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스관?
법조문은 정확해야 한다. 문장이 문법적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단어의 표기도 규범에 맞아야 한다. 단어에는 외래어도 물론 포함된다. 그런데 민법에는 외래어 표기가 잘못된 사례가 있어 뜨악한 느낌을 준다. 민법 제218조는 다음과 같다.
'까스관'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까스관'의 '까스'는 외래어다. 제218조는 민법이 제정되었던 1958년 그대로다. 당시에는 외래어 표기가 혼란스럽던 시절이어서 '가스'와 '까스'가 뒤섞여 쓰였을 것이다. 변변한 국어사전 하나 없던 시절이었다. 물론 이미 1940년 조선어학회에서 발표한 '외래어표기법통일안'에서도 외래어 표기에 된소리를 억제하는 규정이 있었다. 1986년에 개정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외래어 표기를 할 때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이 아주 명확해졌다. 총칙 제4항에서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된소리 표기를 인정 받는 것은 워낙 된소리로 확고하게 굳어진 '껌', '빵', '삐라' 정도이다. 나머지 외래어들에서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 사정이 그런데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는 '까스'가 지금껏 민법에 남아 있는 것은 놀랍다. 민법은 어문규범의 적용을 받지 않는 성역인가. 그럴 리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버스', '게임', '달러' 등의 발음을 '뻐쓰', '까쓰', '딸러/딸라' 등으로 하는 것은 흔히 목격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표기만은 '버스', '게임', '달러' 등으로 하는 게 규범에 맞고 실제로 그렇게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스'도 마찬가지다. 민법 제218조의 '까스관'은 '가스관'으로 고쳐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