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Sep 25. 2019

어색한 시제어미

좀 미묘한 문제가 있다. 민법 제909조의2와 민법 제931조에 나오는 '생존하는 부 또는 모'라는 표현이 최선의 표현인지 아니면 좀 모호하므로 더 나은 표현으로 바꿀 필요가 있는 표현인지 말이다. 위 조항들은 모두 2011년에 신설되었다. 제909조의2 제1항을 살펴보자.


제909조의2(친권자의 지정 등) ① 제909조제4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단독 친권자로 정하여진 부모의 일방이 사망한 경우 생존하는 부 또는 모, 미성년자, 미성년자의 친족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사망한 날부터 6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생존하는 부 또는 모를 친권자로 지정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생존하는 부 또는 모'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여기서 '생존하는'이 쓰인 것은 그 앞에 나오는 '부모의 일방이 사망한 경우' 때문이다. 부모가 모두 살아 있다가 그 중 한 사람이 사망하면 다른 일방은 살아 있다. 죽은 사람에 대비해 그 살아 있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로 '생존하는 부 또는 모'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죽은 사람'의 반대말은 '산 사람'이거나 '살아 있는 사람'이지 '사는 사람'이 아니다. 흔히 "죽은 사람은 죽었으니 어쩔 수 없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하지 "사는 사람은 살아야지."라고는 하지 않는다. "사는 사람은 살아야지."는 대단히 어색하다. 요컨대 ' 사람'은 '죽은 사람'의 반대말이 아니며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의 반대말이다. 민법 제909조의2에서도 마찬가지다. '생존하는 부 또는 모'가 아니라 '생존한 부 또는 모'라고 할 때 뜻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실 더 명확한 표현은 '생존해 있는 부 또는 모'이다. '생존하는'이라고 하든 '생존한' 또는 '생존해 있는'이라고 하든 다 뜻은 마찬가지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뜻만 통하면 된다고 볼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색한 표현을 써서 법조문을 모호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법조문도 한국어인 만큼 가장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을 써야 한다.


제909조의2(친권자의 지정 등) ① 제909조제4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단독 친권자로 정하여진 부모의 일방이 사망한 경우 생존한 부 또는 모, 미성년자, 미성년자의 친족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사망한 날부터 6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생존한 부 또는 모를 친권자로 지정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제909조의2(친권자의 지정 등) ① 제909조제4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단독 친권자로 정하여진 부모의 일방이 사망한 경우 생존해 있는 부 또는 모, 미성년자, 미성년자의 친족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사망한 날부터 6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생존해 있는 부 또는 모를 친권자로 지정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외래어 표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