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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15. 2019

'과/와' 대신 '에'를 쓴 예

문장에서 조사가 바로 사용되지 않으면 비문이 된다. 조사가 잘못 사용되었더라도 문맥애 비추어 대충 그 뜻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법률 조문에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문법에 맞게 조사를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조사 사용은 형용사와도 관계 있다. 형용사에도 맞는 조사가 있다. 민법 제80조제2항을 보자.     


제80조(잔여재산의 귀속) 해산한 법인의 재산은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한다.

②정관으로 귀속권리자를 지정하지 아니하거나 이를 지정하는 방법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이사 또는 청산인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그 법인의 목적 유사한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다. 그러나 사단법인에 있어서는 총회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

2항의 규정에 의하여 처분되지 아니한 재산은 국고에 귀속한다.     


제80조제2항에 '그 법인의 목적에 유사한 목적'이라고 했다. 형용사 '유사한'이 쓰였다. 그런데 '유사하다'는 '~ 유사하다'로 쓰이는 말이다. '~ 유사하다'로 쓰이지 않는다.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유사-하다「형용사」

【()】 ((‘…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서로 비슷하다.  

그는 식성이 아버지와 유사하다.

이번에는 내가 그와 유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두 사람은 형제처럼 외모가 유사하다.     


그런데 민법 제80조제2항에 '그 법인의 목적 유사한 목적'이라고 했으니 '유사하다'의 용법에 맞지 않게 쓰였다. 그래서 비문이다. 다음과 같이 '그 법인의 목적 유사한 목적'이라고 해야 한다. 

    

80(잔여재산의 귀속

정관으로 귀속권리자를 지정하지 아니하거나 이를 지정하는 방법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이사 또는 청산인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그 법인의 목적 유사한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다.    

 

이렇게 '유사한'에는 조사 ''를 써야 하는데 ''를 쓴 예는 제217조에도 있다.      


제217조(매연 등에 의한 인지에 대한 방해금지) ①토지소유자는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     


' 유사한'이라고 했는데 ' 유사한'이라고 해야 맞다. '이에 유사한'이라고 해도 대강 뜻을 이해하고 넘어가겠지만 조사를 잘못 썼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민법에는 '유사한'과 관련해 조사를 '~'로 잘못 쓴 예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조사를 '~/'로 바로 쓴 예가 더 많다. 다음 조문들이 조사를 바로 쓴 예다.   

  

제280조(존속기간을 약정한 지상권) ①계약으로 지상권의 존속기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은 다음 연한보다 단축하지 못한다.

1. 석조, 석회조, 연와조 또는  유사한 견고한 건물이나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30년     


제619조(처분능력, 권한없는 자의 할 수 있는 단기임대차) 처분의 능력 또는 권한없는 자가 임대차를 하는 경우에는 그 임대차는 다음 각호의 기간을 넘지 못한다.

1. 식목, 채염 또는 석조, 석회조, 연와조 및  유사한 건축을 목적으로 한 토지의 임대차는 10년 

    

제671조(수급인의 담보책임-토지, 건물 등에 대한 특칙) ①토지, 건물 기타 공작물의 수급인은 목적물 또는 지반공사의 하자에 대하여 인도후 5년간 담보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목적물이 석조, 석회조, 연와조, 금속 기타  유사한 재료로 조성된 것인 때에는 그 기간을 10년으로 한다.     


제679조(현상광고의 철회)

③전광고와 동일한 방법으로 철회할 수 없는 때에는  유사한 방법으로 철회할 수 있다. 이 철회는 철회한 것을 안 자에 대하여만 그 효력이 있다.     


제217조에서만 ' 유사한'이라고 했고 제280조, 제619조, 제671조, 제679조에서는 ' 유사한', '그와 유사한'이라고 바로 썼다. 제280조, 제619조, 제671조, 제679조에서 바로 쓴 것은 물론 잘된 일이다. 그러니 제80조의 '그 법인의 목적 유사한', 제217조의 ' 유사한'은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비문에서 벗어난다.     

'유사하다'뿐 아니라 '관계없다'도 보통 '~/ 관계없다'로 쓰이는 말인데 민법에 '~ 관계없다'로 쓰인 예가 있다. 민법 제105조와 제106조가 그렇다. '사회질서 관계없는'은 '사회질서 관계없는'으로 바꾸어야 자연스럽게 읽힌다.     


 제105조(임의규정)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그 의사에 의한다.     


제106조(사실인 관습)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관습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관습에 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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