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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17. 2022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라?

꿈인가 생시인가

눈을 의심하게 하는 사진을 보았다.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실 앞에서 정치 탄압을 하지 말라며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진이었다. 그런데 피켓에 쓰인 글귀가 "정치탑압 중단하라"가 아닌가. 아무리 봐도 '정치압'이지 '압'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국어를 업수이 여기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진이다. 차마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의원들은 피켓을 비서나 당직자로부터 건네받고 피켓에 쓰인 글자를 보지도 않았을까. 의원에게 피켓을 건네준 비서나 당직자는 피켓의 글귀를 안 보았을까. 글자가 틀린 줄 몰랐을까.


물론 실수는 피켓을 납품한 인쇄업자가 저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납품을 받고서 틀렸음을 안 이상 다시 만들어오라고 하든지 도저히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면 급한 대로 종이에라도 을 써서  위에 붙여야 하지 않겠나. 그런 성의는 보여야지 않나. 그럴까 생각은 했지만 덧댄 게 보기가 흉해서 틀린 대로 그냥 으로 갔을까. 아니면 그렇게 해볼 생각마저도 안 했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이 피켓 든 장면은 국회의원들이 국어를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무신경하고 뻔뻔스러울 수가 없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라는 뜻인지 모르겠으나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나는 말을 전공했고 그걸 다루는 기관에서 평생 일하고 나왔다. 몇 친구들과의 비공개 소통 공간에서 내 울분을 토로하니 한 친구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부끄럽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라고. 국민은 부끄러운데 정작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부끄러운 줄 모르는 거 같다. 부끄러운 줄 안다면 어떻게 저렇게도 태연히 피켓을 들고 서 있나. 피켓은 방송에서, 신문에서 보여달라고 들고 서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들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최소한의 염치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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