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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15. 2019

'을/를' 대신 '에'를 쓴 예

조사를 바로 써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사례를 많이 보았다. 앞으로 볼 사례들도 역시 조사를 틀리게 쓴 것들이다. 국어에서 목적어가 있어야 하는 동사는 목적어에 목적격조사인 '/'을 붙인다. 예컨대 '가족을 사랑한다'고 하지 아무도 '가족에 사랑한다' 혹은 '가족에게 사랑한다' 라고는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하다'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동사이고 '사랑하다'의 목적어에는 조사 '/'을 붙여야 한다는 것을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법에는 이 단순한 것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수두룩하다. 

     

제5조(미성년자의 능력)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그러나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전항의 규정 위반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위반하다'는 '사랑하다'처럼 목적어가 있어야 하는 동사다. 그리고 그 목적어에는 조사 '/'을 붙여서 쓴다. 그런데 민법 제5조제2항을 보면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는'이라고 되어 있다. 국어사전에도 '위반하다'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위반하다동사【…법률명령약속 따위를 지키지 않고 어기다.    

 

'【…'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목적어에 조사 ''이 붙어야 함을 뜻한다. 그런데 왜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이라고 하는가. 대체 이유를 알 수 없다. 아마도 1958년 민법 제정 당시에 그렇게 썼기 때문에 계속 쓸 뿐이라는 이유밖에 더 있겠는가. 지금 법률 관련 종사자들은 누구나 '전항의 규정 위반한'을 '전항의 규정 위반한'으로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겉 표현과 속 뜻이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일치해야 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고쳐야 함은 물론이다.     


5(미성년자의 능력

전항의 규정 위반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민법 제5조제2항뿐이 아니다. 민법에 '~을 위반한'으로 써야 할 것을 '~에 위반한'과 같이 쓴 예는 굉장히 많다. 다음과 같다.     


제38조(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제59조(이사의 대표권) 이사는 법인의 사무에 관하여 각자 법인을 대표한다그러나 정관에 규정한 취지 위반할 수 없고 특히 사단법인은 총회의 의결에 의하여야 한다.  

   

제60조의2(직무대행자의 권한)

②직무대행자가 제1항의 규정 위반한 행위를 한 경우에도 법인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제97조(벌칙) 법인의 이사, 감사 또는 청산인은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1. 본장에 규정한 등기를 해태한 때

2. 제55조의 규정 위반하거나 재산목록 또는 사원명부에 부정기재를 한 때

3. 제37조, 제95조에 규정한 검사, 감독을 방해한 때

4. 주무관청 또는 총회에 대하여 사실아닌 신고를 하거나 사실을 은폐한 때

5. 제76조와 제90조의 규정 위반한 때

6. 제79조, 제93조의 규정 위반하여 파산선고의 신청을 해태한 때

7. 제88조, 제93조에 정한 공고를 해태하거나 부정한 공고를 한 때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제151조(불법조건, 기성조건) 조건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한 것인 때에는 그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제242조(경계선부근의 건축) 

②인접지소유자는 전항의 규정 위반한 자에 대하여 건물의 변경이나 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건축에 착수한 후 1년을 경과하거나 건물이 완성된 후에는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     


제324조(유치권자의 선관의무) 

③유치권자가 전2항의 규정 위반한 때에는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제389조(강제이행) 

③그 채무가 부작위를 목적으로 한 경우에 채무자가  위반한 때에는 채무자의 비용으로써 그 위반한 것을 제각하고 장래에 대한 적당한 처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제397조(금전채무불이행에 대한 특칙) 금전채무불이행의 손해배상액은 법정이율에 의한다그러나 법령의 제한 위반하지 아니한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에 의한다.  

   

제608조(차주에 불이익한 약정의 금지) 2조의 규정 위반한 당사자의 약정으로서 차주에 불리한 것은 환매 기타 여하한 명목이라도 그 효력이 없다.     


제610조(차주의 사용, 수익권) 

③차주가 전2항의 규정 위반한 때에는 대주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제617조(손해배상, 비용상환청구의 기간)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 위반한 사용수익으로 인하여 생긴 손해배상의 청구와 차주가 지출한 비용의 상환청구는 대주가 물건의 반환을 받은 날로부터 6월내에 하여야 한다.     


제629조(임차권의 양도, 전대의 제한) 

②임차인이 전항의 규정 위반한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제652조(강행규정) 제627조, 제628조, 제631조, 제635조, 제638조, 제640조, 제641조, 제643조 내지 제647조 규정 위반하는 약정으로 임차인이나 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     


제657조(권리의무의 전속성)

③당사자 일방이 전2항의 규정 위반한 때에는 상대방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제734조(사무관리의 내용) 

③관리자가 전2항의 규정 위반하여 사무를 관리한 경우에는 과실없는 때에도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 관리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적합한 때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배상할 책임이 없다.     


제813조(혼인신고의 심사) 혼인의 신고는 그 혼인이 제807조 내지 제810조 및 제812조제2항의 규정 기타 법령 위반함이 없는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한다.     


제813조(혼인신고의 심사) 혼인의 신고는 그 혼인이 제807조 내지 제810조 및 제812조제2항의 규정 기타 법령 위반함이 없는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한다.     


제817조(연령위반혼인 등의 취소청구권자) 혼인이 제807조, 제808조 규정 위반한 때에는 당사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고 809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당사자그 직계존속 또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제820조(근친혼등의 취소청구권의 소멸) 제809조 규정 위반한 혼인은 그 당사자간에 혼인중 포태(胞胎)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제1038조(부당변제 등으로 인한 책임) ①한정승인자가 제1032조의 규정에 의한 공고나 최고를 해태하거나 제1033조 내지 제1036조 규정 위반하여 어느 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자에게 변제함으로 인하여 다른 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자에 대하여 변제할 수 없게 된 때에는 한정승인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1019조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한정승인을 한 경우 그 이전에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함을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상속인이 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자에게 변제한 때에도 또한 같다.     


이상의 예들은 모두 '~/를 위반한'이라고 써야 할 것을 '~에 위반한'이라고 쓴 것들이다. 그런데 민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에 위반한'처럼 잘못 쓴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제289조를 보자.     


제289조(강행규정) 제280조 내지 제287조 규정에 위반 계약으로 지상권자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     


'규정에 위반되는 계약으로'라고 하였는데 이때의 ''는 제대로 사용되었다. 왜냐하면 뒤에 '위반'이 아니라 '위반'이 왔기 때문이다. '~에 위반되는'은 아무 문제가 없는 바른 표현이다.      

위에서 '~을 위반한'이라고 써야 할 것을 '~에 위반한'이라고 잘못 쓴 예들을 많이 보았는데 민법에는 그 반대로 목적격조사를 바르게 사용한 조문도 꽤 있다. 아래에 보이는 조문들에서는 '~에 위반한'과 같이 쓰지 않고 '~을 위반한'처럼 바르게 썼다.     


제436조의2(채권자의 정보제공의무와 통지의무 등)

④ 채권자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의무 위반하여 보증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법원은 그 내용과 정도 등을 고려하여 보증채무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제674조의9(강행규정) 제674조의3, 제674조의4 또는 제674조의6부터 제674조의8까지의 규정 위반하는 약정으로서 여행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1.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2. 혼인이 제809조제1항의 규정 위반한 때

3. 당사자간에 직계인척관계(直系姻戚關係)가 있거나 있었던 때

4.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제818조(중혼의 취소청구권자) 당사자 및 그 배우자, 직계혈족,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는 810 위반한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제819조(동의 없는 혼인의 취소청구권의 소멸) 808 위반한 혼인은 그 당사자가 19세가 된 후 또는 성년후견종료의 심판이 있은 후 3개월이 지나거나 혼인 중에 임신한 경우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제881조(입양 신고의 심사) 제866조, 제867조, 제869조부터 제871조까지, 제873조, 제874조, 제877조그 밖의 법령 위반하지 아니한 입양 신고는 수리하여야 한다.     


제883조(입양 무효의 원인)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입양은 무효이다.

1. 당사자 사이에 입양의 합의가 없는 경우

2. 제867조제1항(제873조제2항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869조제2항, 877 위반한 경우     

제884조(입양 취소의 원인) ① 입양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1. 제866조, 제869조제1항, 같은 조 제3항제2호, 제870조제1항, 제871조제1항, 제873조제1항, 874 위반한 경우

2. 입양 당시 양부모와 양자 중 어느 한쪽에게 악질(惡疾)이나 그 밖에 중대한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경우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입양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제885조(입양 취소 청구권자) 양부모, 양자와 그 법정대리인 또는 직계혈족은 866 위반한 입양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제886조(입양 취소 청구권자) 양자나 동의권자는 제869조제1항, 같은 조 제3항제2호, 870조제1 위반한 입양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고, 동의권자는 제871조제1항을 위반한 입양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제887조(입양 취소 청구권자) 피성년후견인이나 성년후견인은 873조제1 위반한 입양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제888조(입양 취소 청구권자) 배우자는 874 위반한 입양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제889조(입양 취소 청구권의 소멸) 양부모가 성년이 되면 866 위반한 입양의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제891조(입양 취소 청구권의 소멸) ① 양자가 성년이 된 후 3개월이 지나거나 사망하면 제869조제1항, 같은 조 제3항제2호, 870조제1 위반한 입양의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② 양자가 사망하면 871조제1 위반한 입양의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제893조(입양 취소 청구권의 소멸)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이 취소된 후 3개월이 지나면 873조제1 위반한 입양의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제894조(입양 취소 청구권의 소멸) 제869조제1항, 같은 조 제3항제2호, 제870조제1항, 제871조제1항, 제873조제1항, 874 위반한 입양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6개월그 사유가 있었던 날부터 1년이 지나면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제903조(파양 신고의 심사) 제898조, 제902조그 밖의 법령 위반하지 아니한 파양 신고는 수리하여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위 예들은 모두 2000년대 이후에 개정되거나 제정된 조항에서 보인다. 즉 2000년대 이후에는 '~에 위반한'이 문법적으로 바르지 않음을 알고 '~을 위반한'과 같이 바르게 썼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민법에는 '~에 위반한'과 '~을 위반한'이 공존하게 되었다. 즉, 조사를 잘못 쓴 조문과 제대로 쓴 조문이 섞여 있게 된 것이다.  새로 들어간 조항들에서 문법에 맞게 바르게 쓴 것은 물론 잘된 일이지만 나머지 조항들의 틀린 표현은 왜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두는가. 틀린 것을 바로잡고 표현을 통일시키는 것이 그다지도 어려운가.




  '~을 위반하다'를 '~에 위반하다'로 잘못 쓴 예가 민법에 적지 않음을 보았다. 2000년대 들어와 민법에 추가된 조항에서는 '~을 위반하다'로 바로 써서 민법 안에는 '~에 위반하다'와 '~을 위반하다'가 뒤섞여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목적어로 쓰이는 체언에 조사 '/'을 쓰지 않고 ''를 쓴 예는 '위반하다'뿐이 아니다. 민법 제2조를 보자.      


제2조(신의성실) 

①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민법 제2조제1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인데 이는 이른바 '신의칙'이라 하는 것으로 법조계에 몸 담은 사람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조문일 것이다. 모든 국민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문제는 '신의에 좇아'이다. '좇다'는 사실 널리 쓰이는 말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 말이기에 낯설게 느껴진다. 일상생활에서는 보통 '따르다'를 쓴다. 그런데 굳이 민법에서 '좇다'를 썼다. 쓰는 것까지는 좋다. 쓰더라도 바로 써야 하는데 조사를 잘못 썼다. 국어사전에 '좇다'를 찾아보면 목적어에 조사 ''이 붙어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돼 있다.     


좇다동사

【…

1」 목표이상행복 따위를 추구하다.  

2」 남의 말이나 뜻을 따르다.  

3」 규칙이나 관습 따위를 지켜서 그대로 하다.  

4」 눈여겨보거나 눈길을 보내다.  

5」 생각을 하나하나 더듬어 가다.  

6」 남의 이론 따위를 따르다.       


민법 제2조의 '좇아'는 위 뜻풀이의 3에 해당할 것이다. 어쨌거나 '좇다'는 조사 ''이 붙는 목적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민법 제2조제1항은 '신의 좇아'라고 썼다. 조사를  잘못 쓴 것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바로잡아야 한다.     


2(신의성실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왜 이렇게 문법에 어긋난 표현이 민법에 자리잡게 됐을까? 일본 민법을 보면 답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 민법 제1조는 다음과 같다.     


第一条 2 権利の行使及び義務の履行は、信義誠実に行わなければならない。     


'信義'라 했는데 ''는 국어 ''와 뜻과 기능이 비슷하니 '신의'로 옮겼을 것이고 ''은 '좇을 종'이니 둘을 합해서 '신의에 좇아'라 했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축자 번역으로 명백한 오역이다. ''를 '좇아'로 옮긴 것부터가 문제가 있었다. ''은 '좇다'보다는 '따르다'로 옮기는 것이 나았다. '좇다'를 굳이 쓰겠다면 '좇다'는 '~을 좇다'로 쓰이는 말이므로 '신의를 좇아'라고 했어야 했다. ''을 '따르다'라고 한다면 '따르다'는 '~을 따르다'로도 쓰이고 '에 따르다'로도 쓰이는 말이므로 '신의를 따라'라고 해도 되고 '신의에 따라'라고 해도 된다. 즉 다음 둘 중 어느 것으로 써도 된다.     


2(신의성실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하여야 한다.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2(신의성실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따라 성실히 하여야 한다.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즉 민법 제2조제1항은 '신의를 좇아', '신의에 따라', '신의를 따라' 중 어느 것을 써도 좋은데, 써서는 안 되는 '신의에 좇아'를 썼다. 최악의 선택이었다. 잘못된 말이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법에서 '좇다'의 목적어에 조사 ''를 붙인 예는 제2조 말고도 제34조, 제39조, 제116조, 제203조, 제276조, 제303조, 제310조, 제325조, 제380조, 제390조, 제460조, 제734조 등 열두 번 나타난다. 모두 '~을 좇다'로 바꾸어야 함은 물론이다. 내친 김에 '좇다' 대신 '따르다'를 쓰는 것도 좋다. 일반 국민에게 익숙한 말이기 때문이다.




'좇다'는 '~을 좇다'로 쓰이지 '~에 좇다'로는 쓰이지 않는데 민법에서는 한결같이 '~에 좇다'로 쓰고 있음을 보았다. 그 결과 비문이 되고 말았다. 다음 민법 제1022조도 과연 조사를 바로 썼는지 의문을 낳는다.  

   

제1022조(상속재산의 관리) 상속인은 그 고유재산 대하는 것과 동일한 주의로 상속재산을 관리하여야 한다그러나 단순승인 또는 포기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 고유재산에 대하는 것과 동일한 주의로'라고 했다. '대하는'이 쓰였는데 그 앞이 '고유재산'이다. 과연 조사가 바르게 쓰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국어사전에 '대하다'가 어떻게 기술되어 있는지 보자.      


대하다 「동사」

1」 【…】【( ((‘…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마주 향하여 있다.  

그는 벽을 대하고 앉아서 명상에 잠겼다.

나는 어머니와 얼굴을 대하기가 민망스러워서 자리를 피했다.

친구들이 서로 얼굴을 대하고 앉아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눈 지도 꽤 오래되었다.

2」 【…/에게 -】【 으로】【 - ((‘으로나 ‘-’ 성분은 처럼, -/을 듯이’ 따위의 부사어나 ‘-/’ 부사로 대체될 수 있다))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그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한다.

그 여자는 특히 잘생긴 남자 사원에게 상냥하게 대한다.

낯선 사람을 친구처럼 대하다.

「3」 【…에】 ((‘대한’, ‘대하여’ 꼴로 쓰여))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강력 사건에 대한 대책.

건강에 대하여 묻다.


「4」 【…을】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이 소설을 처음 대하는 독자는 다소 당황하게 될 것이다.    

 

'대하다'에 네 가지 뜻이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3」과 「4」는 확실히 '그 고유재산에 대하는'의 '대하는'과 무관하다. 「3」은 '대한', '대하여' 꼴로만 쓰이는 경우여서 무관하고 「4」는 작품 따위를 읽거나 감상한다는 뜻이어서 무관하다. 남은 1과 2중에서 '그 고유재산에 대하는'의 '대하는'은 아무래도 2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2에 해당한다고 볼 때 그 앞 명사에 붙는 조사는 '/에게'도 쓸 수 있고 ''도 쓸 수 있는 것처럼 2에 기술되어 있기는 하다. 즉 2에 따르면 '그 고유재산 대하는'이 사용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달리 생각한다. '그 고유재산에 대하는'이 아니라 '그 고유재산을 대하는'이 맞다고 본다. 왜냐하면 2의 뜻은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이고 '상대하다'는 반드시 ''이 붙는 목적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유재산 대하는 태도'가 자연스럽지 '고유재산 대하는 태도'는 어색하지 않은가. '그 고유재산을 대하는'의 '대하는'은 '상대하다'뿐 아니라 '다루다', '취급하다'와 비슷한 뜻이다그리고 '상대하다', '다루다', '취급하다'는 한결같이 '~ 상대하다', '~ 다루다', '~ 취급하다등과 같이 쓰인다결국 민법 제1022조의 '그 고유재산 대하는'은 '그 고유재산 대하는'으로 고칠 때 자연스러운 국어 표현이 된다.     


1022(상속재산의 관리상속인은 그 고유재산 대하는 것과 동일한 주의로 상속재산을 관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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