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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탐방록

관악산둘레길 3구간, 2구간

관악산둘레길 3구간은 건우봉 능선길

by 김세중

관악산은 큰 산이다. 좁은 의미의 관악산은 서울대 캠퍼스 동쪽 부분만을 가리키고 서쪽의 삼성산을 별개의 산으로 치지만 넓은 의미의 관악산은 삼성산, 호암산, 목골산을 모두 아우른다. 관악산둘레길은 관악구 구간, 금천구 구간, 안양시 구간, 과천시 구간이 있는데 금천구 구간과 안양시 구간의 관악산둘레길은 대부분 삼성산에 있다.

관악산둘레길의 관악구 구간은 남태령역에서 호압사까지이다. 그런데 이 길과 상당 부분 겹치기는 하지만 관악산둘레길 제1구간, 제2구간, 제3구간이 따로 있다. 이 세 구간 중에서 제2구간 대부분과 제1구간의 절반 정도는 관악산둘레길의 관악구 구간과 겹치지만 제3구간은 완전히 따로 있다.

관악산둘레길 3구간은 삼성산에서 뻗어져 나온 건우봉의 능선에 난 길이다. 이 둘레길은 관악구의 삼성동, 신원동, 미성동, 난곡동에 걸쳐 있다. 관악산둘레길 3구간은 난곡사거리 부근의 신림근린공원에서부터 삼성산 기슭 호암로 옆의 국제산장아파트까지이다. 신림근린공원에서부터 차츰 높아져서 건우봉에서 정점에 이르고 그 후로 다시 낮아진 뒤 호암로에 이른다.

관악산둘레길 3구간은 긴 띠 같은 모양이다. 주택가가 산 밑에까지 치고 올라와 겨우 남은 녹지에 난 산길이다. 도중에 도로 위에 놓인 녹지연결로가 셋이나 된다. 문성로, 난곡로, 호암로 위에 각각 있다. 이들 연결로 덕분에 도로를 횡단하지 않고 안전하게 산과 산을 이어 건널 수 있다. 이 능선길 좌우에 학교가 여럿 있다. 신림고, 성보고, 남강고, 광신고, 신림초교 등이 그것이다.

공원도 둘 있다. 난우공원과 배수지공원이 그것이다. 난우공원에는 두 면의 테니스 코트, 역시 두 면의 야외 배드민턴장이 있고다 어린이놀이터도 있다. 난우공원은 난곡터널을 지나자마자 있다. 난우공원에서 좀 더 올라가면 이 능선의 최고점인 건우봉이다. 건우봉에는 정자와 함께 운동기구들이 있다. 건우봉은 해발 151m이다. 건우봉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다가 배수지공원을 만난다. 이 공원은 신림6배수지 위에 만들어진 공원으로 하늘공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휴식과 운동을 즐긴다.

이 두 공원 외에도 이름 없는 공터가 여럿 있어 쉬거나 운동할 수 있다. 건우봉 능선을 걷다 보면 산토끼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토끼들의 색깔이 다양하다. 이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발 밑에서 놀기도 한다. 양지 바른 곳에서는 들고양이 모습도 눈에 띈다. 관악산둘레길 3구간은 호암로 위에 난 호암로 녹지연결로를 건너 삼성산으로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확 바뀐다. 깊은 산중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이제 관악산둘레길 제2구간이다.

관악산둘레길 제2구간은 산장아파트에서 관악산 입구까지이다. 그 사이에 천주교삼성산성지, 약수암, 보덕사, 돌산, 물레방아가 있다. 산장아파트에서 천주교삼성산성지에 이르는 길도 있고 호압사에서 천주교삼성산성지로 이르는 길도 있다. 어떻든 천주교삼성산성지에서 관악산 입구까지는 관악산둘레길 관악산 구간이기도 하면서 서울둘레길 5코스에 속하기도 한다.

천주교삼성산성지는 산중에 있다. 숲속에 19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한 세 프랑스 성직자의 묘가 있다. 동산에는 십자가의 길이 있고 성모와 예수의 행적이 조각된 조형물이 간략한 설명과 함께 세워져 있다. 삼성산성지 아래에 삼성산 성령수녀원, 청소년수련관, 피정의 집이 있다.

삼성산성지를 지나면 삼성동 유아자연배움터가 있고 이곳에는 아이들이 놀이를 할 수 있는 갖가지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그곳을 지나서 얼마 가지 않아 숲속에 매우 특이한 나무집이 서 있다. 트리전망대이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관악구 제2구민운동장이다. 이곳을 지나면 왼쪽으로 약수암 내려가는 길이 있고 탁 트인 바위 지대가 나타난다. 약수암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전망을 즐기며 쉬기에 적당하다.

바위 지대에서 조금 더 가면 보덕사 입구이고 숲길을 더 가다가 돌산 올라가는 길을 만난다. 돌산은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곳이다. 길에서 돌산을 향해 좀 가파른 경사면을 올라가면 돌산국기대에 이르고 그곳에서의 전망은 대단하다. 서울대학교 캠퍼스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관악산이 있다.

돌산을 내려와 다시 관악산 입구를 향해 걷다가 오른편으로 전망 좋은 곳 표지판이 있어 올라보면 돌산에서보다 서울대와 관악산이 한결 더 가까이 보인다. 그 후로는 줄곧 내리막이고 길게 나무계단이 놓여 있다. 물레방아에 이르면 산길이 끝나는데 그 직전에 흥미로운 광경이 있으니 굉장히 많은 장승이 도열해 있다. 천하대장군부터 시작해서 크고 작은 장승이 많은데 끝 부분에는 최근에 새로 추가로 세운 장승들이 서 있다.

물레방아부터는 갑자기 드넓은 포장도로가 되면서 관악산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 행렬과 마주치게 된다. 관악산둘레길 제2구간은 주택가에 둘러싸인 제3구간과 달리 산속 깊은 곳에 난 숲길이다. 관악산 입구에 다다르면 지하철 2호선 신림역 혹은 서울대입구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관악산둘레길 제3구간과 제2구간은 각각 4km 남짓 된다. 한 구간만 걷는다면 두 시간, 두 구간을 다 걷는다면 네 시간 이상 걸린다고 봐야 한다.
2021.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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