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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탐방록

직박구리

북한산 진달래능선

by 김세중

새가 자취를 감춘 산을 생각해본다. 얼마나 허전할까. 그런 산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어느 산을 가든 새가 지저귄다. 가장 흔한 새는 참새, 까치지만 산에는 그밖의 다양한 새들이 산다. 까마귀, 꿩, 산비둘기 같이 제법 큰 새도 있고 박새, 곤줄박이, 물까치, 어치 같이 작은 새도 있다. 직박구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새다. 참새나 박새, 물까치 같은 새에 비하면 제법 크다.


오늘 직박구리 한 마리를 북한산 진달래능선에서 쉬다가 지근거리에서 보았다. 직박구리도 다른 새들처럼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게 보통인데 오늘 만난 직박구리는 웬 일인지 혼자였다. 그리고 그렇게 가까이에 있는 건 처음이었다. 2m 정도밖에 안 떨어진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나무에서 내려와 내 1m 앞 바위까지 오지 뭔가.


보통 새를 오래 촬영하고 싶어도 곧 어디론가 날아가버려 더는 촬영할 수 없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런데 오늘 직박구리는 그 자리에 꼼짝 않고 가만 있어 팔이 아파서 더 카메라를 더 들고 있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직박구리는 그 자리에 있는데 촬영을 중지했다. 그 사이에 산에 가면 새를 무척 많이 찍었는데 이제 새가 내게 친근함을 느끼는 건가 싶었다. 착각이겠지만...


앞으로도 산에서 새를 자주 가까이서 보고 싶다. 다음엔 태깔 고운 물까치나 어치 같은 새를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 뜻대로 잘 안 되겠지. 새들마다 모양, 색깔도 다르지만 울음소리도 다른 게 여간 신기하지 않다. 산에 가는 재미 중 하나가 새를 만나는 것이다. 오늘은 직박구리가 제 모습을 충분히 내게 보여주었다.

2021.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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