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미묘한 문제가 있다. 민법 제909조의2와 민법 제931조에 나오는 '생존하는 부 또는 모'라는 표현이 최선의 표현인지 아니면 좀 모호하므로 더 나은 표현으로 바꿀 필요가 있는 표현인지 말이다. 위 조항들은 모두 2011년에 신설되었다. 제909조의2 제1항을 살펴보자.
'생존하는 부 또는 모'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여기서 '생존하는'이 쓰인 것은 그 앞에 나오는 '부모의 일방이 사망한 경우' 때문이다. 부모가 모두 살아 있다가 그 중 한 사람이 사망하면 다른 일방은 살아 있다. 죽은 사람에 대비해 그 살아 있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로 '생존하는 부 또는 모'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죽은 사람'의 반대말은 '산 사람'이거나 '살아 있는 사람'이지 '사는 사람'이 아니다. 흔히 "죽은 사람은 죽었으니 어쩔 수 없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하지 "사는 사람은 살아야지."라고는 하지 않는다. "사는 사람은 살아야지."는 대단히 어색하다. 요컨대 '사는 사람'은 '죽은 사람'의 반대말이 아니며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의 반대말이다. 민법 제909조의2에서도 마찬가지다. '생존하는 부 또는 모'가 아니라 '생존한 부 또는 모'라고 할 때 뜻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실 더 명확한 표현은 '생존해 있는 부 또는 모'이다. '생존하는'이라고 하든 '생존한' 또는 '생존해 있는'이라고 하든 다 뜻은 마찬가지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뜻만 통하면 된다고 볼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색한 표현을 써서 법조문을 모호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법조문도 한국어인 만큼 가장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