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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12. 2022

You are not alone

<민법 문장 바로잡기 시민운동>

지난 3월 중순 민법에 무려 200개가 넘는 비문이 있음을 고발한 <민법의 비문>을 펴냈다. 세상에 법에 비문(말이 안 되는 문장)이 있다니, 그것도 한두 개도 아니고 200개가 넘는다니 여간 놀라운 내용이 아니었다. 책을 내고서 종합일간지에다는 죄다 보도자료를 보냈다. 한 신문에 적어도 서너 명의 관련 기자들에게... 그러나 그런 신간 보도자료가 매일같이 수도 없이 쏟아들지 않겠나. 딱 한 군데 조선일보에서만 반응이 왔다. 아예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인터뷰를 했고 4월 11일에 큼직하게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그래서 이제 일이 술술 잘 풀려나가겠구나 싶었다. 가장 독자가 많은 신문에 났으니 세상이 화들짝 놀라서 민법 정화에 관심을 보이고 관련 당국이 개정 작업에 나설 줄 알았다. 웬걸! 천만에 말씀이었다. 그때는 대선을 불과 한 달도 안 남겨 두고 있을 때였고 세상사람들에게 민법의 비문 따위가 눈에 들어올 때가 아니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 당국에서도... 더구나 아무리 비문투성이라지만 그런 민법을 60년 이상 써왔지 않은가. 민법에 비문이 그리 많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 벌어진 적도 없지 않은가. 내 기대와 달리 민법 개정은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아무도 관심을 안 보였다. 하루 신문에 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묻혀 버렸다.


그리고 한 달 두 달이 지나갔다. 세상은 평온했다. 책으로까지 써서 있을 수 없는 국법의 눈 뜨고 볼 수 없는 실상을 고발했건만 그렇게 묻혀 버렸다. 안 되겠다 싶었다. 그냥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지 않은가. 말도 안 되는 말의 오류가 법에 수북이 쌓여 있다면 바로잡아 마땅하지 않은가. 방법을 모색했다. 단기필마로는 안 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세를 쌓고 동조자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한 방법으로 페이스북 활동을 시작했다. 매일 하나씩 민법의 오류를 제시하고 이걸 보고만 있어서야 되겠느냐고 호소하고 있다. 내 타임라인에도 올리고 <민법 문장 바로잡기 시민운동> 그룹에도 올린다. '좋아요'를 눌러주는 분도 있고 공감해서 다른 곳에 퍼나르는 고마운 분도 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이 법조문의 실상을 알게 되면 결국 언젠가는 입법권을 쥔 국회의원들도 법 개정에 나서지 않을까 희망을 갖고 있다. 낙관하고 있다. 권력은 국회의원들이 쥐고 있지만 명분은 내게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있는데 내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분들을 이따금 만나서 힘이 솟는다. K 선생님은 벌써 오래 전에 모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계 원로시다. 그분이 엊그제 내 페이스북 글에 인상적인 댓글을 남겼다. 이모티콘에 담긴 글은 You Are Not Alone이었다. 짤막한 문장이지만 가슴이 뭉클했다. 얼마나 고무를 받았는지 모른다. 난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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