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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14. 2022

무례한 짓

TV조선에서 연락이 왔다. 전직 대통령이 감사원이 자신에 대해 조사를 하겠다고 한 데 대해 "무례한 짓"이라고 해서 논란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 말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겠다고 답은 했지만 의아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애초애 감사원의 조처에 대해 '무례하다'고 한 전직 대통령의 표현도 뜨악했고 TV조선은 그 많은 국어학자들을 놔두고 왜 하필 내게 묻겠다는 건지 의아했다. 날 어떻게 알고...


오라고 해 놓고 보니 우선 사실 확인이 급했다. 도대체 감사원이 어떤 일을 했는지가 궁금했다. 나도 보도를 보긴 했지만 신문과 방송에 난 것만 가지고는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없으니까. TV조선의 작가에게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고 했더니 자료를 보내왔다. 감사원이 낸 보도자료도 있었고 야당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무례한 짓'과 관련해 이야기한 것도 있었다. 사실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마터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방송에서 엉뚱한 이야기를 할뻔했다. 그렇다. 신문과 방송은 정확한 사실을 전하지 않는다. 대충 건성으로 전할 뿐이다. 거기다가 의도된 편집도 얼마나 많은가. 일방적으로 어느 쪽으로 몰고 가려는 경우도 있다. 독자나 시청자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상태에서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엉뚱한 판단을 내리기 쉽다.


전직 대통령의 마음 속에 들어가보지 않아 잘 알 수는 없지만 왜 '무례한 짓'이란 표현이 나왔는지 조금 감이 잡힐 것도 같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수많은 공무원은 조사했으면서 정작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전직 안보실장, 국방장원,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단다. 이들을 건너뛰고 바로 전 대통령한테 질문지를 들이밀려고 했으니 무례하다고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감사원의 처사에 대해 무례한 짓이란 말을 쓴 것은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합당하지 않거나 온당하지 않다고 할 수는 있어도 말이다.


그나 저나 감사원은 전직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하면 그걸로 그만인가. 더 이상 조사를 시도하지 않아도 되나. 과거의 사례가 있단다. 과거에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감사원의 서면 질의에 답변서를 냈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번처럼 질의서 수령을 거부했단다. 왜 어떤 대통령들은 답변서를 내고 왜 어떤 대통령들은 아예 질의서 받기를 거부하나. 의문이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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