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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13. 2022

거리

내게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다

1남 1녀를 둔 한 집안의 가장이다. 비록 직장에서 퇴직은 했지만... 자녀들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네 식구의 단톡방이 있지만 2021년 1월 1일에는 가족 밴드를 만들었다. 가족간 소통을 위해서... 앞으로 두 달 남짓 지나면 만 2년이 된다. 그런데 밴드는 영 인기가 없다.


지난 1년 9개월 동안 글은 거의 전부 가장이 올렸다. 그런데 좀 봐줬으면 좋겠는데 잘 보질 않는다. 오늘 내가 만든 그 밴드에 들어가 보았다. 올해 7월 10일까지 올린 글은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읽었다. 그런데 7월 11일부터 올린 글들은 죄다 조회 수가 0이다. 석 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안 읽었다. 친구들과의 여행기며 집에서 음식 만들어본 거며... 가장이지만 가족에 인기가 없다. 관심을 못 받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밴드가 있다. 이번엔 형제들과의 밴드다. 그 밴드도 4명이다. 나 말고 세 분 누나들과다. 70대가 두 분, 60대가 한 분이다. 이 밴드는 정반대다. 매일 막내동생인 내가 글을 올리면 언제 들어왔는지 금세 조회 수가 1 또는 2다. 곧 3이 된다. 세 누나 중 두 분은 미국과 호주에 살고 있고 한 분은 서울에 산다. 누나들은 동생이 언제 글을 올리나 늘 귀를 쫑긋하고 있고 글이 오르면 제깍제깍 읽는다. 비록 답은 잘 안 달아도... 세 분 중 가운데누나는 거의 모든 글에 댓글을 단다. 도맡아서 단다. 그 누난 내가 하루만 밴드에 글을 안 올려도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카톡으로 물어온다. 그만큼 동생이 올리는 글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삶에 활력소인 모양이다.


가족밴드는 개점휴업이고 형제밴드는 문전성시다. 어찌 이렇듯 다를 수 있을까. 배우자는 촌수가 0촌이다. 무촌이다. 자녀와는 굳이 촌수를 말하라면 1촌 사이다. 형제자매는 2촌이다. 2촌끼리 하는 밴드는 불이 나고 무촌, 1촌과의 밴드는 썰렁하다. 왜 이런지 모르겠다. 내게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게 뭔지를 모를 뿐... 모르는 게 어디 이거뿐이겠나. 앞으로도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달라질 수 있다면 진작 달라졌겠지...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는 일치하지 않는 듯하다. 1년 가야 한 번 얼굴 보기 어렵지만 매일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기도 하고 한 지붕 아래 살아도 생각은 딴 데를 향하기도 한다. 여간 심한 불균형이 아니다. 가족밴드가 불이 나고 형제밴드는 좀 뜸해도 되련만 생각같지 않다. 뜻대로 안 되는 일이 한두 가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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