.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횟집타운이 굉장했고...


군산 시내 서쪽 끝 비응항


새만금방조제는 비응항에서부터다.

쪽 곧은 일직선 방조제가 끝도 없이 뻗어 있었다.

자전거길은 얼마나 넓은지 모르는데 다니는 자전거는 나뿐이다.

왼쪽도 바다, 오른쪽도 바다지만 실은 왼쪽은 앞으로 메워져서 육지가 될 곳이다.

육지로 변하자면 아마 수십 년은 걸리리라.


자전거길 위는 파아란 페인트로 칠해져 있어 분위기를 돋워 주었다.

드디어 육지가 나타났는데 그곳은 야미도였다.

거기서 좀 더 가야 신시도다.


새만금방조제의 자전거길 넓기도 하다. 멀리 보이는 섬은 신시도를 비롯한 고군산군도
방조제에서 바라본 서해


드디어 새만금방조제의 중간 지점인 신시도에 이르렀고

선유도로 가기 위해 오른쪽으로 꼬부라졌다.

이제까진 평지였지만 그곳에서부터 완만한 언덕길이 시작됐다.


자전거길은 길 양쪽에 나 있어서 각각 일방통행이었다.

그러니 맞은편에서 자전거가 오지 않으니 이보다 편안할 수가 없다.

신시도와 야미도 사이의 바다엔 거대한 바다 양식장이 펼쳐져 있었다.


신시도와 야미도 사이 바다 양식장


신시도를 지나니 다리가 나타났다.

차례로 신시교, 고군산대교, 무녀교다.

한 다리로 보이지만 실은 세 개의 다리가 연결돼 있다.

드디어 무녀도로 넘어왔다.


신시도와 무녀도 사이의 고군산대교


왼편으로 드넓은 평지가 있었는데 그곳은 염전, 그러나 지금은 소금을 생산하는 거 같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오토캠핑장이 보이더니 언덕 지나 빠알간 다리가 놓여 있었다.

선유도로 넘어가는 선유교였다.


무녀도와 선유도를 잇는 선유교


다리를 건너 드디어 선유도로 들어왔다.

도로는 널찍하고 자전거길은 물론 따로 나 있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교차로를 둘 지나니 짤막한 선유터널이 있었고 그걸 나오자마자 다리가 있었으니

장자도로 넘어가는 장자교였다.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장자교
구 장자교는 차가 다닐 수 없고 보행자용이다


지금은 장자교로 수없이 많은 차량이 분주히 다니지만

장자교가 놓이기 전엔 도보로 건널 수 있는 구 장자교가 있을 뿐이었단다.

바로 그 구 장자교가 장자교 건너편에 나란히 있었다.

두 다리는 백 미터쯤 떨어져 있을까.


내친 김에 장자도와 이어져 있는 대장도로 건너갔다.

아름다운 펜션 건물이 산기슭에 여러 채 지어져 있었다.

유럽풍의...


대장도의 예쁜 집들


군도의 끝인 대장도까지 와 보았으니 발길을 돌려 선유도로 되돌아갔다.

이번엔 구 장자교를 건넜다.

'선라인'이라는 게 우뚝 서 있었다.

집파인을 이곳에선 선라인이라 하고 있었다.

길이가 무려 700미터나 된단다.

서해 먼 섬에 이런 거대한 기계 시설이 놓여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선유도의 랜드마크라 할만한 길이 700미터의 긴 집파인이 설치돼 있다


해는 짧았다.

금세 어둠이 찾아왔다.

저녁을 먹어야 했다.


선유도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다 보니 음식점이 즐비했다.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불이 좀 어두워서 약간 미심쩍어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 영업이 이미 다 끝났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안해했다.


그 집을 나와 이번엔 굉장히 불이 밝은 집 안으로 들어섰다.

식당 안엔 손님들이 많았다.

한 종업원이 나를 보더니 머뭇머뭇했다.

뭔가 곤란하다는 듯이...


과연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더니 생선구이정식이 1인분은 안 된다고 했다.

더 놀라운 건 2인분을 시키겠느냐고 하는 것이었다.

13,000원만도 비싼데 26,000원을 내고 혼자 2인분을 먹으라고...?

어이없어해하는데 안에서 지긋한 여인이 나와서 자기딴에는 미안한 듯

옆집에 가면 먹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곳은 바로 조금 전 내가 갔다가 영업 끝났다 해서 나온 집이었기에

"그집 오늘 영업 끝났대요." 하고 쏴붙이듯 말하고 나왔다.


근처의 다른 식당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어서 오세요." 했던 종업원은 바로 1인 손님인 걸 알자 1인분은 안 된다며 내치는 것이었다.

씁쓸하게 돌아섰다.

단체로 밥을 먹고 있던 손님들 사이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동정하는 말이었다.


이렇게 세 군데서 거절당하고 네 번째 식당으로 들어갔다.

굉장히 허름해 보이는 집이었다.

이곳에서도 환영은 못 받았다.

주방 안까지 들어가 분주히 일하는 할머니한테 주문하겠다 하니 몇 명이냐 묻길래 혼자라 했다.

그리고 아무 말이 없었다.

침묵은 동의를 뜻한다고 봐야 하니 자리에 앉았다.

벽에는 백반 8,000원이라 가격이 붙어 있었다.


잠시 후 한 상이 나오는데 말라 비틀어진 고등어 한쪽과 조기 두 마리에 반찬 몇 가지가 나왔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그렇게라도 저녁을 먹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하마터면 굶을뻔했으니.


이제 잠자리를 찾아야 했다.

등에 맨 배낭에는 야영 장비 한 세트가 들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이리저리 다니다가 선유3구 남악리 가는 방향의 길가 전망데크를 잠잘 곳으로 정했다.

이따금 차가 지나가서 좀 신경이 쓰였을 뿐 파도 소리 들리는 그곳은 야영 장소로 훌륭했다.

편안하게 몸을 뉘었다.

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2019. 11. 2.(토)


아침에 일어나니 텐트 친 전망데크에선 전망이 그저 그만이었다.

선유도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였으니...


우선 밭너머마을로 갔다.

한자식 이름은 전월리(田越里)다.

망주봉을 한 바퀴 빙 둘러볼 수 있었다.

옥돌해변까지 갔다.

아침에 낚시하러 두 사나이가 낚시도구를 들고 마주 걸어오고 있었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동쪽에서 바라본 선유도 북쪽의 망주봉


해가 뜨고 있었다.

망주봉 아래엔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는 수초가 자라고 있었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마을사람도 보였다.


해 뜨는 장면. 저 멀리 고군산대교가 보인다.


바다 위로 놓인 부교 위를 걸었다.

선라인 타고 내리는 곳까지 부교는 놓여 있었다.

부교 가운데 두 곳이나 흔들거리는 벤치가 있었다.


선유도해수욕장


아침에는 식당이 문 연 곳이 없다.

편의점에 들어가 도시락을 사서 데워 먹었다.


큰 주차장 앞을 지났다.

'진말'이라 쓰인 큰 돌이 서 있었다.

아마 그 옛날 선유도의 중심지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다섯 개의 송덕비가 나란히 서 있는 걸 봤다.

조선시대 때 이곳에 수군이 주둔하고 있었고 수군 간부들의 공덕을 기리는 비였다.


좀 더 가니 선유도선착장이 있었다.

이곳에서 배를 타면 군산항으로 가는 모양인데

지금은 연륙교가 놓였기에 배를 이용할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언덕길이 시작됐다.

호젓한 길이었다.

선유교 밑을 지나니 갈림길이 있었다.

그리고 마을을 만났다.

선유1구였다.


커피집이 있어서 들어갔다.

여주인이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군산 사람인데 이 섬에 들어온 지 17년이나 됐다 했다.

펜션과 커피집을 함께 운영중인 그녀는 지금 벌써 이장을 두 번째 하고 있다 했다.


커피를 마시고 나가 바닷가로 내려갔다.

마을이 있었는데 자그만 고기잡이배가 여러 척 떠 있었다.

그리고 멋진 산책로가 시작됐다.

비탈에 나무데크길이 나 있는데 바다를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어서 여간 눈이 즐겁지 않다.

물가로는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고...

눈앞에 보이는 작은 무인도는 앞삼섬, 장구도, 무삼섬이다.


선유1구에 있는 산책로는 훌륭하다. 저 길을 돌아서면 옥돌해수욕장이 나온다.


나무데크 산책로는 다시 내리막이었다.

옥돌해수욕장은 움푹 파인 곳에 있었다.

가는 모래밭이 아니고 자갈이어서 옥돌해수욕장이 하는 모양이다.


선유봉으로 가는 길은 잘 알아볼 수 없게 돼 있었다.

선유봉에 올라가볼까 하다가 접었다.

곳곳이 민박집인 마을을 지나 산 위로 오르니 선유초중학교가 내려다 보이지 않는가.


양쪽이 다 보이는 고개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개 한 마리가 선유초중학교 쪽(선유2구)에서 올라오더니 재빠르게 내 앞을 지나서

선유1구쪽으로 내려가지 않는가.

차가 많이 다니는데 저러다 위험한 순간을 맞지는 않을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선유터널을 지나고 장자교도 건넜다.

장자도선착장쪽으로 내려가보니 관리도 가는 배가 막 떠나가고 있었다.

11시와 2시 하루 두 번 배가 다니는데 11시 배였다.


배가 가버리는 바람에 빤히 건너다 보이는 관리도에 가볼까 하는 생각을 접고 마을 어느 카페로 들어갔다.

갤러리카페 도겸은 커피와 전통차를 파는 데였다.

아이스캔디를 하나 샀다.


할머니를 따라온 모양인 여자아이가 인사성 바르게 내게 인사했다.

선유초중학교에 다닌다 했다.

5학년쯤 되었을까.


도겸을 나와 점심을 먹으러 편의점으로 갔다.

여기서 전날 음식점 몇 곳에서 퇴짜 맞았던 악몽이 깨끗이 사라졌다.

30대로 보이는 건장하고 잘생긴 남자는 매우 활기차게 손님을 맞았다.

나는 도시락을 집어들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했다.

안으로 휴게실에 들어가면 렌지가 있다고 일러주었다.

안쪽의 휴게실은 아주 널찍했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렌지에 넣고 1분 30초를 눌렀다.

계산대로 가 젓가락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니 그 남자는 도시락에 들어 있다고 했다.


휴게실 안에 들어가 렌지에서 도시락을 꺼냈는데

그 남자가 헐레벌떡 들어와 젓가락을 주고 갔다.

포장된 도시락에 들어 있는 젓가락보다 더 긴 것이었다.

그가 베푼 친절에 감동했다.

젓가락은 길면 길수록 먹기 편한 걸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물어보았다.

낙조를 보기 좋은 곳이 어디냐고...

장자도에 낙조대가 있긴 한데 대장도의 대장봉에 올라가서 보는 게 제일 나을 거라 했다.

5시면 해가 지기 시작하는데 그보다 좀 일찍 대장봉에 올라가야겠다 생각했다.


나머지 세 시간 정도를 어떻게 보낼 것이냐 생각하다가 무녀도를 둘러보기로 했다.

시간이 되면 신시도까지 가보고...


무녀도는 선유도와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랐다.

관광객으로 시끌벅적한 선유도와 딴판으로 무녀1구는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아주 호젓한 어촌마을이었다.


무녀1구 마을을 돌아나와 바닷가쪽 길을 달렸다.

큰길인 고군산로가 아니라 무녀도2길을...

그리고 다시 고군산로로 접어들어 내친 김에 무녀교, 고군산대교, 신시교를 차례로 지나 신시도에 이르렀다.


신시초등학교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학교쪽으로 내려갔다.

긴 방파제에는 낚시꾼들이 줄지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끝까지 가보지 않고 돌아나와 신시도길을 달리니 마을이 나타났는데 그곳이 신시도어촌체험마을이었다.

바닷가다 보니 작은 어선들도 여러 척 매여 있었고 차들이 분주히 오갔다.


이제 낙조를 보기 위해 대장봉으로 가야 한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자전거를 장자도 마을에 세워 놓고 대장도를 향해 걸었다.


장자도와 대장도 사이에는 다리가 놓여 있지만 하도 짧아 다리를 건너는 줄 잘 모른다.

하지만 분명 다리가 있는 건 맞다.


산길이 시작됐다.

처음엔 경사가 대단치 않더니 점차 오르막이 가팔라졌다.

힘이 들었다.

빤히 보였던 대장봉에 오르기가 왜 이리 힘이 드는지!


겨우 해발 142미터밖에 안 되는 봉우리가 이렇게 힘이 들 줄은 미처 몰랐다.

고생고생 끝에 결국 정상을 밟았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탁 트인 사방 여기저기에 섬들이 떠 있었다.

선유도, 장자도, 관리도, 그리고 횡경도, 말도, ...


대장도의 대장봉에서 내려다본 장자도와 선유도


아직 해가 지려면 한 시간 이상 있어야 했다.

겨우 4시가 좀 넘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꾸역꾸역 올라왔다.

모두들 올라와서는 탄성을 질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장관이 펼쳐져 있었으니...


해가 조금씩 기울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째 조짐이 이상하다.

구름이 점점 두터워지는 게 아닌가.

결국 구름 속에 해는 완전히 들어가버렸다.

낙조를 보려던 꿈은 깨지고 말았다.


대장봉에 올라 석양을 바라보다. 보이는 섬은 관리도다.
해가 구름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어둠이 점점 짙어지니 올라오는 사람도 없었고

더 이상 혼자 정상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서 나도 하산을 시작했다.

올라온 길은 흙길이었지만 내려가는 길은 나무계단길이었다.

훨씬 쉬웠다.


할매바위가 보이는 곳도 지나고 어화대 앞도 지났다.

어화대는 막 무너지기 직전의 위태한 모습이었다.

산비탈에 세워진 정자....


대장도 펜션촌까지 내려오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하늘엔 초승달이 또렷이 보였다.


이제 잠 잘 데를 찾아야 한다.

대장도를 나와 장자도로 건너갔다.

낙조대 정자를 지나 길가 평평한 곳을 하나 찾아서 텐트를 쳤다.


전날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는데

이 날 밤은 파카를 안에 입고 자전거복을 밖에 입었더니 전혀 추운 줄 몰랐다.

옷 입는 순서가 이렇게 중요하다니...


전망은 전날 선유도 해수욕장이 보이는 데크보다

이곳 장자도 언덕 위가 훨씬 좋았다.

바다가 내려다보였으니 말이다.


2019. 11. 3.(일)


장자도에서 숙영
장자도 남쪽바다


동이 틀 무렵 잠에서 깼다.

텐트를 걷고 움직일 준비를 했다.

차곡차곡 짐을 싸서 배낭에 넣었다.

텐트, 침낭, 매트...


장자도 주차장 부근 번화한 데로 내려갔을 무렵은 7시 반께...

아직 아무 상점도 문을 열지 않았을 때였다.

잠시 후 편의점에 불이 들어오며 장사를 시작하는 듯했다.

그곳에 가서 역시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었다.


그 집은 단지 편의점만 하는 게 아니고 옆집인 커피점, 호떡집도 같이 운영하는 거 같았고

마당에 진열된 자전거, 전동모빌리티 등도 역시 그 집 소유였다.


구 장자교를 건너 선유도로 넘어갔다.

선라인 앞도 지나고 선유도 번화가 앞을 통과했다.

'진말'이라 적힌 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제 선유도 한복판을 떠난다.


무녀도로 넘어갔다.

드넓은 벌판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벼과의 풀이 드넓은 땅을 뒤덮고 있었다.

빤히 보이는 탐조대처럼 설치된 곳은 접근하는 길이 잘 찾아지지 않았다.

로드자전거다 보니 포장되지 않은 길을 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되돌아 나왔다.

연못에는 물새들이 한가로이 놀고 있었다.


무녀도에 넓은 들이 있고 가운데 못이 있다. 전에 염전이었던 모양이다.


큰길인 고군산로로 나왔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난 산길로 접어들었다.

고개를 넘으니 멋진 풍경이 나타났다.

비탈에 자리잡은 펜션은 아주 명당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무녀2구는 바닷가마을이었다.

새들이 어지러이 포구 위를 날고 있었다.

바닷가길을 따라 계속 가니 무녀1교차로까지 연결되었다.



이제 무녀도도 나왔다.

신시도를 지나 새만금방조제와 만나는 교차로까지 왔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이틀 전 왔던 길로 해서 군산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가면 부안 방향이다.


부안 방향으로 꺾었다.

새만금휴게소는 엄청나게 넓었다.

꽤 높은 지대여서 전망도 좋았다.


신나게 내리막을 달려내려와 새만금방조제 도로에 이르렀다.

새만금센터로 들어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전망대가 있었기에....


7층 높이의 전망대에는 새만금간척지의 위성사진이 걸려 있었다.

저 멀리 방조제 밑으로 점 같은 것이 일렬로 서 있었는데

그건 사람들이 서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장면이었다.

몇 미터 간격으로 수백 미터를 그렇게 사람들이 고기를 잡는 중이었다.


전망대를 내려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새만금방조제를 부안 방향으로 달린다.

오른쪽이야 서쪽으로서 원래 바다니까 수평선이 보이는 건 당연하다.

왼쪽은 동쪽으로 앞으로 육지가 될 곳인데 여전히 바다처럼 물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간척 사업으로 땅 만드는 게 얼마나 긴 시간을 요하는지 알만했다.


새만금방조제로 생긴 간척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방조제길...

4년 전 여름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일주할 때 바로 이 길을 달렸었다.

그때도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 거리에 절망을 했었다.


부안 방향으로 꾸준히 달리던 중 맞은편에 희한한 장면이 있었다.

사람들이 몇 사람 서 있었는데 그 앞에 멧돼지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가만 살펴보니 다리가 이따금 떨리고 있었다.

핏자국이 땅바닥에 나 있었고...

자동차에 치인 지 얼마 안 됐고 아직 숨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멧돼지는 어디서 와서 이곳에서 차에 치였단 말인가.

가장 가까운 산은 몇 킬로 떨어진 신시도인데 이 멧돼지는 어디서 온 건가.

바다를 헤엄쳐 왔을 것 같다는 추측이 들었으나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 멧돼지는 어디서 와서 이렇게 최후를 맞이하게 됐을까


부안쪽 육지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하늘엔 엔진소리가 들리더니 패러글라이딩 하늘 위를 낮게 날아갔다.

사람이 의자에 앉았는데 바퀴까지 달려 있었다.

그럼 저것도 패러글라이딩인가.


조인


조금씩 육지가 더 가까워졌다.

알고 보니 육지는 아직 아니고 가력도였다.

가력도에는 갑문과 생태공원 그리고 가력도항이 있어 차가 아주 많았다.


드디어 육지에 닿았다.

이제 군산이 아니라 부안이다.

높은 건물이 우뚝 서 있었으니 새만금홍보관이었다.

들어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들어온 보람이 있었다.

홍보관의 규모가 대단했고 3층에 올라가니 새만금방조제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었다.

카페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커피를 마셨다.

스마트폰 충전도 하면서...


5시 10분 김제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아직 5시간 가량 남아 있다.


계화도로 향했다.

국도를 향해 접근하는데 눈 앞에 보이는 우뚝 선 산은 변산이었다.

변산반도는 변산 아래의 지역을 말한다.

변산 산꼭대기에는 통신시설로 보이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마주 보이는 산은 변산이다. 변산반도에 왔다.


부안으로 향하는 30번 국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를 알리는 커다란 입간판이 새만금간척지에 서 있었지만

아직은 지어진 시설이 전혀 없는 빈땅이었다.

아직 3년이 남았으니까.

그때 굉장한 행사가 펼쳐질 것이다.


장신교차로에서 국도를 벗어나 705번 지방도로 들어섰다.

장신초등학교 앞을 지나 반월, 복룡, 양지마을을 차례로 지났다.

돈지 가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계화도로 향했다.


계화도가 차츰 가까워져 왔다.

오른편으로 드넓은 호수가 있었으니 계화조류지였다.

다양한 새들이 이 호수를 찾는 모양이었다.


부안군 계화면에 드넓은 조류지가 있다


지명이 계화도인 걸 보면 그 옛날엔 이곳도 섬이었던 모양이다.

길게 나 있는 마을은 차례로 계하리, 계중리, 계상리였다.


점심을 먹어야겠는데 그 큰 마을에 식당이 좀체 보이지 않았다.

식당을 하나 발견하고 들어가니 탕을 하는 집이라 1인은 안 된다며

초등학교 맞은편의 식당을 하나 안내해 주었다.

그곳으로 가니 과연 영업중이었다.

함바라고 쓰인 걸 보니 근처에 공사장이 있는 모양이었다.

혼자 왔지만 상이 참 푸짐했다.

두부찌개가 나왔는데 큰 냄비에 한가득이었다.

6,000원 백반에 그리 맛있고 배불리 먹었으니 전날 선유도에서 악전고투하던 기억이 났다.

관광지와 관광지 아닌 곳이 이리도 다르다.


식당을 나와 기로에 섰다.

계화면 사무소쪽으로 가면 거리도 짧고 길도 알기 쉽다.

부안읍쪽으로 가다가 봉황교차로에서 30번국도인 부안로로 들어서면 곧장 김제로 향하니 말이다.


그런데 모험을 택했다.

새만금방조제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계화도 북쪽이었다.


동진강의 지류다


5시 10분 버스를 김제에서 타야 하는데 혹시 무리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이런 기회가 어디 쉬우랴 싶어 계화도 북쪽으로 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아득히 먼 곳에 다리가 보였다.

다리까지 가보니 삼거리였다.

왼쪽은 새만금간척지 방향이고 오른쪽이 부안읍 동진면 방향이다.


오른쪽으로 꺾었다.

동진강 강변으로 난 도로였는데 참 길어도 그리 길 수가!

오른편으로는 갈대밭이 망망대해처럼 펼쳐져 있었다.

동진강 건너편도 드넓은 벌판...

그곳은 김제시 광활면이었다.


이 넓은 땅도 간척지일 것이다. 오른쪽이 계화리 계화산
광활한 벌판 (계화면)
왼쪽이 동진강이고 이 길을 계속 달리면 30번 국도와 결국 만난다


도로는 가도 가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드문드문 '문포'라는 표지판만 서 있었다.

문포가 어딘지...

나중에 알고 보니 문포는 부안군 동진면 안성리의 한 마을이었다.


계화면도 넓었지만 동진면도 굉장했다.

무엇보다 동진강의 존재를 확실히 알았다.

그저 금강만 알았고 만경강은 들어봤지만 동진강은 잘 몰랐는데 바로 이곳이 동진강이었다.


슬 공포감이 밀려왔다.

내가 지금 길을 제대로 들었는지 의심이 들었다.

집은 보이지 않고 사람은 물론 안 보인다.

트럭이 아주 이따금 쌩하고 지날 뿐이었다.

이 길을 달리다 보면 김제 가는 국도 30호선이 나온다면 다행인데 과연 국도가 나올까.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는데...


그 지루하고 단조로운, 그리고 적막한 길은 마침내 끝이 났다.

고마제교차로가 나타난 것이다.

근처에 고마제 저수지가 있다.


동진대교를 건너니 김제까지는 12킬로 남았다는 표시가 나왔다.

5시 10분 버스를 타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이제 길을 알았으니 마음이 놓인다.

국도를 달리는 차들은 쉴새없이 지나갔다.

조금씩 김제시가 가까워졌다.

9k, 8k, 7k, ...


저 멀리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김제시가 멀지 않았다.


시내 부근에 와서는 잠시 길을 잘못 들었다.

김제소방서 앞에서 그만 우회전하고 만 것이다.

직진했더라면 버스터미널로 좀 더 쉽게 갈 수 있었는데...


동서로와 남북로가 만나는 곳엔 근사한 조형물이 서 있었다.

로터리 가운데에 말이다.


김제 시내 한 로터리


드디어 터미널사거리에 왔다.

그런데 터미널이 도대체 어딘지 잘 보이지 않는다.

겨우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서 찾을 수 있었다.

길 왼편에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서쪽 하늘을 불게 물들이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다 (김제버스터미널)


5시 10분 버스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버스 짐칸에 자전거와 배낭을 밀어넣었다.


이제 서울로 간다.

2박 3일을 꽉 채워 군산, 선유도, 새만금방조제, 계화도를 보고 간다.

계화도까지 온 것까지도 좋았지만 동진강 강변 따라 달린 건 무리였다.

그렇게 멀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손 꼽아 고대했던 선유도 자전거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군산 시내에서 시간여행을 먼저 한 뒤에 기나긴 새만금방조제를 달렸고

고군산로를 지나 신시도, 무녀도를 차례로 건너고 선유도에 이르렀다.


선유도는 굉장한 역사를 간직한 섬이면서

지금은 관광하기에 더 없이 잘 갖추어진 곳이어서

뭍에서 온 관광객들로 여간 활기를 띠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선유도는 주변에 장자도, 대장도를 거느리고 있어서

풍경이 여간 아기자기하지 않았다.

대장봉에서 내려다보는 정경은 가히 일품이었다.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다음에 다시 온다면 선유봉에도 오르고 싶고 배를 타고

관리도, 나아가 횡경도, 방축도, 명도, 말도도 가보고 싶다.

특히 낙조는 관리도에 가야만 정말 맘껏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군산 시내만 해도 항구라고는 하나 탁 트인 바다가 없다.

비응도에 와야 바다를 제대로 볼까.

하지만 새만금방조제를 달려 신시도, 무녀도를 지나면 선유도가 있다.


오죽하면 선녀가 노닌다고 선유도라 이름 붙였을까.

군산에서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섬이 있다.

고군산군도의 중심인 선유도다.



자전거 타고 달린 길. 고군산군도의 중심에 선유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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